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블가든

노인과 개 (좋은글)

2012-05-02 (수) 08:23 조회:1347

살아가면서 상처를 가장 많이 그리고 깊이 주는 사람들은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인 것 같습니다.
그것이 친구이던 배우자이던 부모이던 간에 아마도 그만큼 상대방을 더 잘 알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우리는 태어나서 성장해 가는 과정에서 가면을 쓰고 살아가기 때문에 서로의 진실한 모습을 보기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가까운 사람에게는 종종 자신의 진면목을 보여주게 되고 또한 가까운 사람은 상대방의 결점이 더 잘 보이기 때문에
가까운 사람이 하는 부정적인 한 마디는 듣는 사람에게는 치명적인 상처로 남을 수가 있는 것 같습니다.

“나는 이 사람들을 위하여 간구합니다. 세상을 위하여 간구하는 것이 아니라 아버지께서 내게 맡기신 이 사람들을 위하여 간구합니다. 이 사람들은 아버지의 사람들입니다.” <요한 17,9>

노인과 개

“조심해! 저 차의 옆을 받을 뻔했잖아!” 아빠가 나에게 소리 지르셨다.
“넌 뭘 좀 제대로 할 수 없니?” 그런 말들은 나를 주먹으로 때리는 것보다 더 나빴다.
난 감히 대들려고 옆에 앉아있는 아빠에게 머리를 돌렸다.
내가 눈을 돌릴 때 목구멍에서 덩어리가 솟구쳐 올라왔다.
난 또 다른 전쟁을 치를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
“아빠, 나도 그 차를 봤어요. 내가 운전하고 있을 때 제발 소리 좀 지르지 마세요.”
내 목소리는 내가 실제로 느끼는 것보다 훨씬 담담하게 들리게 신중하고 침착해졌다.
아빠는 나를 노려보더니 돌아앉아 조용해졌다.
집에서 난 아빠를 텔레비전 앞에 내버려두고 내 생각을 정리하느라 밖으로 나갔다.
어둡고 짙은 구름이 하늘에 떠 있는 것이 비가 올 것 같다.
멀리서 들리는 천둥소리는 내 마음 속의 격랑을 반영하는 듯했다.
아빠에 대해 내가 무얼 할 수 있을까?

아빠는 워싱턴 주와 오레곤 주에서 벌목 일을 하셨다.
그분은 야외에서 일하는 것을 좋아했고 자연의 힘에 대항해서 자기의 힘을 겨루는 것을 마음껏 즐겼다.
아빠는 격렬한 벌목꾼 시합에 참가하였고 종종 등수 안에 들었다.
자기 집 선반은 그의 힘을 보여주는 각종 트로피들로 채워졌다.
세월은 잔인하게 지나갔다.
아빠가 처음으로 무거운 통나무를 들어 올릴 수 없을 때 본인은 그것에 대해 농담을 했다.
그러나 같은 날 나중에 나는 아빠가 혼자 밖에서 그것을 들어 올리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을 보았다.
아빠는 누구든 자기의 나이 먹어가고 있음을 놀릴 때마다
혹은 젊은 시절에 자기가 했던 것을 할 수 없을 때 쉽게 화를 내게 되었다.

아빠의 67세 생일 나흘 후가 되던 날 심장마비가 왔다.
앰뷸런스가 아빠를 병원으로 급히 운반하였다.
차가 달리는 동안 내내 의료보조원은 혈액과 산소가 계속 순환되도록 심폐기능 소생법을 실시하였다.
병원에서 아빠는 수술실로 신속히 이송되었다.
운이 좋았다. 생존하신 것이다.... 그러나 아빠 내부에 있던 무언가는 죽었다.
그분의 삶에 대한 열정은 가버렸다. 아빠는 완고하게 의사의 지시를 따르기를 거부하였다.
제안이나 도움의 제공은 비아냥거림과 모욕으로 회피되었다.
방문자들의 수자도 적어지고 드디어 모든 것이 한꺼번에 멈췄다.
아빠는 홀로 남았다.

내 남편 딕과 나는 우리의 작은 농장에 와서 함께 살자고 아빠에게 청했다.
우린 신선한 공기와 낡은 분위기가 그분이 적응하는 데에 도움이 되기를 희망했다.
아빠가 입주하신 지 일주일 내에 나는 초대한 것을 후회하였다.
아무 것도 만족스러운 것이 없는 것 같았다. 아빠는 내가 하는 모든 것을 흠잡았다.
나는 좌절하고 침울해졌다. 곧 나는 남편에게 나의 울화를 터뜨리고 있었다.
우리는 말다툼과 논쟁을 하기 시작했다...

놀란 남편은 우리 신부님을 찾아가 상황을 설명하였다.
신부님은 우리를 위해 매주 상담약속을 정해주셨다.
매주 상담이 끝날 때 신부님은 하느님께 아빠의 혼란한 마음을 안정시켜달라고 기도해 주셨다.
그러나 수개월이 지나가도 하느님은 침묵하셨다.
무언가를 해야 하고 그것을 해야 하는 것은 나의 의무였다.
다음 날 나는 전화번호부를 붙들고 앉아 조직적으로 광고부분에 기재되어 있는 정신건강 의원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었다.
허망한 대답을 주는 동정적인 목소리들에게 나는 나의 문제를 일일이 설명하였다.
내가 희망을 버리고 있던 바로 그때 한 목소리가 소리쳤다.
“당신에게 도움이 될지 모를 것을 방금 읽었어요! 내가 그 글을 가져올게요.”

나는 그녀가 읽을 때 귀 기울였다... 그 글은 양로원에서 행해진 놀라운 연구를 기술하였다.
모든 환자들은 만성 우울증을 치료받고 있었다.
그들은 개에 대한 책임이 주어졌을 때 태도가 극적으로 개선되었다.
나는 그날 오후에 동물보호소로 차를 몰았다.
질문서에 답을 한 후에 제복을 입은 직원이 개집으로 나를 인도했다.
개 우리를 따라 이동할 때 소독제의 냄새가 내 코를 찔렀다.
각 개집에는 5-7마리의 개가 들어 있었다.
긴 털 개, 곱슬곱슬한 털 개, 까만 개, 점박이 개 모두가 나에게 다가오려고 높이 뛰어 올랐다.
나는 한 마리씩 조사를 했고, 너무 크고, 너무 작고, 너무 털이 많고 등 다양한 이유로 하나하나씩 퇴짜를 놓았다.
내가 마지막 우리에 다가갔을 때 먼 구석의 그늘에 있던 개 한 마리가 다리를 겨우 버텨 사육장 앞으로 걸어와서 앉았다.
그건 개 세계에서 귀족 중의 하나인 포인터였다.
그러나 이건 그 종의 서투른 모방이었다....
세월이 그의 얼굴에 각인을 만들었고 회색 그늘로 재갈을 물렸다.
그의 골반뼈는 한쪽으로 기울어진 삼각형으로 돌출되었다.
그러나 나의 관심을 끌어 고정시킨 것은 그의 눈이었다...
평온하고 투명한 눈은 흔들림 없이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그 개를 가리키며 “저 개에 대해 저에게 말해주실 수 있어요?”
직원은 쳐다보고는 어리둥절해져 머리를 흔들었다.
“저 개는 웃기는 친구입니다.
난데없이 나타나서 보호소 문 앞에 앉아있었어요.
누군가 곧 와서 찾아갈 거라고 생각해서 우리가 보호하고 있습니다.
그게 2주 전인데 아무런 소식이 없어요. 내일이면 걔 시간도 다 됩니다...”
그는 어찌해볼 수도 없다는 몸짓을 했다.

말이 줄어들어가자 나는 공포로 그 남자에게 몸을 돌렸다.
“당신은 저 개를 죽일 거라는 말입니까?”
“그것이 우리의 정책입니다.
저희는 찾아가지 않는 모든 개들을 위한 공간이 없어요.”
나는 포인터를 다시 바라보았다.
평온한 갈색 눈동자가 나의 결단을 기다리고 있다.
“내가 저 개를 데려가지요.” 나는 말했다....
나는 그 개를 내 옆 앞좌석에 앉히고 집으로 차를 몰았다.
집에 도착해서 경적을 두 번 울렸다.
아빠가 앞 현관으로 천천히 걸어 나올 때 나는 차에서 개가 내리는 것을 도와주고 있었다.
“짜잔! 아빠, 내가 아빨 위해 뭘 가져온 지 보세요!” 나는 신나서 말했다.

아빠는 바라보고 나서는 혐오스러운 표정으로 얼굴을 찡그렸다.
“내가 개를 원했다면 한 마리 가졌겠지.
그리고 저 뼈들만 담은 봉지 같은 것보다는 훨씬 좋은 종자를 선택했을 거야.
너나 가져라! 나는 필요 없어.” 아빠는 경멸적으로 팔을 저으며 집 뒤로 돌아가 버렸다.
분노가 내 안에서 일어났다. 그것이 내 목 근육을 함께 쥐어짜며 내 관자놀이를 두드렸다.
“그 개에게 익숙해지는 것이 좋을 겁니다,
아빠. 그는 우리와 함께 살 겁니다!” 아빠는 내 말을 묵살했다.
“아빠, 제 말 들었어요?” 나는 소리를 질렀다.

그 말에 아빠는 성이 나서 몸을 돌리고 두 손을 옆구리에 꽉 쥐고 눈은 가늘어지며 증오로 불이 탔다.
우리는 결투자처럼 서로 서서 노려봤다.
그 때 갑자기 포인터가 내 손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졌다.
개는 아빠에게 비틀거리며 다가가 그의 앞에 앉았다.
그리고는 천천히 조심스럽게 자기 앞발을 들었다.
아빠가 들어 올린 개의 앞발을 노려볼 때 그의 아래턱이 떨렸다.
그의 눈의 분노가 혼란으로 대체되었다. 포인터는 참을성 있게 기다렸다.
그러자 아빠는 무릎을 꿇고 개를 포옹하였다.

그것은 따뜻하고 친밀한 우정의 시작이었다.
아빠는 포인터를 샤이엔이라고 이름 지었다. 아빠와 샤이엔은 함께 동네를 탐사하였다.
둘은 먼지 나는 좁은 길들을 걸어 다니며 긴 시간을 보냈다.
맛있는 송어를 낚시하며 개울둑에서 회상의 시간을 보냈다.
그들은 일요일 미사에도 함께 참석하기 시작했다.
아빠는 신자석에 앉아 있고 샤이엔은 그의 발밑에 조용히 엎드려있었다.
아빠와 샤이엔은 이후 3년간 서로 떨어질 수 없는 관계가 되었다.
아빠의 쓰라림도 사라져갔고 샤이엔과 아빠는 많은 친구들을 사귀었다.

늦은 어느 날 밤 나는 샤이엔의 찬 코가 우리 침대보를 파고 들어오는 것을 느끼고 놀랬다.
샤이엔은 전에 결코 밤에 우리 침실을 들어온 적이 없었다.
나는 남편 딕을 깨웠다. 잠옷가운을 걸치고 아빠 방으로 달려갔다.
아빠는 침대에 누워계셨고 얼굴은 평온하였다.
그러나 그의 영혼은 이미 밤 동안의 어느 시점엔가 조용히 떠났다.

이틀 후 샤이엔이 아빠 침대 옆에... 죽어 엎드려있는 것을 발견하고 나의 충격과 슬픔은 깊어졌다.
나는 그가 엎드려 잠을 자던 헝겊 양탄자로 그의 주검을 쌌다.
남편 딕과 내가 그가 가장 좋아하던 낚시터 근처에 그를 묻을 때
나는 조용히 샤이엔이 아빠의 마음에 평화를 회복시켜주는 과정에서 나에게 주었던 도움에 대해 감사를 하였다.

아빠의 장례식 날 아침은 구름이 잔뜩 끼고 음울하게 시작되었다.
날씨는 내가 가족을 위해 예약해놓은 신자석으로 복도를 걸어내려 갈 때의 내가 생각하고 느끼던 것과 같아 보였다.
나는 아빠와 샤이엔이 교회를 채우게 만든 많은 친구들을 보고 놀랐다.
신부님은 찬미를 시작하셨다. 그것은 자기 삶을 변화시킨 아빠와 개에 대한 헌사였다.
그리고 신부님은 히브리서 13장 2절,
“나그네 대접을 소홀히 하지 마십시오.
나그네를 대접하다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천사를 대접한 사람도 있었습니다.”를 인용하시며
“저는 가끔 하느님께서 그 천사를 보내주셨음에 감사드립니다.” 라고 말씀하셨다.

나에게는 전에 내가 보지 못했던 수수께끼를 완성하면서 과거가 정리되었다.
바로 그 글을 읽어주었던 동정적인 목소리.....
동물보호소에서 샤이엔의 예상하지 못했던 등장...
아빠에 대한 그의 평온한 수용 그리고 완전한 헌신...
그리고 그들의 죽은 시기의 근접성. 갑자기 나는 모든 것이 이해가 되었다.
결국 하느님께서 나의 기도에 응답하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 캐서린 무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