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계복 (사)한국전통조경학회장

임기내 역점사업은? 
우선 학술용역을 통해 ‘전통조경바로세우기’를 추진할 예정이다. 개인적으로 오래된 신념이기도 하다. 이는 전통원형경관 복원 사업과 같은 맥락이다. 
또한 문화재수리법 개정은 장기적인 과제로 추진하게 되며, 해외우수학술도서 번역사업도 함께 진행할 예정이다. 아울러 회원간 소통을 위해 뉴스레터를 지속적으로 발송할 예정이다. 

학회 명칭 변경 추진 계획은? 
전통조경학회의 원래 명칭이 정원학회였으며, 산림청 소관이었다. 하지만 연구하는 과정에서 학문적인 용어의 적합성 문제로 전통조경학회로 변경하게 됐다. 명칭 변경과정에서 전통정원은 물론 문화재복원 등을 연구하는 학회의 정체성에 맞게 관련 사업을 추진하는 문화재청으로 소관부처를 옮기게 됐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다시 정원학회로 명칭 변경에 대한 논의를 해왔다. 하지만 사단법인이다보니 명칭 변경으로 인한 다양한 현실적인 문제에 봉착해 있다. 그래서 명칭변경이 조심스럽다. 

전통조경학회 명칭이 스스로 영역을 제한하지 않나? 
공감하고 있다. 학회 명칭을 변경하고자 했던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에 대한 많은 논의가 있었고, 우선은 정관변경 등을 통해 영역확대를 꾀하고 있다. 

전통조경계 현안은? 
크게 보면 ‘전통원형경관 복원 사업’과 ‘문화재수리 등에 관한 법률’(문화재수리법) 개정이다. 
우리나라의 많은 문화재가 원형경관으로 복원되지 않았다. 불국사, 동궁과 월지 등 유명한 문화재들이 해석의 오류 등으로 원형경관을 복원하지 못한 채 지금에 이르고 있는데, 과연 원형경관을 복원하지 않고 지금 그대로 가는게 맞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많은 문화재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가 이루어졌기 때문에 이를 근거로 한 원형경관 복원이 가능하며, 꼭 필요하다. 
우리나라 대표 경관 중 하나가 창덕궁이다. 창덕궁 역시 원형경관으로 복원하지 못했다. 동궐도가 그를 증명한다. 창덕궁의 원형경관 복원에 가장 중요한 자료는 동궐도다. 동궐도와 지금까지 발표된 연구를 토대로 한 원경경관을 복원해야 하지만, 절대로 수목을 건드리면 안 된다는 반대논리에 막혀 있는 실정이다. 안타깝다. 
문화재수리법 개정도 시급하다. 문화재조경기술자는 사회적으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시험은 기사보다 수준이 높고 기술사보다 낮은 애매한 수준으로 출제되고 있다. 시험문제의 수준 조절이 필요하다. 
또한 현행법에서는 문화재조경기술자가 조경설계와 감리를 하지 못한다. 뿐만아니라 문화재조경은 보수단청에 포함돼서 발주가 나고, 조경은 하도급을 받는 구조다. 
법 개정을 추진해야 한다. 문화재조경으로 분리 발주되고, 문화재조경기술자가 설계와 감리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런 시급성을 감안해 지난 학술발표대회에서 특별섹션으로 구분해 문화재수리법 개정 필요성에 대해 발표하기도 했다. 

신설된 ‘법제도개선 소위원회’ 역할에 대해? 
‘법제도개선 소위원회’의 가장 큰 역할은 문화재수리법 개정을 추진하는 것이다. 장기적인 프로젝트임을 감안해 수석부회장이 위원장을 맡아서 추진하고 있다. 
이외에 공사를 하는 과정에서 법에 휘말릴 경우 법률적인 해석이나 법적판단 등에 대해서도 연구하고 함께 고민하게 될 것이다. 당장 정원관련법에 대해서도 다양한 의견 수렴을 통해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위기의 조경 극복 방안은? 
4년 전 업계가 어렵다고 했을 때 단순불경기라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어려움의 강도가 거세지고 있다. 단순한 불경기가 아닌 것 같다. 새로운 탈출구를 모색하지 않으면 더 큰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이런때 일수록 ‘죽고자하면 반드시 살고, 살고자 한다면 반드시 죽는다’는 ‘생즉필사 사즉필생’의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분야별로 분산되어 있는 조경관련 단체의 통합이 필요하다. 
6개 관련 단체장이 참여하는 ‘환경조경발전재단’에서 조경계 현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지만, 20여개의 조경관련단체가 참여하고 의견개진에 한계가 분명히 있다. 그래서 조경관련 단체장이 모두 참여하는 ‘조경관련단체 총연합회’(가칭)를 창립해야 한다. 총연합회는 협회, 학회 등 각 단체의 고유성을 인정하고 유지하면서, 조경계 전반적인 사업이나 정책을 함께 논의하는 기구여야 한다. 아울러 각 단체별 정책 및 사업계획을 공유해 사업 추진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조경산업진흥법’ 같은 현안도 총연합회에서 추진했다면 더 큰 힘을 받았을 것이다. 여기에는 학계, 업계, 관계 등 모두가 참여해야하며, 이를 위해 환경조경발전재단에서 나서 주길 기대한다. 

국립현충원의 일본산 나무를 교체한다. 어떻게 보나? 
수종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현충원이 갖고 있는 상징성을 본다면 일본산 가이즈까향나무 교체는 당연하다. 우리학회에서 전통마을에 대한 용역을 수행하고 있는데, 마을에 외래수종을 제거하는 걸로 결정했다. 전통마을 이라는 특성을 감안한 결정이다. 일본산 수목이라는 이유로 무조건 제거해야한다는 건 아니다. 현충원이나 전통마을 같은 상징성과 특수성을 지닌 곳에는 우리수종으로 식재하는 게 맞다고 본다. 

정원관련법에 대해? 
정원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다. 우선 조경학회에 정원연구센터를 만들었다. 산림청에서 추진하는 정원사업을 방어하기 위한 대응차원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안다. 다만 정원에 대한 연구는 전통조경학회에서 해오던 주업무다. 우리에게 한번이라도 상의했거나 제안을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정원사업은 기본적으로 정원담당 부서가 있는 곳이라면, 문체부, 문화재청, 농림부, 국토부 등 어느 부처에서 추진해도 상관없다. 어차피 우리의 일이기 때문이다. 다만 산림조합 사업이 될 가능성이 큰 산림청의 정원사업만큼은 분명히 반대한다. 산림청에서 정원에 대한 마음이 있었다면 정원의 뼈대인 전통정원에 대한 학술용역이나 연구 등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선행됐어야 한다. 

▲ 안계복 (사)한국전통조경학회장

한국정원 활성화방안은? 
한국정원 활성화를 가장 빠르게 추진하려면 정부가 주도권을 쥐고 추진하면 되는데, 현실적인 한계가 많다. 우선적으로 법제도 마련이 가장 시급하다. 
2차 세계대전에서 패망한 일본이 자국민의 자긍심을 높이기 위해 해외에 일본정원을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그렇게 몇 십년이 지난 지금 미국에 조성된 일본정원은 300여개에 이른다. 2차 세계대전으로 패망한 일본이 정원으로 미국을 점령한 것이다. 뒤집어보면 우리 정부가 무엇을 해야하고,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해법이 나온다. 
설계자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한국전통정원에 대한 고정 틀을 깨야한다는 점이다. 해외에 조성된 모든 한국전통정원을 보면 방지원도에 정자가 들어간다. 그게 한국정원의 한계다. 그 틀에서 벗어나야 전통정원과 현대정원이 결합한 한국정원의 모델이 만들어 질 수 있고, 활성화 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전통정원은 방문자 눈이 아닌 조형자의 눈으로 봐야한다. 우리는 전통정원을 볼 때 조형자가 어떤 생각으로 만들었으며, 그 안에서 무엇을 했는지 등을 보면서 평가한다. 그런데 현대정원은 방문자 관점에서 정원을 바라본다. 그게 현대정원과 전통정원의 차이다. 
한국정원을 활성화시키려면 전통정원과 현대정원의 접목이 필요하다. 가령 전통정원의 요소를 가져와 현대정원에 접목시켜 한국정원으로 승화시켜야한다. 그에 대한 평가는 방문자 관점이 아닌 그 정원을 조성한 디자이너의 입장에서 봐야한다. 디자이너의 생각과 가치를 인정해 주고 존중해 줘야 하며, 그럴 때 한국정원은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다. 
한쪽에서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가이드라인을 만든다는 건 방지원도와 정자라는 틀을 고착화 시키겠다는 것이다. 그러면 한국정원의 발전이 없다. 

전하고 싶은 말은? 
우리의 전통정원은 문학과 결합되어 있다. 그래서 문화경관을 만들었다. 하지만 지금의 현대정원에는 문학이 없다. 그게 가장 큰 차다. 전통정원에만 매달려서는 안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전통정원의 요소와 현대정원을 결합하면 우리만의 한국정원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일본정원은 세계적으로 성공한 사례다. 한국정원도 성공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