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가

▶ 히브리어 제목은 ‘에카’(=아! 또는 어찌하여!)이다. 70인역에서 「쓰레노이」(슬픔의 노래, 조가 弔歌)로 조정되었고 예레미야 애가라는 제목으로 예레미야서에 붙어 있다. 라틴어 성서에서는 「라멘타씨오네스」(Lamentationes; 탄식, 애도)로 번역되었다. 한국어 번역은 칠십인역과 라틴어성서의 제목을 번역하여 「애가」(哀歌)로 부르고 있다.

▶ 저자 및 집필시기

전통적으로 예레미야라고 알려져 있다(예레미야가 쓴 용어들과 편집방식)

바빌론 포로기에 대하여 별 구체적 언급이 없고, 전쟁으로 황폐해진 팔레스티나와 예루살렘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므로, B.C. 587년 예루살렘 성이 함락되는 것을 목격한 팔레스티나에 남아있던 레위 그룹에 의해 제작된 작품이었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 애가의 용도

이스라엘의 고유기념일 중의 하나인 성전파괴 기념일은 이스라엘 달력으로 아브달(대략 7-8월) 제9일에 지낸다. 유다인들은 AD 6세기이후부터 이날에, 제1성전 파괴(BC 587년, 바빌론에 의하여)와 제2성전 파괴(AD 70년, 로마에 의하여)를 기억하고 슬퍼하며 애가를 낭독해왔다.

▶ 신학적 의의

유다가 멸망한 것은 하느님 앞에 불순종하였기 때문이라는 사실과 그렇게 되었을 때 유다 백성들이 얼마나 큰 슬픔과 고통을 경험했는가를 잘 나타내주고 있다. 한 개인이든 한 나라이든 하느님 앞에 늘 겸손하게 매달리며 죄에 물들지 않고 순종하며 살 수 있도록 하느님께 은혜를 구해야할 것이다.

▶ 내용 : 죄에 대한 자각과 고백

바빌론 제국의 침략으로 인한 유다 왕국의 멸망과 예루살렘 성전의 파괴(기원전 587년)를 다루고 있다. 예언자들이 하느님의 말씀을 전했지만 그 말씀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오히려 거짓 예언자들이 이스라엘을 잘못된 길로 인도하였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14,13-16) 이 노래 전체에 흐르고 있는 지배적인 주제는 죄의 고백과 하느님께서 심판을 승인하셨다는 사실, 이러한 탄식속에서도 하느님 자비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 구조 : 5개의 애가로 구성

1. 예루살렘의 파괴와 비참성(1장) - 통곡하는 과부로 묘사

시온의 황폐와 약탈및 유다의 유배(1,3-19)

하느님의 자비를 간구(1,20-22)

2. 하느님의 백성에 대한 주님의 분노(2장) - 하느님의 분노와 시온의 파멸

3. 이스라엘인의 불평(3장) - 고통과 희망

4. 시온의 과거와 현재(4장) - 징벌의 한가운데서

5. 주님께 대한 간구(5장) - 애원의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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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가 1,1-22 첫째 애가 : 예루살렘의 참상

예루살렘 도성을 하느님에 의해 버림받은 수치스러운 과부로 묘사한다. 축제의 기쁨이 사라진 예루살렘은 비탄에 잠겨 있고, 원수들은 그의 몰락을 비웃으며 그를 멸시한다. 그러나 원수들이 자신의 불행을 보고 기뻐하는 모습을 참기 힘든 예루살렘 도성은 그 원수들에게도 벌을 내려주시라고 하느님께 간청한다(1,21-22).

전반부(1,1-11)에서는 예루살렘의 찬란했던 영화와 현재의 참상이 대조되고, 시온은 부정이 자기 옷자락에 묻어 있는데도 그 종말을 생각하지 못했고(1,9), 그 결과 하느님의 현존을 상징하는 성소까지 유린당하게 되었다(1,10). 먹을 것이 없어, 패물을 음식과 바꾸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되자 예루살렘은(11절), 비로소 주님께 간청을 드리게 된다.

후반부(1,12-22)에서는 예루살렘의 내면적 고백이 표현된다. 예루살렘은 직접화법으로 하느님에 대하여(1,12-19), 하느님께 직접 호소한다(1,20-22). 그분이 나(예루살렘)를 짓밟으신 이유는 “주님은 의로우신 분 내가 그분의 명령을 거역하였기 때문이다”(1,18). 비참에 빠진 시온은 애인들을 불러보기도 하지만 곧 그들의 배신을 뼈저리게 체험한다(1,19). 이 모든 실패를 통해 결국, 예루살렘은 그녀를 도우실 분은 하느님 한분뿐이심을 깨닫게 된다(1,20-22).

▶ 애가 2,1-22 둘째 애가 : 원수 같으신 하느님 - 주님의 진노의 날

전반부(2,1-10)는 예루살렘 파괴의 참상을, 후반부(2,11-22)는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딸 시온(예루살렘)을 난폭하게 파괴하는 성난 원수처럼 묘사된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딸 시온이 당신을 기리고 예배하는 축제의 날과 안식일을 ‘진노의 날’로 바꾸신다. “여인들이 제 몸의 소생을 잡아먹는”(2,20-22) 비극은 바빌론 제국에 의해 함락된 예루살렘 도성의 극한 상황을 표현한다(참조 : 2열왕 6,28-29; 예레 19,9; 에제 5,10).

실패가 눈앞에 보이는데도 그 길에서 돌아서지 못할 때, 죄송한 마음과 자괴감에 사로잡혀 고통스러워하면서도 욕심과 그릇된 관계를 접지 못할 때, 우리는 예정된 비극을 직감한다. 예정된 비극을 느끼면서도 돌아서지 못했던 예루살렘은, 결국 ‘주님 진노의 날’ 가장 사랑하는 것들을 모두 잃었고, 아이들의 죽음과 적들의 승리와 마주해야 했다. 그러나 그런 뼈아픈 고통은 구원의 시작과 정확히 일치하는 것이었다. 자신의 통곡 속에 함께 울고 계신 하느님의 존재를 비로소 발견하고, 왜 그분이 이런 비극을 허락하셔야 했는지를 깨닫기 시작했다

▶ 애가 3,1-66 셋째 애가 : 고통과 희망

히브리어 알파벳 22개에 3절씩의 내용이 배당되어 전체 66절(22×3)로 형성되어있다. 또 다른 특징은, 비극의 주인공이 여인(1-2장)에서 남성(3,1참조)으로 전이된다.

3장은 모두 세부분으로 구별되는데 첫 부분(3,1-20)은 고통스런 현실을, 두 번째 부분(3,21-39)은 하느님의 정의에 대한 회고, 마지막 부분(3,40-66)은 고통을 받은 예루살렘의 회복을 주제로 하고 있다.

예루살렘은 자신이 죄를 지었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자신이 사랑해야할 존재는 하느님뿐임을 비로소 깨닫게 되었고, 진정한 삶의 출발점에 다시 서게 된 것이다. 자신이 겪고 있는 고통 속에서 욥처럼 모든 것을 하느님의 뜻으로 돌린다. “나쁜 것도 좋은 것도 지극히 높으신 분의 명령에 따라 일어나지 않는가? 그러니 살아 있는 인간이 무엇을 한탄하리오? 저마다 제 잘못을 한탄할 수밖에”(3,38-39). 그런 후에 하느님의 자애에 자신의 모든 희망을 걸고 그분께 부르짖으며, 하느님께서 하늘에서 자신을 굽어보실 때를 기다린다(3,40-54). 결국 이 모든 고통을 신앙으로 극복한 저자에게 하느님께서는 “두려워하지 마라”는 말씀으로 다가오신다(3,57). 이후에 등장하시는 하느님은 이스라엘의 적이 아니라, 보호자며 후견인으로 묘사되어 있다. 구원의 희망이 다시금 제시되고 있는 것이다. 큰물고기 뱃속에서 요나가 바치는 기도처럼(요나 2장), 하느님께서 고통 속에 있는 자신의 기도를 이미 들어주신 것으로 간주하여 그분께 찬미를 드린다(3,55-56)

▶ 애가 4,1-22 넷째 애가 : 징벌의 한 가운데에서

과거에 화려했던 예루살렘의 모습과 현재의 비참한 모습을 비교한다. 황금과 순금으로 화려하게 장식되었던 예루살렘 도성(4,1)이 지금은 완전히 폐허가 되었고, 그곳의 주민들은 하느님의 버림을 받았다. “승냥이들도 가슴을 헤쳐 제 새끼들에게 젖을 먹이건만 내 딸 백성은 사막의 타조처럼 매정하게 되어 버렸구나”(4,3). 예루살렘이 이렇게 비참하게 된 것은 무엇보다도 그곳에 사는 예언자들과 사제들의 죄악 때문이다(4,13). “헛되이 도움을 바라느라 우리 눈이 멀어졌다네”(4,17)라고 고백함으로써, 하느님이 내게서 멀어진 것이 아니라, 내가 하느님으로부터 멀어진 것이 문제였음을 정확히 성찰한다.

▶ 애가 5,1-22 다섯째 애가 : 애원의 기도

구약성서가 고발하는 예루살렘의 죄는 언제나 하느님을 잊은 데에서 발생했다. 그것을 깨달은 예루살렘은 이제 “기억 하소서, 바라다보소서”(5,1)라는 탄원으로 간청한다.

바빌론 제국의 속국이 된 상황 속에서 이스라엘 백성을 대표해 하느님께서 자신들의 불행한 처지를 기억하고 돌보아주시기를 간절히 청한다. “어찌하여 저희를 끝내 잊으려 하십니까? 어찌하여 저희를 영영 버리려 하십니까?”(5,20)라는 부르짖음은 결국, 하느님께서는 이스라엘을 잊지도, 버리지도 않으시는 분이시라는 사실에 대한 믿음과 확신을 드러낸다. 이러한 확신 속에 자비로우신 하느님께서 이스라엘 민족을 예전의 모습으로 회복시켜 주시기를 간청한다. 더욱 값진 결실은, 자신의 힘만으로는 과거의 습관에서 해방될 수 없음을 깨닫고, 애가의 마지막을 “주님, 저희를 당신께 되돌리소서. 저희가 돌아가오리다. 저희의 날들을 예전처럼 새롭게 하여 주소서“(5,21)라고 말하고 있다는 점이다. 용서를 구할 수 있는 용기, 그것은 고통의 현장에서 하느님의 구원을 발견하는 최초의 각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