◆ 집회서

‘벤 시라의 잠언’(히브리 전통), ‘시라의 아들 예수의 지혜’(그리스어).

라틴어 번역본에서는 ‘교회(집회, 모임)의 책’ 이라는 의미에서 ‘에클레시아스티쿠스(Ecclesiasticus)’로 부른다.→ 여기서 ‘집회서’라는 이름이 유래

집회서는 초기 그리스도교 공동체에 의해 널리 애독되었을 뿐 아니라, 신약성서(특히 야고보서) 안에서 폭넓게 인용된다. 주님신앙 전통의 근본 요소를 전해주는 집회서는 그리스도교가 뿌리를 내리는 토양을 제공하였으며, 교부 치프리아노(AD 258년) 시대 이후에는 ‘교회의 책’으로 불리면서 새로 신앙을 가지고 입교하는 사람들의 교육을 위한 가르침으로 이용되기도 하였다. 1546년 트리엔트 공의회에서 경전으로 받아들였다.

◆ 저자

벤 시라가 히브리어로 저술하였다. 약50년 뒤, 그의 손자가 희랍어로 번역.

예루살렘 출신 엘아자르의 아들, 시라의 아들인 나 예수는 마음으로부터 지혜를 이 책에 쏟아 부었다(50,27; 51,30). 예언서를 제외한 자기 책 안에 자신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 유일한 책이다. 저서에 저자 자신의 소개를 담는 풍습은 헬레니즘의 영향으로 보인다.

◆ 저술 연대 및 시대상황

180년경에 예루살렘에서 쓰여졌다고 추정된다. 당시 역사적 상황은 1세기가 넘는 기간을(301년 이후부터) 에집트의 프톨레매오의 지배를 받았고 그뒤 BC 198년에 시리아의 셀류코스 집안에 주권을 빼앗겼다. 안티오쿠스 3세(223-187년)와 그의 후계자 셀류코스 3세(187-175년)는 유다인들에게 호의적인 정책을 폈다. 여러 가지 특권을 그들에게 허락했고 세금을 감면해 주었으며 성전의 재건과 경신례에도 적지 않은 도움을 주었다(2마카 3,3). 성전의 재건에 대한 50,1-4의 기록은 바로 이런 시대적 상황을 반영한다.

◆ 집필동기

알렉산더 대왕의 고대 근동지방 정벌이 끝나고 헬레니즘의 문화적 혼합과 종교적 통합주의, 인종과 종교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보편주의의 경향이 확산되던 시기였다. 이처럼 유다인의 하느님 백성으로서의 정체성과 주님 신앙의 순수성을 위협하던 당시의 시대적 상황을 극복하기 위하여 유다이즘의 종교적, 문화적 정통성을 밝히고자 하였다. 먼저 지혜의 본질을 규명하고, 생활의 모든 영역에 걸친 유다 전통의 가르침을 제시하고 있다.

종교적 전통에 충실한 한 유다인의 실용적이고 구체적인 지침서는 그리스어 역자의 노고로󰡒이국 땅에 살면서 배우기를 즐겨하고, 율법에 맞는 생활습관을 익히고자 하는 이들󰡓(머리글)에게까지도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었다.

◆ 내용

집회서는 이스라엘 안에 내려오던 지혜 전통을 수집하고 정리하여, 이를 저자의 시대에 맞추어 재해석한 내용으로 되어 있다. 특별히 집회서가 주목받는 이유는 구약 성경의 정경 형성에 대한 중대한 증언을 하고 있기 때문인데, 서문에서 “율법과 예언서와 그 뒤를 이은 다른 글들”이라는 표현을 통해, 이 책이 제작되던 시기에 이미 ‘율법서(모세오경)’와 ‘예언서’라는 정경 그룹이 형성되어 있었음과 성문서 그룹은 아직 분명한 형태를 갖추고 있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 구조

머리글 : 저자, 집필연대, 집필동기

제1부 1.1-16.23 지혜와 현명과 금언 - 의무, 보상, 실용적 조언

제2부 16.24-23.27 창조주 하느님의 위대한 업적

제3부 24.1-32.13 지혜와 율법 - 덕

제4부 32.14-42.14 하느님 경외와 처세

제5부 42.15-50.29 하느님의 영광

42.15-43.33 자연속의 하느님의 영광

44.1-50.21 선조들을 칭송함, 주님을 찬양하고 지혜를 추구함

50.22-50.29 말문

부록 (51,1-30) 감사 찬미가와 지혜의 탐구에 관한 시

◈ 집회서 내용정리

▶ 머리글 - 저자, 집필연대, 집필동기

◆ 집회 1,1-16,23 제1부 지혜의 근본

▶ 집회 1장 지혜의 찬미

지혜의 신비 : 모든 지혜는 주님에게서 온다. 모든 것에 앞서 창조된 지혜의 근원은 바로 하늘에 계시는 하느님의 말씀이고, 지혜의 길은 영원한 계명이며, 하느님께서는 당신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지혜를 선물로 내리신다(1,1-10).

주님을 경외함 : 하느님을 경외함은 지혜의 시작이고, 지혜의 충만이며 화관이다. 따라서 진정 하느님을 경외하는 삶은 영광과 자랑이 되며 즐거움과 환희의 화관으로서 그 결과 즐거움과 기쁨 그리고 장수를 얻게 된다고 가르친다(1,11-21). 인내와 자제(1,22-24).

지혜와 바른 행동(1,25-30) : 하느님을 섬기기 위해 가장 쉬운 방법은 율법에 충실한 삶이다(1,26)

▶ 집회 2장 : 시련 속에서 주님을 경외함(2,1)

하느님을 경외함이야말로 지혜의 시작이요 완성이고(1,14; 10,19-25; 34,14-17), 가장 지혜로운 삶이란 하느님을 중심에 두는 삶이다. 윤리 규범은 하느님의 뜻과 예언적 가르침의 전통에서 나오며(2,15-17 ; 15,11-13 ; 32,14 ; 35,3-5), 하느님의 뜻은 토라를 매개로 하여 사람들에게 계시된다(2,16). 그러므로 하느님을 사랑하고 영예롭게 하는 것은 계명을 지키는 것과 같다(10,19 ; 17,14 참조). 종교적 삶을 강조(2,15-17)하며, 하느님을 경외하는 구체적인 삶의 모습으로 그분의 말씀을 거역하지 않고 그분의 길을 지키며, 그분께서 즐겨하시는 바를 찾고 그분의 법으로 만족하며, 자신의 마음을 가다듬어 그분 앞에서 스스로 낮추며 하느님의 손에 자신을 맡겨야 함을 제시하고 있다(2,15-18).

▶ 집회 3,1-16 : 부모에 대한 효도

구약에서 정의란 ‘관계에 충실함’을 말한다. 하느님과의 관계뿐만 아니라, 사람들 사이의 관계에도 충실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자녀들은 말과 행동으로 부모를 공경하여야 하며, 특히 연로하셨을 때 잘 보살펴드리고 슬프게 하지 말 것을 당부한다(3,1-16; 7,23-

28; 16,1-4; 30,1-13; 41,5-10).

▶ 집회 3,17-7,36 : 삶에 필요한 덕행

겸손(3,17), 자선(3,30), 바른 처신(4,20), 재산(5,1), 확고한 신념(5,9), 우정(6,5), 지혜.

인생의 실패와 과오를 통해 배우게 된 것은, 삶에도 요령과 기술이 필요하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 현재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에 우선적으로 충실하라(3,21-22). 지혜를 사랑하는 사람은 삶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의견을 내야 할 때 잠잠하지 않고, 죽기까지 진리를 위해 싸우는 적극적인 자세를 보인다. 손을 내밀어 받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베풀기도 하면서, 또한 의욕과 정력만을 믿고서 탐욕에 빠지지 알도록 조심한다.

주님의 용서를 전제로 죄를 지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은 큰 잘못이다(5,6). 두 혀를 지닌 죄인(5,9)은 이중성과 잘못된 믿음을 의미한다.

▶ 집회 8-14장 : 현명한 처세 - 행복은 절제와 깨끗한 양심에 바탕을 둠

겸손(10,26-31; 3,17-25), 신중함(11,7-11), 절제(18,30-19,3; 37,27-31) 등이 올바른 삶을 위해 요구되는 기본자세로 제시되고 있다.

집회서가 가르치는 개념들 중 가장 부정적인 것은 ‘악’과 ‘죄’가 아니라 그것이 무엇인지 깨닫지 못하고 스스로 재앙에 빠지는 ‘어리석음’이다(13,8; 15,7; 19,11-12 등).

죽음에 대한 이스라엘의 전통적 사상을 그대로 반영하고, 상급과 징벌을 현세적 차원에서 묘사한다(14,16-17).

▶ 집회 15,1-16,23 : 의인과 악인의 보상

선과 악을 선택하는 것은 인간의 자유의지이다. 집회서는 인간을 완전히 자유로운 존재라고 선언한다(15,11-20). 하느님은 인간 스스로가 원하는 대로, 생각하는 대로 살아가도록 아무런 간섭도 하지 않으시기에(15,14), 인간은 자신의 자유의지로 선을 선택할 수도, 악을 선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인간 자신에게 맡겨져 있기에 윤리적, 신앙적 책임이 요구된다. 삶 가운데서도 선물로 받은 자유를 오용하여 죄에 빠져들고 만다.(15,11-14) 이러한 인간에게 요구되는 것은 그들 앞에 놓여 있는 생명과 죽음 중의 하나를 선택하는 결단이다(15,15-20).

◆ 집회 16,24-23,28 제 2 부 하느님과 창조, 그리고 금언들

▶ 집회 16,24-18,33 창조주 하느님의 위대한 업적

주님께서는 한 처음 당신의 작품들을 창조하실 때 영원한 질서를 주셨으며 당신의 좋은 것들로 세상을 채우셨다(16,24-30). 인간의 존재론적인 의미를 창조주 하느님과의 관계 안에서 밝히고 있다. 즉 ‘하느님의 모습’으로 지음 받은 인간은 그분으로부터 ‘일곱 가지 능력’인 분별력, 맛을 보고 말을 하는 능력(혀), 보는 능력(눈), 듣는 능력(귀), 지식을 얻는 능력(마음) 그리고 지성과 이성을 부여받았으며, 땅위에 있는 것들을 다스릴 권한을 가진 만물의 영장으로 내세워진 존재이다. 또한 하느님께서는 인간에게 당신께 대한 경외심을 심어주시어 당신 업적의 위대함을 깨닫게 하시고 당신의 놀라운 일들을 영원히 선포하고 찬양토록 하셨다고 가르침으로써 인간 존재의 근본적인 목적을 제시하고 있다(17,1-10). 그러므로 주님은 영원히 살아 계시고, 홀로 의로우시며, 당신의 권능으로 만물의 임금이 되신 하느님으로서 그분과 같은 존재는 결코 없다고 증언하고 있다(18,1-7). 인간의 피조물로서의 유한성을 직시하고 있다. 즉 인간은 영원의 날수 안에서 불과 몇 해의 수명을 가진 존재일 뿐 아니라(18,8-10), 그들이 가질 수 있는 희망은 하느님의 부족한 인간에 대한 인내심과 자비 그리고 용서이다. 사실 모든 생명체에 자비로우신 하느님께서는 인간들을 꾸짖으실 뿐 아니라 훈육하고 가르치시며 목자처럼 당신 양떼를 인도하시는 분이시다.(18,11-14)

▶ 집회 19-20장 : 말에 대한 가르침 - 수다(19,4), 쓸모없는 말(20,18), 거짓말(20,24)

온전한 지혜는 하느님을 경외함이니 온전한 지혜 안에 율법의 실천과 그분의 전능에 대한 지식이 들어있다고 설명하는 가운데 지식이 부족하지만, 경건한 이가 학식은 넘치지만 율법을 어기는 자보다 더 낫다고 역설함으로써 지혜와 율법의 밀접한 상관관계를 강조하고 있다.(19,18-30; 4,11-19; 6,18-37; 14,20-27; 21,11-28; 24장; 51,13-30)

▶ 집회 21-22장 : 지혜로운자와 어리석은 자의 대비

게으른자, 못된 자녀, 어리석은자

▶ 집회 22,19-23,28 : 우정, 기도, 맹세

◆ 집회 24,1-32,13 제 3 부 지혜와 율법, 그리고 금언들

▶ 집회 24장 지혜의 찬미

하느님께서 주시는 지혜는 집회서 전체의 중심주제로서 의인화되어 제시되고 있으며(24장), ‘참된 지혜의 근원이 주님을 경외함’이라는 잠언의 사상(잠언 1,7)이 폭넓게 다루어지며 심화되고 있다.

▶ 집회 25-32장 : 처세 지침 - 남편과 아내(25,1-26,28), 교육(30,1-13)

형제들끼리 일치하고, 이웃과 우정을 나누며 남편과 아내가 서로 화목하게 사는 것을 하느님의 마음에 드는 것 세 가지라고 제시하는 동시에 잘난 체하는 가난한 사람과 거짓말하는 부자, 지각없이 간음에 빠진 늙은이 등의 세 부류를 혐오의 대상으로 경계하고 있다(25,1-12). ‘주님께 자신의 죄에 대한 용서를 청하기 전에 이웃의 불의를 용서하고 자비를 가지라.’(27,30-28,7)는 가르침은 구약의 사상을 넘어 복음서의 내용과 연결되고 있다(마태 5,23-24; 6,14; 18,35; 마르 11,25; 루가 6,37). “종말을 생각하고 적개심을 버려라. 파멸과 죽음을 생각하고 계명에 충실하여라”(28,6)는 표현은 인간 누구나가 죽는 존재임을 상기시킨다.

◆ 집회 32,14-42,14 제 4 부 하느님의 경외와 처세

▶ 집회 32,14 하느님을 경외하여라

▶ 집회 33-42장 삶의 다양한 요소들에 대한 반성

불평등(33,7), 재산과 집안을 다스리는 법(33,19), 종(33,25), 허황된 꿈(34,1), 여행(34,9), 율법과 제사(34,14), 우정(37,1), 절제(37,27), 질병과 치료(38,1), 죽음(38,16), 인간의 비참함(40,1)

하느님을 경외하는 이에게는 하느님이 희망이며, 든든한 방패, 힘있는 버팀목, 쉼터, 그늘로써 그들이 비틀거리지 않게 지켜주시고 넘어지지 않게 부축해 주신다(34,14-20). 집회서는 개인뿐만 아니라 집단적인 차원의 구원을 알고 있으며, 예루살렘과 조상들의 땅에 대한 사랑이 깔려 있다(36,14; 24,10 이하). 또한 성전과 성전 예배에 깊은 관심을 표명한다. 율법의 준수와 자비를 행하는 일은 희생 제물만큼 값지며(35,1-3; 17,11-20 참조), 불의한 자들에 의해 형식적으로 바쳐지는 제물은 단죄받아 마땅하다(34,18-26 ; 35,11-20). 학자가 지혜를 쌓으려면 여가를 가져야 하고, 사람은 하는 일이 적어야 현명해진다(38,24). 온 정력과 정신을 기울여 율법을 연구하는 사람은 지극히 높으신 분께 온 마음을 바치는 사람으로, 깨우침의 영감을 충만히 받을 것이다. 그리스-로마의 다신교적인 사랑에 강렬하게 대처하기 위해 유일신 사상을 거듭 선포한다(39,12).

◆ 집회 42,15-50,29 제 5 부 하느님의 영광

▶ 집회 42,15-43장 피조물을 통해 드러나는 하느님의 업적과 영광

선과 악, 생명과 죽음이 언제나 동일선상에 존재하듯, 아무리 의인의 길을 걷고자 해도 그 삶이 평탄하지 않은 이유는 반대자들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를 반대하는 존재도 하느님께서 만드셨으니 그들도 내 삶에 필요한 존재임을 가르쳐준다(42,24).

▶ 집회 44-50장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낸 역사적 인물 나열(여자와 이방인 빠짐)

에녹(창세 5,24), 노아(창세 6장),

아브라함, 이사악과 야곱,

모세, 아론, 피느하스(민수 25장), 여호수아, 칼렙, 판관들,

사무엘, 나탄, 다윗, 솔로몬,

르하브암, 예로보암, 엘리야, 엘리사, 히즈키야, 이사야, 요시아, 유다의 마지막 임금들,

에제키엘, 열두예언자, 즈루빠벨과 예수아(하까 2장), 느헤미야, 대사제 시몬

▶ 집회 50,27-29 결론

◆ 집회 51장 부록 - 지혜의 찬미

▶ 집회 51,1-12 시라의 아들 예수의 기도 - 박해와 중상모략의 위험에서 구해주신 하느님께 바치는 감사가(시편 18 참조)

▶ 집회 51,13-30 지혜를 열렬히 추구함

◆ 신학적 주제 요약 - 총 51장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

집회서는 인생의 문제들 중 다루지 않은 것이 거의 없다. 우정, 자선, 자녀 교육, 여성 또는 아내, 의학과 질병, 부와 가난, 종을 다루는 법, 잔치와 밥상 예법에서부터 이스라엘의 옛 역사, 제사와 경신례, 하느님, 율법, 창조, 인간의 자유, 죽음에 이르기까지.

▶지혜 - 하느님께 대한 경외 : 이스라엘 안에서 옛 전통의 상속자로 자처하는(33,16-18

) 지혜에 대한 글(1,1-10; 24; 50,27; 51,13-30)이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 행복과 번영을 위해 일차적으로 제시하는 것은 ‘지혜로운 행동’이며, 이는 ‘주님께 대한 경외’를 필요로 한다. 하느님의 경외야말로 지혜의 시작이요 완성이고(1,14; 10,19-25; 34,14-17), 그러므로 가장 지혜로운 삶이란 하느님을 중심에 두는 삶이다(2,15-18).

하느님께서는 영원하고 유일하시며(18,1; 36,4; 42,21) 그분께서는 완전한 창조의 주인이시다(42,21.24). 창조의 감추어진 신비와 명백하게 드러난 모순들에도 불구하고 벤 시라는 시편 작가처럼 피조물 앞에서 감탄과 경의를 남김없이 표현한다(16,24-18,14; 39,12 -35; 42,15-43,33). 하느님께서는 모든 것을 아신다(42,18-25). 그분은 󰡒전부󰡓라는 낱말로 표현된다(43,27). 그분께서는 우주를 정의와 섭리로 다스리시고(16,17-23) 만물의 제 시간을 미리 정해 놓으시고 정확하게 그 가치를 평가하신다(33,13). 그분께서는 또한 용서하시는 자비로운 분이시다(2,11). 한마디로 하느님께서는 아버지시며 이스라엘만을 위한 아버지가 아니라(24,12; 27,17) 인간 각자의 아버지도 되신다(23,1). 이 마지막 관점은 유다교 신학에서 중요한 발전으로 볼 수 있다.

▶ 율법과 지혜 : 지혜와 이스라엘 전통 사이의 연결을 시도했다. 하느님의 지혜와 가장 잘 드러나 있는 것을 ‘모세의 율법’이라고 보며 토라와 지혜를 동일시한다(24장 참조). 하느님을 섬기기 위해 가장 쉬운 방법은 율법에 충실한 삶이라는 것이다(1,26).

▶ 반대의 원리 : 독특한 사상은 모든 것은 ‘상반된 존재’가 있다는 것이다. 선과 악, 생명과 죽음이 언제나 동일선상에 존재하듯, 아무리 의인의 길을 걷고자 해도 그 삶이 평탄하지 않은 이유는 반대자들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를 반대하는 존재도 하느님께서 만드셨으니 그들도 내 삶에 필요한 존재다(42,24).

▶ 자유의지 : 선과 악을 선택하는 것은 인간의 자유의지이다. 집회서는 인간을 완전히 자유로운 존재라고 선언한다(15,11-20). 하느님은 인간 스스로가 원하는 대로, 생각하는 대로 살아가도록 아무런 간섭도 하지 않으시기에(15,14), 인간은 자신의 자유의지로 선을 선택할 수도, 악을 선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인간 자신에게 맡겨져 있기에 윤리적, 신앙적 책임이 요구된다.

집회서가 가르치는 개념들 중 가장 부정적인 것은 ‘악’과 ‘죄’가 아니라 그것이 무엇인지 깨닫지 못하고 스스로 재앙에 빠지는 ‘어리석음’이다(13,8; 15,7; 19,11-12 등).

▶ 죽음에 대한 사고 : “종말을 생각하고 적개심을 버려라. 파멸과 죽음을 생각하고 계명에 충실하여라”(28,6)는 표현은 인간 누구나가 죽는 존재임을 상기시킨다. 집회서는 죽음에 대한 이스라엘의 전통적 사상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어, 상급과 징벌을 현세적 차원에서 묘사한다(14,16-17). 그러나 악인은 의인보다 더 참혹한 죽음을 맞이하게 됨을 강조함으로써(10,11) 전통사상을 더욱 심화한다.

인생의 실패와 과오를 통해 배우게 된 것은, 삶에도 요령과 기술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너에게 너무 어려운 것을 찾지 말고 네 힘에 부치는 것을 파고들지 마라. 너는 명령을 받은 일에만 전념하여라”(3,21-22). 즉 자신이 할 수 있는 일, 현재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에 우선적으로 충실하라는 것이다.

의인에 대한 보상은 지상적이며 물질적인 차원에 머물러 있다. 용서에 대한 진보적인 생각(27,30-28,7)은 복음서의 내용과 흡사하다. 죽을 몸으로 태어난 모든 인간이 서로 비슷한 처지라는 생각(28,4-5)은 “네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여라󰡓(레위 19,18)는 옛 율법서의 계명을 올바로 이해하는 데서 나온 반성일 것이다. ‘주님께 자신의 죄에 대한 용서를 청하기 전에 이웃의 불의를 용서하고 자비를 가지라.’(27,30-28,7)는 가르침은 구약의 사상을 넘어 복음서의 내용과 연결되고 있다.(마태 5,23-24; 6,14; 18,35; 마르 11,25; 루가 6,37)

◆ 올바른 삶에 대한 교훈들을 주제별로 모아 살펴보기

① 하느님의 창조와 인간

주님께서는 창조하실 때 영원한 질서를 주셨으며 당신의 좋은 것들로 세상을 채우셨다(16,24-30). 주님은 영원히 살아 계시고, 홀로 의로우시며, 당신의 권능으로 만물의 임금이 되신 하느님으로서 그분과 같은 존재는 결코 없다(18,1-7).

‘하느님의 모습’으로 지음 받은 인간은 그분으로부터 ‘일곱 가지 능력’(분별력, 말, 보는 능력, 듣는 능력, 마음, 지성, 이성)을 부여받았으며, 땅위에 있는 것들을 다스릴 권한을 가진 만물의 영장으로 내세워진 존재이다. 또한 당신 업적의 위대함을 깨닫게 하시고 당신의 놀라운 일들을 영원히 선포하고 찬양토록 하셨다(17,1-10).

인간의 피조물로서의 유한성을 직시하고(18,8-10), 인간은 선물로 받은 자유를 오용하여 죄에 빠져든다(15,11-14). 이러한 인간에게 요구되는 것은 생명과 죽음 중의 하나를 선택하는 결단이며(15,15-20), 그들의 희망은 하느님의 부족한 인간에 대한 인내심과 자비 그리고 용서이다. 하느님께서는 인간들을 꾸짖으실 뿐 아니라 훈육하고 가르치시며 목자처럼 당신 양떼를 인도하시는 분이시다.(18,11-14)

② 지혜

모든 지혜는 주님에게서 온다. 지혜의 근원은 하늘에 계시는 하느님의 말씀이고, 지혜의 길은 영원한 계명이며, 하느님께서는 당신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지혜를 선물로 내리신다(1,1-10). 온전한 지혜는 하느님을 경외함이며, 지혜와 율법의 밀접한 상관관계를 강조하고 있다(19,18-30; 4,11-19; 6,18-37; 14,20-27; 21,11-28; 24장; 51,13-30). 하느님께서 주시는 지혜는 집회서 전체의 중심주제로서 의인화되어 제시되고 있다(24장).

③ 하느님을 경외함은 지혜의 시작이고, 지혜의 충만이며 화관이다. 그 결과 즐거움과 기쁨 그리고 장수를 얻게 된다(1,11-21). 그분의 말씀을 거역하지 않고 그분의 길을 지키며, 그분께서 즐겨하시는 바를 찾고 그분의 법으로 만족하며, 자신의 마음을 가다듬어 그분 앞에서 스스로 낮추며 하느님의 손에 자신을 맡겨야 한다(2,15-18). 하느님은 희망이며, 든든한 방패, 힘있는 버팀목, 쉼터, 그늘로써 비틀거리지 않게 지켜주시고 넘어지지 않게 부축해 주신다.(34,14-20)

④ 올바른 삶의 자세

구약성서에 있어 정의란 ‘관계에 충실함’을 말한다. 하느님과의 관계뿐 아니라, 사람들 사이의 관계에도 충실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자녀들은 말과 행동으로 부모를 공경하여야 하며, 특히 연로하셨을 때 잘 보살펴드리고 슬프게 하지 말 것을 당부한다(3,1-16; 7,23-28; 16,1-4; 30,1-13; 41,5-10). 형제들끼리 일치하고, 이웃과 우정을 나누며 남편과 아내가 서로 화목하게 사는 것을 하느님의 마음에 드는 것 세 가지다. 동시에 잘난 체하는 가난한 사람과 거짓말하는 부자, 지각없이 간음에 빠진 늙은이 등의 세 부류를 혐오의 대상으로 경계하고 있다(25,1-12).

신중함(11,7-11), 겸손(3,17-25; 10,26-31), 절제(37,27-31; 18,30-19,3) 등이 올바른 삶을 위해 요구되는 기본 자세로서 제시되고 있다.

⑤ 그 밖의 여러 교훈들

기도(22,27-23,6), 말(5,9-15; 28,8-26), 사회 정의(4,1-10; 7,32-36), 술(31,25-31), 식탁에서의 예절(31,12-24; 32,1-13), 시련(2,1-9), 죽음(38,1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