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가(雅歌)

▶ 명칭 및 특징

히브리어 ‘쉬르 하쉬림’(1,1), ‘노래들 중의 노래’ - 사랑의 노래

1) 축제 두루마리의 첫 번째 책

다섯 두루마리(Megilloth)중에서 아가는 과월절에 낭독되었다. 그들은 아가의 내용을 통해, 하느님에 대한 절실한 사랑을, 과월절 축제 때마다 기억했던 것이다.

2) 신앙관련 구절의 부재

아가에는 주님 혹은 하느님이라는 단어가 한번도 등장하지 않고, 신앙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들도 없다. 시종일관 남녀간의 절절한 사랑 모티브만 지속되는 것이다. 신약성서에서 단 한번도 인용되지 않는다. 고대 근동지역 경신례적 영향을 받은 것으로 이해된다

아가(雅歌)는 축제 두루마리의 첫 번째 책 - 과월절에 낭독 - 하느님에 대한 절실한 사랑을 기억

▶ 배경

기록 장소: 예루살렘

저자 : 솔로몬

문체와 단어들이 매우 후대의 것(페르시아 시대 혹은 헬레니즘 시대)

핵심어 : ‘사랑’과 ‘결혼’, 순수한 사랑의 특성들이 어떤 것이며 행복한 결혼생활에 필요한 요소들은 무엇인지를 아름답게 묘사.

▶ 구조 및 내용

1,1-4(서곡) - 애인을 그리워하는 여주인공의 갈망

1,5-2,7(첫번째 시) - 애인을 찾아 나서는 여인

2,8-17(두번째 시) - 구혼시절을 회상하는 여인

3,1-5,1(세번째 시) - 결혼식 장면

5,2-6,3(네번째 시) - 이별의 악몽과 다시 애인을 찾아 나서는 여인

6,4-8,4(다섯번째 시) - 남자 주인공이 찬미하는 여인의 아름다움

8,5-7(마지막 시) - 사랑의 영원성

8,8-14(부록).

▶ 해석문제

남녀간의 거침없는 사랑을 노래한 아가서에 대한 해석을 놓고 여러 가지 견해가 대두

1) 신랑은 그리스도요, 신부는 그리스도를 따르는 신자로 해석

2) 솔로몬과 술람미 여인, 두 시골 처녀를 등장인물로 하는 일종의 "드라마(희곡)"

3) 고대 시리아의 결혼식 노래와 유사한 "결혼 축가 모음"

◆ 자세히 보기

▶ 아가 1,1-4 서곡

"아, 제발 그이가 내게 입 맞춰 주었으면!"(1,2)이라는, 연인에 대한 그리움을 강렬한 표현에 담아 시작, 여주인공의 주도적 역할이 강조되어 있다.

‘향기’와 ‘이름’은 비슷한 히브리어 자음과 발음을 가지고 있고(향기-쉐멘, 이름-쉠), 사랑하는 이의 ‘이름’은 그 자체로 ‘향기’임을 표현하고 있다(1,3).

연인을 ‘임금’으로 제시한 것(1,4)은, 고대 근동 연애시에서 쉽게 발견되는 표현인데, 사랑의 관계에서 연인이 차지하게 되는 절대적 우위성과 권력을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우리’(여인과 연인)와 구별되는 또 다른 ‘우리’는(1,4) ‘예루살렘의 아가씨’(1,5)들이 해당되며, 여주인공의 입장과 마음을 이해하고, 그녀의 기쁨과 슬픔에 동참하는 친구들로 보면 무리가 없다.

▶ 아가 1,5-2,7 첫번째 노래

사랑하는 사람에게 도달하는 길을 모르고 있는 여인에게, 그를 만날 수 있는 길을 제시.

전반부(1,5-8) : ‘예루살렘의 아가씨들’에게 연인을 만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을 물어보고, 그를 찾아 용감하게 길을 나선다.

후반부(1,9-2,6) : 사랑의 기쁨을 노래

결어(2,7) : 이 사랑을 깨우지 말아 달라는 간절한 애원으로 마무리(3,5과 8,4에도 반복)

▶ 전반부(1,5-8)

처녀가 자신을 소개하는 내용에서 ‘케다르의 천막처럼 솔로몬의 휘장처럼’은 여주인공의 아름다움이 ‘민중의 전통’과 ‘왕실의 전통’을 함께 어우른 것임을 암시한다. 학자들은 이스라엘 스스로가 가졌던 “자기이해”의 반영이라고 보고 있다. 즉 이스라엘은 그저 평범한 유목민의 후손이었지만 하느님께로부터 선택받았다는 측면에서 귀족의 품위를 지니고 있음을 상직적으로 표현하고 있다는 것이다.

‘포도밭’은 여성의 몸을 표상하기도 하고, 이스라엘 자신을 의미하기도 한다(이사 5,1-2; 시편 80,8-16 등). ‘포도밭을 지키지 못하였다’는 고백은 하느님이 주신 유산을 지킬줄 몰랐던 이스라엘의 통한과 후회로 이해할 수도 있다.

여주인공의 염원과 갈망을 이해하는 친구들은 연인을 만날 수 있는 구체적 방법을 제시한다(1,8). 사랑하는 이의 길을 따라 나서라는 것이다. 그의 흔적을 따라가는 것, 사랑을 만나서 그 사랑을 살기위해 우선적으로 꼭 필요한 조건이다.

▶ 후반부(1,9-2,6) 가슴앓이와 고통 극복은 성숙한 사랑을 위한 우선조건

남자와 여자의 노래가 서로 듀엣(Duet)처럼 교차된다:

A) 남자(1,9-11: 준마와 같은 그대) → B) 여자(1,12-14 : 연인의 향기) → A') 남자(1,15) → B') 여자(1,16-17).

2장에서부터 두 연인은, 서로를 많은 군중 사이에서도 알아본다. 남자는 ‘아가씨들(가시덤불) 사이의 백합꽃’, 여자는 상대를 ‘젊은이들(숲속의 나무들) 사이의 사과나무’라고 표현한다. 강렬한 햇빛과 목축-농경사회를 배경으로 하는 팔레스틴의 문학작품에서, ‘그늘’은 보호와 평안을 의미하며, 열매는 삶의 절대적 조건을 상징한다. 여인은 결국 ‘사랑’을 보호하려는 염원으로 노래를 마무리한다. “우리 사랑을 방해하지도 깨우지도 말아 주오, 그 사랑이 원할 때까지.”(2,7).

▶ 아가 2,8-17 두번째 시 - 사랑의 추억을 기억

지난 봄, 자신을 찾아왔던 연인을 회상하는 여주인공의 노래. 봄을 배경으로 하고 있기에, 전체적으로 감미롭고 따스한 느낌을 준다. 「산, 노루, 젊은 사슴」(2,8-9)은 마지막 구절인 2,17에 다시 반복됨으로써, 전체적인 틀(인클루시오, inclusio)을 형성하고 있고, 시간적 배경을 아침-낮으로 설정하고 있다.

봄에 대한 묘사(2,11-13)는 구약성서에 등장하는 자연관련 묘사 중 가장 아름다운 본문 중의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여인을 ‘바위틈에 있는 비둘기’로 표현하는데, 전통적으로 비둘기는 평화와 온유를 상징하고, 동시에 봄이 왔음을 알리는 전령으로 알려져 있다. 갑자기 ‘작은 여우’들이 등장하여 포도원을 망친다(2,15). 포도원이 상징하는 것(여성의 몸 혹은 그들의 사랑)과 그것을 방해하거나 위협하는 것(여우)에 대한 은유로 볼 수 있다.

“나의 연인은 나의 것, 나는 그이의 것”(2,16)이라는 표현은 전통적으로, 주로 혼인 계약시에 사용되었으며, 특별히 이스라엘과 하느님의 관계를 선포하는데 적용되었다. “주님께서 너의 하느님이 되시고 너는 그분 소유의 백성이 될 것이다”(신명 26,17-18)가 그 대표적 구절이다. 연인을 다시 ‘베텔산’으로 초대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2,17).

아가의 여인은 연인을 실제적으로 만나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그의 목소리를 듣고 그를 본다. 그를 기억하고 있기에, 그녀 안에 그가 완벽하게 살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미사때 마다 우리는 “이 예식을 행함으로써 나를 기억하라”는 예수님의 요청을 듣고 있다. 언제 어디서고 그분을 기억할 것, 그리하여 내 삶의 질서가 그분이게 할 것. 사소하고 평범한 내 일상이지만, 간절함을 품고 있다는 것을 아시는 분은, 그분뿐이시기 때문이다.

▶ 아가 3,1-5,1 세번째 시

아무리 찾아다녀도 만나지 못하는, 그래서 철저히 자신의 존재를 비밀에 붙이는 사랑의 신비를 그리고 있다. 여러 장면들의 결합으로 되어있는, 긴 분량의 노래이다.

밤 장면(3,1-5) → 솔로몬의 결혼식(3,6-11) → 여자의 몸에 대한 찬가(4,1-7) → 레바논을 떠나(4,8-15) → 사랑의 정원에서(4,16-5,1).

▶ 밤 장면(3,1-5)

찾음-잃음/ 존재-부재라는 상반된 모티브를 교차시키는 형태(5,2-6에서 다시 등장).

그녀는 밤새도록 연인을 찾았건만 찾아내지 못하였다고 고백한다(3,1.2; 5,6). 현존-부재의 문제는 모든 연애시에 등장하는 소재이며, 또한 교회전통의 유명한 신비가들이 거듭 사용해온 주제이기도 하다. 신비가들은 ‘영혼의 밤’이라는 주제로 모든 사랑 안에는 ‘자체적 밤’이 있기 마련이다. 고독과 방황, 혼란과 극적인 부재의 밤은, 견디기 어려운 고통을 체험하게 하지만, 좀 더 깊은 진리와 관계의 의미를 깨닫게 하는 은총의 장이된다.연인을 찾기 위해 어두운 성읍의 거리와 광장을 돌아다니는 그녀가 만난 이들은 도시의 야경꾼들뿐이었다(3,3). 그러나 인간이 모든 노력을 접는 순간에 기적은 일어난다. 돌연히 자기 앞에 서있는 연인을 만나게 된다(3,4). 예루살렘의 아가씨들에게 사랑을 방해하지 말것을 당부하는 내용으로 마무리 된다(3,5).

▶ 솔로몬의 결혼식(3,6-11)

사랑하는 사람을 「솔로몬」으로 상징하고 있다. 아무리 보잘 것 없고 가난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사랑을 체험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솔로몬 임금에 견줄 만큼 호사스럽고 아름다울 수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 신부에 대한 찬가(4,1-7)

여인의 신체적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찬가는 고대 근동의 전통에서 항구하게 등장하는 요소이다. 그녀의 품성과 인간됨, 정신적 아름다움에 대한 찬양으로 마무리되는데, 마지막에 “흠이 하나도 없다”는 표현(4,7)은 사랑에 빠진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찬사다.

▶ 레바논을 떠나(4,8-15)

‘레바논’은 처음과 중간, 마지막에 등장함으로써 단락 전체를 포괄하고 있다(8.11.15절). 레바논은 팔레스티나 지역 최북단에 있는 아름다운 경관과 헤르몬산으로 유명하다. 이 땅이 여주인공에게 비유되고 있는 것은, 그녀가 그만큼 아름답고 신비로움을 표현해준다.

자신의 신부를 ‘누이’(4,9.10.12; 5,1)로 부르는 관습은 고대 이집트의 연가에서 자주 발견된다. 여인을 ‘정원’과 ‘샘’으로 표현(4,12-15)함은, 근동지역의 척박한 기후를 염두에 둔다면, 사랑하는 연인끼리는 서로가 생명과 구원의 장소가 됨을 의미하고 있는 것이다.

▶ 사랑의 정원에서(4,16-5,1)

그녀는 자기 몸에서 향기로운 바람을 일으켜, 연인을 자신의 정원으로 초대하고자 한다(4,16). 연인이 도착하고, 몰약, 발삼, 꿀, 젖, 포도주에 취한다는 표현(5,1)은 이제 두 사람이 온전히 결합했음을 표현한다. 주변 사람 모두 「사랑에 취하라」는 권고로, 세번째 노래는 마무리된다.

▶ 아가 5,2-6,3 네번째 시

밤늦은 시간 찾아와 문을 두드리는 연인에게 여자는 문을 열어주지만(3,5), 어찌된 일인지 그는 벌써 사라지고 없다. 다시 시작된 이별은(3,6) 여인의 새로운 방황과 고통을 예고한다. 그녀는 밤거리를 찾아 헤매지만, 이번에는 연인을 끝내 만나지 못하고, 야경꾼들에게 구타까지 당한다(3,7). 이 때 「예루살렘의 아가씨들」이 등장하고(3,9), 여인은 그들에게 연인에게 『사랑 때문에 앓고 있다』고는 말하지 말아 달라고 애원한다(2,5참조). 애처로운 애원에 아가씨들은 연인의 무엇이 그녀를 그토록 사로잡았는지를 묻는다(3,9). 그 답변으로 여인은 자기 연인의 아름다움을 노래한다(5,9-16). “그이의 모든 것이 멋지다”고 얘기하는 여인(3,16)의 마음을 이해한 친구들은 이제 그를 찾아 나설 것에 동의한다. 아가의 여인은 자신의 향기로운 바람을 일으켜 연인을 부르고(4,16), 이제 그가 조용하고 평화로운 정원(자기 자신)에 찾아와 있음을 깨닫는다(6,2-3).

▶ 아가 6,4-8,4 다섯번째 시

5개의 노래들로 구성, 여주인공의 아름다움과(6,4-9), 호두나무 정원에서의 장면이 연출되며(6,10-12), 두 줄의 윤무(輪舞)를 추는 여인이 등장한다(7,1-11). 그들의 사랑이 자연과 조우되고(7,12-14), 이별을 두려워하는 노래가 이어진다(8,1-4).

▶ 아가 6,4-9 여주인공의 아름다움

여인이 두개의 도시에 비유되는데(6,4), ‘디르사’(‘좋아함’, ‘기쁨’, ‘즐거움’)는 사마리아 이전에 북이스라엘의 수도였던 곳이고(1열왕 16,23; 여호 12,24), ‘예루살렘’(‘평화’)은 남유다의 수도였던 곳이다. 이 이름들이 가지는 즐거움-평화의 이미지가 여인에게 대입되고 있다. 목자적 표상을 통해 여인의 아름다움을 노래하고(6,5-6), 왕궁의 하렘 중에서도 단연코 돋보이는 여인으로 표현한다(6,8-9).

▶ 아가 6,10-12 호두나무 정원에서

새벽빛, 달, 해 등과 같이 세상에서 유일무이하게 존재하면서 인간 삶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것들이 그녀에게 적용되고 있다(6,10). ‘기를 든 군대처럼 두려움을 자아내는 저 여인은 누구인가?’는 그녀의 거부할 수 없는 기품과 권위를 나타낸다. 암미나딥(6,12)은 ‘나의 고상한 백성’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LXX에서는 고유명사로 이해하여 암미나답(민수 10,14)과 연결시킨다. 호두나무 정원으로 들어가(6,11) 여인과의 결합을 노래한다.

▶ 아가 7, 1-11 윤무(輪舞)를 추는 여인

여주인공을 ‘슐람미트’(7,1), 즉 평화의 여인이라 부르고 있다. 동의하기 힘든 표현이다. 목숨 걸고 밤길을 찾아 나서게 하는 위험한 사랑이었고(3,1-4), 연인을 겨우 찾게 되면 이내 언덕과 산으로 달아나는 약오르는 사랑이었으며(2,8-9), 그를 향해 문을 열고나면 이내 사라지고 마는 부재의 사랑(5,6)이었기 때문이다.

헤스본(7,5)은 요르단 동쪽 아모리족의 수도였으며(민수 21,27), 나중에는 모압인들의 도시가 된 곳이다(이사 15,4). 그러나 이 도시에는 ‘밧 라삠 성문 가에 있는 못’(7,5)이 없었으므로, 여인의 맑고 영롱한 눈을 상징하기 위한 설정으로 보여진다.

카르멜산(7,6)은 자부심과 귀족성을 상징하는 곳으로, 여인을 왕의 품위에 비유하고 있다(1,4.12 참조). 이러한 절대적 칭송에 대해, 아가의 여인은 “나는 연인의 것”이라고 하면서(7,11; 2,16과 6,3 참조), 자신의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 아가 7,12-14 그들의 사랑이 자연과 조우

만개한 자연에 대한 비유는, 만개한 그들의 사랑을 상징해준다(7,13). 문간에 있는 과일들이 “햇것도 있고 묵은 것도 있다”(7,14)는 것은 그녀가 연인과의 만남을 위해 오랜 시간 「모든 것」을 차곡차곡 간직해 왔음을 말해준다. 그 과일들은 그녀의 삶 전체와 사랑의 역사 전부를 대변해주고 있다.

▶ 아가 8,1-4 이별을 두려워하는 노래

사랑하는 연인이 자신의 남자 형제였으면 좋겠다고 염원한다. 좀 더 쉽고 편하게 만날 수 있는 관계, 누구도 의심하지 않을 그런 관계를 원하고 있는 것이다(8,1-2).

지금까지 “당신”이라고 불려진 연인은 『그이』라는 3인칭으로 불려지며, 『껴안는다면!』하는 히브리어 「미완료」형은 미래적 시점을 제시하므로, 지금까지의 내용들이 실제적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님을 암시한다. 마치, 이 모든 상황이 「꿈」인 듯이 처리되고 있다. 다섯번째 시는 사랑을 방해하지 말아달라는 여인의 간절한 염원으로 마무리된다.

▶ 아가 8,5-14 마지막 시

마침내 두 사람이 함께 등장하여 사랑의 영원성을 노래한다. 참 사랑은 죽음만큼 강하고 불길보다 맹렬하다고 노래하는데, 아가의 전반적 메시지를 집약적으로 수렴한다. 특히 이 마지막 시는 아가서가 각각의 부분들이 서로 연관 없이 모아져 있기 때문에(8,5; 8,6-7; 8,8-10; 8,11-12; 8,13-14) 여러 노래들의 선집임을 보여준다.

8,5(3,6과 6,10)은 화자가 누구인지 정확하지 않고(아마도 여인의 친구들인 듯), 그녀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그녀는 과거를 회상하며 노래를 시작하고, 사랑하는 연인이 잉태되던 순간부터 그를 사랑해 왔음을 고백한다.

▶ 아가 8,6-7

아가의 어느 부분보다 강렬하고 아름다운 메시지를 담고 있다. 여인은 자신을, 연인의 가슴과 팔에 새긴 「인장」처럼 지니고 다녀달라고 애원한다(8,6; 신명 6,5.8 참조). 가슴과 팔은 인간의 대표적 기능인 '정신과 행동'을 상징하기에, 그녀의 염원은 연인의 모든 삶에 함께이고 싶은 마음을 암시한다.

여인은 자신의 사랑을 죽음과 저승에 비유한다. 아가에서 사랑과 죽음, 저승이 함께 비유되고 있다는 것은, 사랑과 죽음이야말로 인간의 실존을 결정짓는 가장 강력한 힘이며, 결국 죽음을 이길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사랑뿐임을 강조한다.

사랑은 '불의 열기', '큰물'(바다, 깊은 심연)(8,6-7)과 연결된다. 고대근동의 전통에 의하면, '바다', '깊은 물'은 언제나 강력한 원초적 혼돈과 「악」으로 간주되어 왔다. 강한 혼돈인 「큰물」은 「불」을 끌 수는 있겠지만, “사랑을 끌 수는 없다”(8,7). 사랑은 그 어떠한 악의 세력(큰물)도 이겨낼 능력과 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어 아가의 여인은 사랑이 결코 돈과 재산으로 얻을 수 없는 것임을 언급한다(8,7).

아가는 두 연인의 사랑을 통해 그 사랑 안에 살아계신 ‘하느님의 실존’과 ‘그분의 사랑’을 말해왔던 것이다. 사실, 성서 전체를 관통하는 절대적 메시지는 ‘사랑’이다. ‘사랑의 송가’(1코린 13장)가 제시하듯, 사랑이 없으면 우리는 아무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 아가 8,8-14 부록

서로 연결되지 않는 이야기들이 엮어져 있어서 후대에 첨가된 부록으로 간주되고 있다.

▶ 아가 8,8-10 어린 누이동생

고대 근동에서 오빠들은 누이를 보호해야할 의무를 가진 사람들로 간주되고 있었다. 아가 여주인공의 오빠들 역시 그녀를 보호해야할 의무를 느끼며 동생이 아직 결혼 적령기에 이르지 않았다고 보지만(8절), 그녀는 자신이 이미 성숙한 여인임을 주장한다(10절).

▶ 아가 8,11-12

‘바알하몬’은 어디인지 알 수 없는데, 글자 그대로 해석하자면 「재산의 주인」이라는 뜻이 된다. 많은 학자들은 이곳을 솔로몬 내궁의 포도원으로 보고 있다. 구약성서와 아가의 전통에서 '포도원'은 여인을 상징해왔기에, 이러한 포도원의 가치는 곧 여주인공의 가치를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 아가 8,13-14

그녀는 연인을 “서둘러 오라”고 발삼산으로 초대하는데, 발삼산은 그녀 자신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기에, 이제 연인을 그녀에게로 초대하면서 긴 여정을 마무리하고 있다.

성 베르나르도 성인은 『사랑의 열매는 사랑하는 것-바로 그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사랑하는 것 그 자체가 곧 사랑의 결과라는 것이다. 자신의 목숨을 내놓는 것보다 더 큰사랑은 없다는 복음서의 가르침은 “그를 위해 죽을 수 있는 마음”이 곧 사랑임을 제시해준다. 하느님을 위해 죽을 수 있는 게 하느님 사랑이고, 자식을 위해 죽을 수 있는 게 부모의 사랑이다.

아가는 “연인들의 언어를 통해 말씀하시는 하느님을 계시”한다고 볼 수 있다. 원하는 대로 만날 수 없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애타게 찾는 여주인공의 이야기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일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남녀의 이야기를 통해, 너와 나의 이야기, 그 사람과 그녀의 이야기, 이스라엘과 하느님의 이야기, 그리스도인과 하느님 등, 누구나 겪게 되는 “관계성” 안에서의 절실함, 갈구, 희망, 절망을 노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