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블가든

ㆍ작성일	2020-11-17 (화) 05:39
ㆍ분 류	용어

ㆍ조회: 706

기름부음

◆기름부음◆

라틴어	unctio
영어	anointing

   종교의식에서 사람이나 사물에 기름을 붓거나 바르는 것을 말한다. 이런 관심은 힌두교나 고대 그리스 및 로마의 제사 등 원시 종교에서 뿐만 아니라 근동(近東)지방의 여러 민족 사이에서 많이 보인다. 특히 근동지방의 올리브유 사용 관습은 매우 오래되었는데, 성서에서도 이런 도유(塗油)에 대한 언급이 많이 나온다. 팔레스티나지방은 아열대에 속하는데다가 여름에는 매우 건조하고 태양과 바람이 강하기 때문에 건강회복을 위해서라도 몸에 기름을 바르는 것이 필요했으며, 목욕한 뒤에 올리브유를, 때로는 방향(芳香)을 섞어서 몸에 발랐다(룻기 3:3, 에제 16:9, 다니 13:17, 시편 103:15). 반면에 슬픈 일을 당한 자들은 기름을 바르지 못했는데(2사무 14:2, 다니 10:3) 기름을 바르는 것은 기쁨의 표지였기 때문이다(이사 61:3, 마태 6:7). 또한 존경의 표시로서 주인은 손님의 머리에 기름을 발라 주었으며(마태 26:7, 루가 7:46, 시편 22:5), 손님의 발에 기름을 발라 주는 것은 헌신과 존경을 바친다는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루가 7:28 · 46, 요한 12:3). 여러 가지 기름이 상처를 치료하기 위하여 사용되었으며(이사 1:6, 마르 6:13, 루가 10:34), 시체를 매장하기 전에도 기름을 발랐다(마태 16:1, 루가 23:56, 요한 19:39).

   이런 일반적인 용도 외에 종교적인 목적에서 도유가 행해졌는데, 이는 어떤 사람이나 사물을 속(俗)의 영역으로부터 성(聖)의 영역으로 인도함을 의미하였다. 그래서 구약의 야곱은 그가 베델(Bethel)에 세운 기념주(紀念柱)에 기름을 발랐다(창세 28:18, 35:14). 그 밖의 종교적인 의미로 기름을 바른 사물로는 회의의 장막이나 그 안의 성스런 가구 또는 용구들이다(출애 30:22-30, 40:10-11). 사람에 대하여 기름을 붓던 것은 보통 고위 성직자나 예언자 그리고 즉위하는 왕에 대해서 만이었지만, 시편은 온 백성이 야훼에 의해 기름부어졌다고 노래함으로써 야훼와 이스라엘 백성의 특별한 관계를 이야기하고 있다(1사무 10:1, 16:13, 1열왕 1:39). 왕의 즉위식은 고위 성직자나 예언자에 의해 행해지는 이 도유식으로 의식절차가 마무리 지어지는 게 상례였는데, 이것은 그들이 새로운 왕의 머리에 기름을 부음으로써 그 왕은 성령에 의해 하느님의 선택을 받은 자로 세워지며, 하느님의 특별한 가호 아래 놓이게 된다는 이스라엘 백성의 특별한 믿음에 그 근거를 둔 것이다(1사무 24:7, 26:9 · 11 · 16 · 23, 2사무 1:14 · 16, 9:22). 그러므로 왕은 야훼의 뜻을 실현하도록 신성한 임무를 부여받은 지도자가 되는 것이다. 구약에서 사제나 왕이 하느님으로부터 특별한 은총을 받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상징이기 위하여 도유되었던 것과 같이 이스라엘 백성은 미래에 나타날 그들의 구원자를 ‘메시아’ 즉 ‘기름부어진 자’라고 불렀는데, ‘그리스도’(Christos)란 바로 이런 뜻의 그리스어형이다

   중세의 도유식은 성서적 전통에 그 기반을 두고 이집트와 가나안 전례에 의해 자극되어 왕이나 교황 및 황제의 즉위식의 중심 부분이 되었었다. 가톨릭 교회에서 성유(聖油)는 성세, 견진 및 신품의 세 성사식에 사용되는데 다른 목적으로는 병자성사에도 쓰인다. 그 외에 제단이나 종, 성구(聖具)들의 축성에도 이 기름이 사용되며, 이들의 종류에는 성 세라피온(St. Serapion, 4세기) 기념 성수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참고문헌] T. Godefroy, Le Ceremonial de France, 2v., Paris 1649 / M. Bloch, Les Rois thaumaturges, Strasbourg 1924 / H.G. Richardson, The Coronation in Medieval England, Traditio 16, 1960.
출처 : [가톨릭대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