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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시오 디비나
Lectio Divina(거룩한 독서, 聖讀) 1. 서론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신자들에게 성서를 자주 읽도록 권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오늘날 현대에 가톨릭 교회의 고대 수도승의 전통을 따르는 Lectio Divina(이하, L/D로 표시)가 관심과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L/D는 성인전이나 신앙서적등 다양한 책들이 아닌 오직 성서가 대상이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이야기하는 ‘성서독서’는 단순한 의미의 성서봉독을 의미하지만, L/D는 이것을 훨씬 뛰어넘는 광의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수도승들에게 L/D는 하느님과의 만남을 가능케 하는 중요한 안내자였다. 2. Lectio Divina의 기원 가톨릭 교회 이전의 유대인들에게서도 이미 성서를 진지하게 읽는 전통이 있었다. 그들은 공적인 전례에서 하느님 말씀을 읽고 묵상(느헤8,1-8)하였다. 자주 회당에 모여 율법을 읽고 경청하였다. 꿈란 공동체에서도 하느님의 말씀을 필사하며 소중히 전해주었다. 루가복음 4장에 보면 예수 역시 나자렛의 회당에서 이사야서를 읽었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디모데오 후서 3,14-16을 보면 초대교회도 그 영향을 받아 신자들의 모임에서 성서를 진지하게 읽었음을 알 수 있다. 교부들은 기도와 하느님 체험을 위한 방법으로 성서를 읽기를 강조하였다. 특히 식사중에 성서를 읽는 전통은 깝바도키아 교회에서 비롯된 것이다. 예로니모 성인은 “성서를 모르면 그리스도를 알 수 없다”고 강조할 정도로 성서읽기를 중요하게 생각하였다. 이 시기에 나타난 수많은 은수자와 독수자들은 특별히 주목할만한 일이다. 은수자(eremita)는 독수자(anachoreta)와 거의 같은 뜻으로 씌이지만 수도장소로 구별된다. 독수자는 교회나 사람들이 몰리는 건물에 딸린 독방에서 수도 생활을 하는데 반해, 은수자는 사람들로부터 멀리 떨어진 사막에서 은둔생활을 한다. 성 안토니오나 그밖의 많은 은수자들은 하느님과 하나된 삶을 살기 위해, 그리고 세상을 떠나 세상이 주지 못하는 고요와 평온을 찾기 위해 사막에서 홀로 수십년간을 기도와 고행과 참회의 삶을 살았던 것이다. 그리고 공동 수도생활의 창시자, 즉 “회수도자”(회수자) 였던 성 빠꼬미오는 성서읽기와 암기를 강조하였다. 성 빠꼬미오의 공동체는 여러곳에 수천명에 이르는 수도회를 세웠다고 한다. 그리고 “누구든지 성서를 읽고 묵상하지 않으면 수도원에 있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하였다. 수도생활을 지탱해주는 세가지 요소는 “기도”, “일”, “L/D”였다. 그런데 한때 번영을 이루었고 교회의 상징이었던 끌뤼니 수도원이, 부를 축적하면서 “일”을 하지 않고 고용한 인부들이 일을 맡아하게 되었다. 그리고 수도자들은 기도에 전념하였으며 “L/D”도 소홀이 하게 되자 결국 균형이 깨져 오래 버티지 못하고 붕괴되었다. 그래서 끌뤼니 수도원은 한때 교회 성장의 상징이었으나, 후에는 교회 쇄신의 상징이 되었다. 그 뒤에 나타난 시토회는 “기도”와 “일”과 “L/D”의 조화를 시도하였다. 그래서 지적이고 학문적인 성서접근을 거부하였다. 오직 단순하게 성서를 읽고 묵상하는 “L/D”를 추구하게 되었다. 그러나 교부시대 이후 성서의 거룩한 독서는 그리스도교 공동체에서 서서이 멀어지게 된다. 근대 이후에 거룩한 독서는 위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근대 이후에는 탁발승들이 출현한다.(프란치스코회, 도미니꼬회...) 그들은 말씀읽기(L/D)보다는 말씀에 대한 Schola 신학에 입각한 학문적인 성서접근을 시도한다. 결국 서서이 마음으로 성서읽기(L/D)의 수행은 사람들에게서 잊혀지게 된다. 그리고 근세기 이후에 등장하는 역사 비판적인 성서연구의 흐름에 밀려 수도승들의 전통을 따른 거룩한 성서독서(L/D)는 교회 전통 안에서 밀려나게 된다. 그러나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안에서, 교회의 전통 안에 있던 거룩한 성서독서에 대한 관심이 새롭게 등장하게 된다. 복잡하고 과학적이며 학문적인 역사비판적인 연구의 한계를 절실히 체험한 결과이다. 즉 성서를 학문적으로 이해하는 역사 비판적 연구는 말씀의 신비와 살아있는 하느님의 말씀을 생동감 있게 이해하기 보다는 단지 지적인 궁금증을 해결해줄 뿐이었다. 그러므로 단지 머리로만이 아니라 살아있는 말씀의 신비를 생동감있게 체험할 수 있는 단순하면서도 전통적인 방법 L/D에 대한 관심이 날로 높아져가고 있는 추세이다. 3. 성서에 대한 두가지 접근방법 1) 학문적 접근 성서학자들의 방법이다. 언어학, 고고학, 역사학, 철학 등의 학문의 도움을 받아 지성적으로 성서를 분석하고 이해하는 방법이다. 오늘날 이 방법을 통해 실제로 성서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졌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 방법은 말씀이 담고 있는 의미를 소홀히 한다. 지적으로만 성서에 접근을 하면 결코 주님을 만날 수 없을 것이다. 토마스 머튼은 일찍이 “학문적 만남은 더 깊은 하느님과의 만남을 위한 준비단계일 뿐이다”라고 하였다. 2) 수도승 전통의 접근(Lectio Divina) 성서를 머리로가 아니라 하루하루의 삶 전체를 통하여, 그리고 우리의 전 존재로 읽고 반복하여 새김질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성서독서는 1)자신의 온 힘을 집중하여 성서를 주의깊게 읽는 것이다. 2)독서는 단순히 눈으로 읽는 것이 아니라 소리를 내어 읽고 자신의 소리를 듣는다. 3)독서는 성서를 주의깊게 관찰, 조사, 고찰하는 것이다. 이와같이 소리내어 성서를 읽고, 읽은 하느님 말씀을 듣고 마음속에 간직하는 것이다. 베네딕도 수도회는 공식적으로 오침을 취할 수 있었는데, 오침을 취하지 않고 독서를 할 수 도 있었다. 그런데 수도회 규칙서에 보면 독서를 할 경우에는 오침을 취하는 수도자들을 방해해서는 안된다는 규칙이 있다. 이를 보면 당시 성서독서는 반드시 소리를 내어 읽었음을 알 수 있다. 호주의 한 트라피스트 회원인 ‘마이클 캐쉬’는 “성서는 시를 읽는 것과 같다”고 하여 천천히 소리를 내어 시를 읽듯이 읽어야 한다고 하였다. ◈ 침묵 ◈ 수도회 전통은 불필요한 말과 한담, 웃음을 금기시 한다. 혼자 조용한 곳을 찾아 작게 소리내어 성서를 읽는다. 수도회에서는 이 때 한두명의 장로를 파견하여 순회하면서 올바른 성서독서를 하도록 관리한다. ◈ 들음 ◈ 베네딕도 수도회 규칙서의 첫머리에는 “들어라. 아들아!”로 시작한다. 성서를 읽으면서 자신의 목소리를 통해 들리는 하느님 말씀을 듣는 것이 중요하다. 聖人에서 聖자를 보면 耳와 口자의 결합을 볼 수 있다. 즉 성인은 잘 듣고 잘 말하는 자라는 뜻이다. 성서를 읽으면서 듣는 것이 Key-point이다. 성서를 읽는 시간은 단순히 읽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의 음성을 통해 하느님 말씀을 듣는 시간인 것이다. ◈ 기억 ◈ 초기 수도승 전통은 ‘기억’을 강조한다. 하느님께 대한 잘못된 이미지는 잘못된 길로 떨어지게 한다. 성 요한 까시아노는 똑같은 항아리에 무엇을 담느냐에 따라 그 용도가 달라진다고 하였다. 즉 오물을 담는 항아리는 쓰레기통에 불과하고 황금을 담는 항아리는 보물상자인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기억은 ‘만나’를 담는 항아리”라 하였다. 성서독서는 우리의 기억을 통해 기도와 묵상과 관상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 성령 ◈ 성령만이 말씀의 심오한 신비를 깨닫게 해주신다. 그러므로 성령께 도움을 청하는 기도는 성서 독서에서 참으로 중요한 것이다. ◈ 시간 ◈ 하느님의 말씀을 듣기 위해 여유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암브로시오 성인은 “왜 당신은 성서를 읽기 위해 자유로운 시간을 그분께 봉헌하지 않습니까? 왜 그분께 귀 기울이지 않습니까? 우리가 성서를 읽는 것은 그분께 귀 기울이는 것입니다” 하였다.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소리를 내어 성서를 읽는 것은 자신의 목소리를 통해 하느님의 말씀을 듣는 것이다. 즉 단순히 읽는 것이 아니라 주님의 말씀에 귀 기울이는 것이다. 독서를 위해 따로 떼어진 여여한 시간이 필요하다. 이 시간은 하느님께 봉헌된 시간이다. 하루에 20-30분이라도 성서를 읽어야 한다. ◈ 장소 ◈ 사람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므로 성서 읽기에 좋은 장소를 단정지어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누구든지 방해받지 않는 조용한 곳이 좋을 것이다. 마태6,6의 말씀처럼 “기도할 때 골방에 들어가 문을 닫아걸고....” 여기에서 골방은 마음의 깊은 내적인 상태를 의미한다. 그리고 문을 닫아건다는 것은 외부와의 통교를 단절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외부와 단절된 내적 고요함이 유지되는 장소가 중요하다. 이 장소는 영적인 투쟁의 장소이며 하느님을 만나는 장소이다. 구약성서에 나오는 베델(야곱이 하느님을 만난 거룩한 곳. 꿈에서 천사들이 층계를 오르내리는 것을 목격한 곳...-창세28,19)이다. 하느님을 만나는 그곳이 바로 새로운 베델이다. 그곳은 호세아 예언자가 말한 ‘빈들’(호세아2,16)과 같다. 하느님은 우리를 빈들로 불러내어 사랑을 속삭이신다. 빈들은 겉보기에는 적막하고 쓸쓸한 곳이지만 하느님을 만나는 장소이다. 외부와 단절된 조용한 곳은 답답하고 적적한 곳이지만 하느님을 만나는 장소이다. 4. 수도승 전통 안에서의 단순한 성서묵상과 반추기도 1) 정의 반추기도란 반추동물이 삼킨 음식물을 토출, 재저작, 재혼합, 그리고 재연하 함으로써 자신의 살과 피가 되게 하듯이 하느님의 말씀을 이와 같은 방법으로 온전히 나의 것이 되게 하는 독특한 수행이다. 고대 수도자들은 성서의 말씀을 소리 내어 읽고 들으며, 그 말씀을 기억해 두었다가 일터에서 혹은 혼자 산책하거나 기도할 때 그것을 토출해 내어 신,망,애 안에서 천천히 되씹고, 마음에 재연하 시킴으로써 그 말씀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이것이 바로 수도 전통 안에서 행해져 온 단순한 성서묵상법인 반추기도이다. 다시 말해, 말씀을 천천히 되새김으로써 그 말씀이 내 안에 생생히 살아 현존하게 하는 수행이 바로 반추기도인 것이다. 2) 배경 고대수도자들은 한 순간도 성서 말씀이 그들을 떠나지 않도록 노력하였다. 그들은 일하는 동안에도 계속해서 성서의 어떤 구절을 중얼거림이나 암송의 형식으로 묵상하였다. 이렇게 수도자들은 성서의 한 말씀을 온전히 자기 것이 되도록 그 말씀을 끊임없이 되새기고 맛보았다. 바로 이 되새김이 수도 전통 안에서 행해진 독특한 묵상 방법이다. 이러한 독특한 수도자들의 묵상 수행은 중세기까지 계속 이어져 내려왔지만, 불행하게도 그 이후에 조금씩 사람들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지게 되었다. 특별히 르네상스를 거치면서 더 합리적이고 체계적인 여러 묵상 방법들이 널리 확산됨으로써(예, 이냐시오 묵상법...), 이전의 단순한 묵상에 이성적이고 추리적인 요소들이 더 많이 첨가되게 되었다. 그 이후 묵상과 되새김은 점점 더 분리되어 버렸고, 그 결과 수도 전통 안에서 단순하게 그리고 독특하게 행해져 오던 성서 묵상에 대한 구체적인 수단인 되새김 수행(반추기도)이 거의 잊혀지게 되었다. 3) Lectio Divina와 반추기도 렉시오 디비나(Lectio Divina)는 독서, 묵상, 기도, 그리고 관상의 네 단계로 전개된다. 여기에서 반추기도란 고대 수도자들이 행했던 두 번째 단계인 성서 묵상의 단계를 말하는데, 이것은 바로 첫 번째 단계로부터 오게 된다. 오늘 날 여러 다양한 묵상 방법들이 제시되고 있지만, 그 가운데 어떤 방법들은 전혀 성서에 기반을 두지 않은 것들도 있다. 이것들은 자칫 신자들을 현혹시키거나, 혹은 실재보다는 현상에 더 주목하게 할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이에 반해 반추기도는 언제나 하느님의 말씀인 성서를 중심으로 한다. 렉시오 디비나의 첫 번째 단계인 ‘성서독서’ 없이 ‘성서묵상’, 곧 ‘반추기도’는 있을 수 없다. 이처럼 ‘성서독서’나 ‘성서묵상’은 분리되지 않고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4) 반추기도의 방법 묵상하려는 성서구절을 미리 선정한다. 몸과 마음을 바르게 하라. (1) 자세 : 반가부좌, 혹은 결가부좌나 그밖의 편리한 형태를 취해도 좋다. 척추를 곧게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2) 호흡 : 깊은 호흡이 중요하다. 복식호흡, 단전호흡 등이 도움이 된다. 동방의 교부들은 호흡의 중요성을 특히 강조하였다. 시선은 감거나 살며시 뜬 상태로 아래를 향한다. (3) 마음 : 조급하거나 인위적으로 하려는 생각을 버리고 마음의 평온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척추가 곧으면 내장의 압박이 사라지고, 피로가 적고, 마음의 평온을 유지하기 좋다. 마음을 잘 다스려야 고요함을 간직할 수 있다. 여기에서 동양적인 수행방법은 도움을 줄 수 있다. 하느님의 현존을 의식하라. 성령께 도움을 청하라. 성서 말씀을 천천히 반추하라. (1) 선택된 성서구절을 떠올려라(토출). 아침에 메모지에 묵상할 구절을 적어 꺼내보면서, 하루동안 혹은 일정기간 동안 계속 묵상한다. (2) 성서 구절을 되씹어라(재저작/재연하). (3) 성서구절을 마음에 간직하라(재연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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