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3권(73-89편) : 배반과 징벌의 역사, 성전 중심의 생활

다윗 이후 예루살렘 함락에 이르기까지의 국가적인 고난과 위기, 특히 북왕국 이스라엘의 함락을 가져온 아시리아 시대가 배경이다. 의인이 받는 고난, 하느님의 택하신 백성과 나라가 받는 고난이 배경이 되어 있으며, 고난 중에 구원을 간구한다. 시편 78편은 사마리아 성의 함락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아삽의 시편집(73-83) : 처음과 끝에 개인 탄원시(하나의 inculutio를 형성)

▶ 시편 73편: 왜 의인이 박해를 받아야만 하는가? 악인의 형통과 의인의 고난이 배경이 되어 있다(73,3-4). 하느님의 정의에 회의를 품었던 시편 기자는 인과응보가 마침내 이루어지며 하느님의 궁극적인 심판이 있을 것을 알게 된다(73,27-28).

▶ 시편74 원수들로부터의 구원을 호소 - 폐허가 된 성전을 애도

육신은 죽여도 영혼을 죽이지 못하는 사람들을 두려워하지 말라(마태 10,28)

▶ 시편75 주님은 위대하신 심판자

권세 있는 자들을 그 자리에서 내치시고 보잘것없는 이들을 높이셨다(루가 1,52).

알타스헷은 “멸망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멸망하지 않는다”는 멜로디에 맞추어 부르는 노래라는 의미다. 의인이 어려움을 당해도 완전히 멸망하지 않는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표제에 담고 있다.

“하느님, 언제까지나 적이 깔보아도 됩니까? 원수가 당신 이름을 끊임없이 업신여겨도 됩니까?(시편 74,10)”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처럼 하느님께서 정한 때가 되면 악인을 정의로 심판하실 것이라고 노래하고 있다(시편 75,3). 성전이 위협당하거나 파괴된 후에 하느님의 구원을 갈망하는 신앙인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서 기록된 것이다.

하느님의 심판은 악한 세력이 멸망하는 것을 의미하는 동시에, 하느님을 신실하게 믿는 사람들이 구원받고 회복되는 것을 의미한다

▶ 시편76 승리에 대한 감사 - 전쟁을 다스리는 분은 하느님

하느님께서 이루신 전쟁에 대한 승리를 묘사하고, 그 승리를 가능하게 하신 하느님을 찬양하는 내용이다. 전쟁의 상황과 연관이 있는 단어가 많이 사용되었다. 이집트를 탈출한 이스라엘 백성들이 정착한 가나안 땅은 강대국의 틈바구니에 놓여있었고, 그것 때문에 어쩔수 없이 전쟁의 소용돌이에 많이 휘말리곤 했다. 이스라엘 민족은 자신들이 믿는 주님이 모든 민족을 제압하고 전쟁에서 자기들을 구원해 주시는 만군의 하느님이라고 생각했다. ‘나의 반석’, ‘나의 피난처’, ‘나의 방패’, ‘나의 구원’ 등의 표현들은 하느님이 전쟁을 주관하여 이스라엘에게 승리를 주시는 분이라는 신앙이 기초가 되어 있다.

▶ 시편 77 “하느님께서 자기 백성을 영원히 버리실 것인가?”

시편 77편은 ‘셀라’라는 단어가 네 번 등장한다. 학자들은 두 번째 셀라를 중심으로 개인적인 내면의 고통을 이야기하는 탄식의 내용(1-10절)과, 우주까지도 아우르는 하느님의 권능을 노래하는 찬양의 내용(11-21절)이 결합되어 있다고 보고 있다. 선택받은 백성인 이스라엘 민족이 하느님께 던지는 질문을 담고 있다(8-10절). 과거에 하느님은 우리를 보살펴 주셨는데, 우리 조상들은 하느님의 인도하심으로 커다란 위기의 상황에서 건짐을 받았는데... 지금 우리의 상황에서 하느님은 왜 우리를 건져주지 않으실까? 하느님께서는 영원히 우리를 버리실 것인가?

시인은 분명히 하느님께서 구원하시고 건져주실 것을 믿고 있지만, 현재 경험하고 있는 고난의 상황이 지속되면서 그러한 믿음이 흔들리기도 한다. 하느님께서 택하신 이스라엘을 이집트에서 탈출시키시고 그들을 끝까지 인도하시고 훈련시키셨던 것처럼 현재 당하고 있는 고난 역시 하느님의 도우심으로 넉넉히 이길 것을 기대하고 있다.

▶ 시편78 구원의 역사 - 요약된 이스라엘의 역사

시편 78편은 전체 72절로 구성된 긴 분량으로 마치 한편의 서사시를 보는 것처럼 자신들의 역사를 돌아보고 그 가운데 활동하시는 하느님을 찬양하고 있다. 이스라엘 민족은 조금 독특한 역사의식이 있다. 학교에 들어가서 처음 배우는 내용은 “우리 민족은 과거에 이집트에서 종살이를 하던 민족이었습니다”라는 내용이다. 이집트에서 노예생활을 하는 별볼일 없는 민족이었는데, 하느님께서 모세를 통하여 해방시켜주셨다는 것이 그들의 신앙고백인 동시에 교육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어려서부터 자기 민족과 주님 하느님과의 관계를 가르치고 있다.

시편 78편은 이스라엘의 역사를 하느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을 구원하신 일보다 이스라엘 백성이 구원의 은혜를 베풀어주신 하느님께 어떤 자세를 가졌느냐를 중심으로 역사를 소개하고 있다. 이스라엘 백성이 얼마나 하느님을 제대로 믿고 순종했느냐, 오히려 거역하고 불복하지는 않았느냐는 관점에서 이스라엘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구조

1-8절 : 서론 - 역사를 통해서 무엇을 배울 수 있는가를 알려주고 있다.

9-39절 : 광야에서 이스라엘 민족이 하느님을 거역함으로 하느님을 노하게 한 이야기

40-72절 : 이집트에서 가나안까지의 여정 속에서 베푸신 하느님의 기적, 그러나 여전히 하느님을 시험하고 반항했던 이스라엘 민족의 이야기

* 예수 그리스도를 믿은 우리는 과연 우리의 자손들에게 무엇을 물려주어야 할까?

▶ 시편79 “하느님 이름의 영광을 위하여” - 예루살렘의 애가

BC 586년 예루살렘의 함락과 같은 민족의 처참한 현실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하느님 현존의 상징이며, 이스라엘 종교의 근거인 주님의 성전의 파괴되고 예루살렘 성벽이 무너지고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가는 결과를 초래한 원인이 바로 이스라엘의 죄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았으니(5절), 하느님께서는 이제 그만 진노를 거두어 주시기 바란다.

역사적으로 참담한 현실 앞에서 좌절하지 않고 하느님의 자비에 의지했다. 그런데 이처럼 하느님의 자비에 의지하면서 하느님께 이스라엘 백성을 다시 세워주시기를 간구하는 목적이 지금의 삶이 힘들기 때문에 이곳에서 탈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하느님의 이름의 영광을 드러내기 위해서이다. 탄식으로 시작한 시는 하느님을 찬양하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이집트 땅에서 파라오의 억압에 눌려있던 이스라엘의 탄식을 들으시고 이집트 탈출을 이끄신 것처럼, 바빌론에 포로로 끌려간 모든 이스라엘 사람들의 탄식도 하느님께서는 반드시 들어주실 것 이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 시편80 “포도나무의 기도”

에프라엠, 므나쎄, 벤야민 지파를 언급(3절)한 것을 보고 많은 학자들은 북왕국 이스라엘이 아시리아 제국에 의해 멸망당한 역사적인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계약궤의 뒤를 따랐던 지파들이 언급된 것은, 하느님께서 과거에도 그랬듯이 지금도 우리보다 앞장서 나가실 것이고, 하느님의 뒤를 따르기만 하면 승리할 것이며,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에 들어갈 수 있다는 신앙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자신들의 처지를 포도나무에 비유하여 하느님께 기도하고 있다(9-20절). 하느님께서는 이스라엘이라는 포도나무를 이집트 땅에서 뽑아내어 가나안 땅에 옮겨 심고자 먼저 그 땅을 앞서 가셔서 가나안 땅을 고르고 가꾸셨다. 그런데 초토화된 이스라엘을 바라보며 다시 한 번 하느님의 자비하심에 호소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하느님께서 그렇게 정성을 들여서 가꾸신 포도나무라는 사실을 상기하면서 ‘하늘에서 굽어 살피시고’(15절) 자신들을 구원해 달라고 간구하고 있다.

▶ 시편81 “이스라엘아 들으라” - 계약의 장엄한 갱신

이스라엘의 절기 초막절배경으로 삼고 있다.

2-5절 : 먼저 하느님을 찬양.

6-8절 : 하느님께서 이스라엘에게 베푸신 은혜를 회상.

9-17절 : 이스라엘 백성들을 향해서 하느님의 말씀을 들으라고 선포하고 있다.

“이스라엘아 들으라!”(‘쉐마 이스라엘’)은 신명기 6,4-9을 연상시킨다. 유대인들이 아침과 저녁에 드리는 예배 때마다 암송하는 가장 중요한 기도다. 하느님께서 들려주신 그 말씀을 붙잡고 살았기 때문에 그들 자신들의 신앙을 지켜낸 것이다.

▶ 시편82 “참된 심판자 되시는 하느님” - 악한 심판자를 거슬러

‘신들의 모임’(1절) : 천상회의에 대한 개념은 고대 근동에서 자주 언급되는 개념이다. 각 민족은 다른 민족보다 우월하다는 것을 내세우기 위해서 자신들의 신이 천상의 회의에서 가장 높은 자리에 위치할 것이라고 주장하곤 했다. 그 경우에 그들의 한계는 각 민족들의 신은 자신들에게 할당된 민족만 관리하는 것으로 언급된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신학적인 세계관에서는 하느님께서 모든 민족을 다스리고 주관하는 만왕의 왕이시며, 가장 뛰어난 분이라는 세계관을 갖고 있다. 신들은 마치 ‘신적인 존재’와도 같이 절대적인 힘과 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사람들을 가리킨다고 볼 수 있다.

하느님께서는 이 땅의 통치자들이 ‘불공평한 판단’, 즉 불공정하게 재판을 하고 있을 뿐 아니라 ‘악인의 편’, 을 들고 있다고 책망하고 계신다(2-4절). 약한 이와 고아, 불쌍한 이와 가련한 이, 불쌍한 이는 각각 다르게 표현되어 있지만 모두 가장 힘이 없는 자들을 나타내고 있다. 하느님은 이 땅의 통치자들에게 최대한 인정해주고 있다(6절).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공평과 정의의 통치를 하지 못한다면 하느님께서는 그들을 심판하실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하느님께서 세상을 창조하신 후에 창세 1,28에서 이 땅을 다스릴 수 있는 지위를 허락해 주셨다. 다스림의 지위는 특정 계층, 계급에게만 주어진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주신 지위다. 나라를 다스리는 것도 통치이고, 가정을 다스리는 것도 통치이고, 나아가 우리가 맺는 모든 인간관계가 통치다.

▶ 시편83 저주시편 “참된 구원자 되시는 하느님”

아삽의 시 중에서는 마지막에 등장하는 시편이다. 불의한 세력에게 고통 당하는 것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약자로서 위기에 처한 상황을 잘 극복하게 해달라는 기도이며, 하느님께서 적대자들에게 본떼를 보여달라는 간구다.

하느님의 백성들을 대적하는 나라들 - 에돔, 이스마엘인, 모압, 하가르인, 그발, 암몬, 아말렉, 필리스티아와 티로, 아시리아 등 총 10개의 나라가 바로 하느님의 백성들을 멸하겠다고 동맹한 것이다. 이러한 다급한 상황에서 시인은 간절히 하느님께 기도하고 있다(6-8절). 위기의 순간에 보여주신 하느님의 능력을 기억하며, 그 하느님의 능력에 희망을 걸어본다(10-12절). 미디안인들과 시스라와 야빈에게 행하신 두 사건은 모두 열세였던 이스라엘 민족들을 하느님께서 개입하셔서 구원하셨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한 역사적 사건을 언급하면서 현재 열세인 상황에서 구원해 주실 것을 간구하고 있다. 오렙과 즈엡은 미디안의 제후(판관7,25), 제바와 찰문나는 미디안의 임금(판관 8장)이다.

시인이 이러한 기도를 드리는 최종적인 목적은 그들이 멸망을 통해서, 적들이 수치를 당함으로 하느님의 이름을 찾게 해 달라고(17절), 뿐만 아니라 하느님만이 온 세계의 주관자이심을 적대자들이 깨닫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있다(19절).

사도 바울로는 원수에 대한 자세를 일깨워주고 있다. “사랑하는 여러분, 스스로 복수할 생각을 하지 말고 하느님의 진노에 맡기십시오. ...악에 굴복당하지 말고 선으로 악을 굴복시키십시오”(로마 12,19-21)

▶ 시편84 주님의 성전에 대한 그리움

하느님의 집에서 하느님께 찬미를 드리는 것을 최상의 행복으로 고백

▶ 시편85 “생명을 회복시키는 하느님”

7절을 중심으로 전반부는 과거, 후반부는 미래를 이야기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신앙인들은 이스라엘의 역사가 인간의 힘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역사의 주인공이신 하느님에 의하여 움직인다고 고백했다. 지금의 이스라엘의 상황은 하느님에 대한 죄악으로 인하여 감히 하느님께 나서지도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느님께 감히 은혜와 구원을 베풀어 달라고 요청하고 있는 것은, 생명의 주인이신 하느님만이 이스라엘을 회복시킬 수 있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하느님이 역사에 개입해서 이스라엘을 회복시키시면 하느님께서 말씀하시는 것을 듣겠다고 노래하고 있다(9절).

하느님을 경외하는 것은 이스라엘의 지혜의 근본이 될 뿐만 아니라 이스라엘의 신앙과 경건의 기초가 된다. 이스라엘이 죄를 범한 역사는 언제나 하느님께 대한 경외심을 잊어버렸거나 이것을 무시했기 때문이다. 하느님의 구원의 은총은 하느님을 두려워하는 사람에게 주시는 하느님의 축복이다. 이 경외심이 나타나는 곳에 하느님의 영광이 드러나는 것이다(레위 9,23). 10절에서 “정녕 그분을 경외하는 이들에게는 구원이 가까우니 우리 땅에 영광이 머무르리라”라고 노래하고 있다.

▶ 시편 86 어려움 중에 있는 가난한 이의 기도

크게 보아 간청1(1-7절)-찬양(8-13절)-간청2(14-17절)의 구조를 지니고 있다. 고난에 처한 시인은 구원을 간청하기 위하여 자신의 처지와 기도하는 자세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하느님께 신뢰의 마음을 고백하며, 하느님을 찬미하고, 자기 고통의 직접적인 원인인 원수들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그러나 단순한 청원이 아니라 하느님께 확고한 신뢰심을 지닌 청원이다.

하느님께 처음부터 끝까지 2인칭으로 말씀 드리고, 자주(12번) 하느님 또는 주님 하고 하느님을 직접 부른다. 이는 시인과 하느님 사이의 밀접한 관계를 말해 주며, 청원의 절실함을 말해준다. 이러한 사실은 청원을 뜻하는 명령형이 자주 나옴에서도 알 수 있다.

영혼에 해당되는 단어 ‘네페쉬’는 본디 목구멍을 뜻하지만, 숨쉬는 인간, 생명을 지닌 인간,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목구멍으로 무엇인가가 지나가야 하는 인간, 무엇인가를 항상 필요로 하는 인간을 뜻한다.

충실하고 성실한 사람(하시드)과 종은 통하는 명칭이다. 종은 주인에게 충실해야하고 주인은 종의 생활과 생명을 보호해야할 의무를 지니고 있었다. 하느님께 청원을 드리면서 자신을 그 분의 종으로 고백하는 것은 고백과 동시에 하느님은 주인으로서의 의무를 채우시라는 간접적인 간청도 하게 되는 것이다. “신뢰하다”는 종으로서 하느님의 백성으로서 가장 기본이 되는 자세로 하느님께 대한 믿음과 구원을 베푸신다는 확신을 포함한다. “당신께서는 저의 하느님”은 계약에서 유래하는 말이다.

▶ 시편87 예루살렘은 만백성의 어머니

구약에서는 모든 민족에게 가서 복음을 전하라고 노골적으로 말하고 있지는 않는 것 같다. 그러나 하느님의 관심이 이스라엘 백성에게만 국한되지 않고 모든 이방민족에게까지 미치고 있다고 구약의 여러 곳에 기록되어 있다.

라합(4절)은 태초의 혼돈을 상징하는 바다괴물로, 여기서는 이집트를 말한다. 즉 이집트나 바빌론 같은 당시 이방인들과 심지어 이스라엘을 괴롭혔던 필리스티아와 티로, 에티오피아도 미래에는 구원의 백성이 될 수 있음을 노래한 것이다. 이러한 생각은, 하느님께서 다스리는 미래의 세계는 이 민족, 저 민족을 구분하지 않고, 모두가 다 하나가 된다는 사상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거기에서 태어났다’라는 표현이 세 번 반복해서 등장하는데, 하느님 나라의 시민권을 부여받는다는 말이다. ‘나의 모든 샘이 네 안에 있네’(7절)라는 표현은 세상의 모든 근원이 시온에 있다는 표현으로, 온 세상을 다스리는 분은 주 하느님이라는 것이다.

▶ 시편88 “절망 속에서 하느님께 부르짖음” - 병자의 기도

알 마할랏 르안놋 : 알 마할랏은 칠십인역은 고유명사로, 그리스어 번역과 예로니모는 “합창으로”로 옮긴다. 르안놋은 “대답하기 위하여”, “노래하기 위하여”, “억누르기 위하여” 등으로 옮길 수 있지만, 여기서는 구체적으로 무슨 의미를 지니는지 알 수 없다.

150편의 시들 중 가장 절망적이고 슬픈 시로 알려져 있다. 시인은 하느님으로부터 버려졌음에 대한 탄식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런데 더욱 안타까운 것은 자신을 버린 주체가 하느님이라는 사실 때문에 시인의 절망은 더욱 깊다고 할 수 있다.

구약시대의 사람들은 죽음보다 더 무서운 것이 하느님과의 관계의 단절, 하느님께 버림받는 것은 죽는 것보다 더 비참하다고 생각했다. 시인은 전쟁터에서 살육을 당하여 매장된 시체들과 같은 처지라고 한탄하고 있다. 하느님뿐만 아니라 사람들에게서조차 버림받은 것이다. 그 어떤 구원의 가능성도 없는 것 같은 절망적인 상태다. 시인은 이러한 상태에서 오로지 하느님께 부르짖고 매달린다. 이 시에는 자신의 믿음과 신앙에 대한 확신이 없다. 그저 자신이 처한 상황 속에서 처절하게 울부짖을 뿐이다. 시인의 울부짖음이 우리의 마음에 깊은 공감대를 형성하며, 우리의 마음을 위로하고 있다. 왜냐하면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울부짖는 기도를 외면하지 않으시기 때문이다. 시인은 하느님과 사람들에게 버림을 받은 것 같은 절망 속에서도 기도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그러나 주님, 저는 당신께 부르짖습니다. 아침에 저의 기도가 당신께 다다르게 하소서.(14절)”

신약의 시대에 하느님에게 완벽하게 버림받은 분이 있다. 예수님은 하느님의 명령에 순종하여 십자가를 지셨지만, 십자가 위에서 그는 처절하게 하느님께 버림받았다. 뿐만 아니라 3년 동안 동고동락하면서 함께 하느님의 나라를 꿈꾸었던 제자들마저 모두 주님을 버리고 도망가고 말았다.

▶ 시편89 다윗의 집안에 내린 주님의 자비

에단은 1열왕 5,11과 1역대 15,17에 헤만(시편 88,1)과 함께 언급된다

하느님과 다윗과의 계약, 그리고 그의 후손에 대한 약속을 기억한다(3-4). 후대의 왕이 범죄할 때에라도 다윗과의 계약은 파기하지 않으실 것이다(27-37). 그러나 이스라엘 백성은 열방의 공격으로 왕이 곤경에 처함을 슬퍼한다(49-51).

하느님의 자애와 성실하심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자신들이 선택받고, 하느님과의 계약을 통해 다윗 왕조가 세워진 것도 하느님의 성실하심과 자애의 결과라고 믿었다. 하지만 이스라엘의 왕들과 백성들은 인자하시고 성실하신 하느님을 거역했기 때문에 ‘바빌론 유배’라는 엄청난 징계를 받은 것이다. 많은 이스라엘 백성들은 다윗 왕조인 유다 왕국이 바빌론에게 멸망당하는 것을 보고, 이제는 하느님께서 다윗과 맺으신 계약이 끝났다고 생각했다. 시인은 그 계약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믿고, 그 계약에 대한 하느님의 성실하심을 다시 보여주실 것을 기도하고 있다.

하느님의 신실하심은 징계의 채찍으로 나타나고 있다(31-33절). “주님께서는 사랑하시는 이를 훈육하시고 아들로 인정하시는 모든 이를 채찍질하신다(히브 12,6)”고 말하고 있다. 하느님의 징계의 채찍이 임하더라도, 그것이 하느님의 계약의 파기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하느님의 계약은 영원한 계약이기 때문에 결코 깨질 수 없는 계약이다. 시인의 기도에 대한 궁극적인 응답을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에게서 찾아볼 수 있다. 하느님께서는 언약하신 대로 다윗의 후손 가운데서 구세주 예수를 보내 주셨습니다(사도 13,22-23).

우리는 어떠한 일이 있어도 낙심하거나 좌절하지 말고, 시인이 고백했던 것처럼 “주님께서는 영원히 찬미받으소서. 아멘, 아멘!”을 우리의 삶 속에서 고백할 수 있어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