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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해석학의 위기와 새 소명
성서해석학의 위기와 새 소명 Biblical Hermeneutics in Crisis and Its New Vocation 김 이 곤 (한신대 신학대학원장) 들어가는 말 1999년은 2000년대로 넘어가는 마지막 한 해다. 최근 우리들 사이에서 자주 회자(膾炙)되는 말은 "패러다임의 전환"(paradigm shift)이라는 말이다. 이것은 또한 새 시대를 위한 "새 패러다임"이 특별히 요구되는 시대에 우리 모두가 들어섰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시대가 바뀔 때마다 일어나는 "패러다임"의 전환 요구들은, 그러나, 그 근저에는 한 공통된 요구가 언제나 자리잡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그것은 "진실과 정직의 요구"라는 것이었다. IMF라는 새로운 충격이 한국사회에 요구한 것도 다름 아닌 "투명성의 요구"인 것은 확실하다. 그리하여, 새로운 패러다임의 설정을 요구하는 대부분의 요구는 다분히 종교적 성격을 가지게 된 것이다. 즉 성년된 세계들의 공통된 특징이 "정직과 진실의 요구"라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그런 말이다. 이것은 하나의 놀라움이다. 이러한 "전환요구"는 신학의 세계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오히려, 본질을 찾아가는 "신학 패러다임의 전환"에 관한 요구는 이 모든 전환기의 전위(前衛)에 서 있었다고도 하겠다. 다소 이상하게 들릴른지는 몰라도, 성서는 (특히 예언자적 외침들은 더욱 분명하게) 이러한 요구들을 가리켜 신의 명령(divine imperatives)이라고까지 주장하여 왔다. 성서는 본질상 스스로 규범적이 되려는 소위 "경전의식"(經典意識)이라는 것을 갖고 있다. 그러므로, 성서가 입고 있는 그 "경전문학"(經典文學)이라는 의상(衣裳)은 그 처음부터 (본질적으로) 이러한 "전환요구"를 필수적으로 전제하고 있었던 것이다(!). 성서는 하나님의 말씀이다. 그러나, 그것이 "어떻게" 하나님의 말씀이냐 하는 것이 문제이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를 신앙의 문제로 돌릴 수만은 없다. 왜냐하면, 성서는 신언(神言)을 담고는 있으나, 그러나, 성서의 문학 그 자체 또는 성서의 문자 그 자체가 곧 신언(神言)인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 사실은 누구나가 다 안다. 그러나, 성서의 문자와 문학 속에 담겨 있는 그 신언(神言)이 과연 무엇인지는 누구나가 다 아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성서해석학의 과제는 성서 문학 속에 담긴 신언(神言)을 들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써비스 학문"으로서의 기능을 수행하는 데에 있다. 그러나, 신학의 스승들인 구미의 성서학이 지금까지 추구해온 역사과학적 성서비평학들, 자료비평, 양식비평, 전승비평, 편집비평, 수사(rhetorical) 비평학 등등은 "신언"(神言)을 들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선교적 책임감"이 없이 순수하게(무색 투명하게)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분석에만 성서문학을 맡겨 두려고 하였는데(여기에는 일종의 대단한 학문주의적 자부심이 개재되어 있는데) 바로 여기서 일종 성서학의 막다른 골목(cul de sac)이라는 것이 나타났다(!!). 한국의 성서신학도 이 길을 그대로 답습(踏襲)하였다. 나는 이것을 감히 신학의 위기 또는 신앙의 위기라고 부른다. 한국의 성서신학은(구미의 성서신학도 함께), 이젠, 새 패러다임을 제시해야 할 절박한 시점에 서 있는 것이다. 1. 지나온 길 구미교회의 몰락은 세속도시의 열풍이 준 영향도 있지만, 신언(神言)을 찾는 성서해석학의 과제가, 까블러(J.P. Gabler)의 깃발이 채 내려지기도 전에, 어느 사이엔가, 학문주의적 회의주의라는 늪 속으로 실종(失踪)해 버린 그 실종의 영향이 훨씬 더 컸다는 것이 나의 판단이다. 한국교회에 이미 불기 시작한 이 몰락의 기운도 또한 다분히 성서해석학의 진정한 과제가 실종(失踪)된 거기서부터 불어온 것이라는 것이 나의 확신이다. 이러한 성서해석학의 실종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두 원인자(原因子)를 나는 (1) 근본주의자들의 문자주의 교조와 그리고 (2) 성서해석학적 사명감을 경멸하는 학문주의의 오만이라고 본다. (1) "가블러(Gabler) 이전으로 돌아가려는 비평학 이전적(以前的) 문자주의 교조"는 올바른 성서해석학의 과제를 막은 첫 번째 원인자(原因子)이다. 성서의 문자 그 자체가 "히에로스·로고스"(ieros logos)라고 보고 그 문자 자체로부터 하나님의 얼굴을 보려는 것은 "우리를 살리려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죽이려는 것"(고후 3:6 참조)으로서 비(非) 성서적이며 반(反) 성서적이라고 하겠다. 마르틴·루터(Martin Luther)는 아기 예수를 담고 있는 "구유"(manger)에 성서를 비유한 바 있다. 즉 구유가 곧 예수는 아니다. 그러므로, 구유를 예수로 보는 "비블리칼리즘"(Biblicalism)은 우상신앙이다. 성서 문자주의는 일종 이러한 오류를 범한 것이다. 이러한 "오류"가, 구미교회에서 그러했듯이, 한국교회에서도 교조의 권위를 배경으로 하여 치리(治理)의 칼을 든 이래, 성서해석학은 그 본연의 과제로부터 이탈하고 실종해 버리게 되었던 것이다. 최근 우리 교회들 안에 일어나고 있는 "성서공부 운동"은 전혀(!) 성서 해석학의 본연의 과제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으며, 일종, 상투적인 일과성(一過性) 교회교육 프로그램으로 처리되고 있다. 성서를 얼마나 많이 읽었느냐를 평가하는 그 통독회수와 그리고 성서의 내용을 얼마나 많이 기억하고 있느냐를 평가하는 그 암기의 정도에만 매달리는 그런 일로서는 성서를 통하여 하나님을 만나거나 하나님의 음성을 듣거나 하게 하는 성서해석학의 본연의 과제에는 결코 이르지 못한다는 데 문제가 있다. 기독교가 공적(功績) 추구의 "마술종교"로 전락하지 않게 하기 위하여서도 성서해석학 본래의 임무로 복귀하는 일은 시급한 과제라고 하겠다. 마땅히 우리는 이러한 현상을 신학의 위기 또는 기독교 신앙의 위기로서 인식하여야 한다. (2) 그러나, 이 보다 더 나쁜 상황은 오히려 성서비평학의 세계에서 전개되었다. 이른바, 18세기 계몽주의의 물결을 타고 들어와서 학문적 양심을 기치로 내어 걸고 교권에 도전했었던 저 역사과학적 성서연구는 성서해석학 본연의 사명을 수행할 수 있는 기초를 놓는데 지대(至大)하고도 결정적인 공헌을 하였다는 데에는 결코 이의가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신학적 미성숙과 무지로부터 연유된 문자주의적 과오란 어디까지나 본질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생겨난 하나의 역사적 필연으로 볼 수도 있으나, 역사비평학의 그 결과는 이보다는 더 큰 위기감을 조성하고 있는 것이 확실하다. 왜냐하면, 20세기 후반에 나타나기 시작한 공시적(共時的 ; synchronic) 성서연구가 비록 양식비평학을 그 정점으로 하는 통시적(通時的 ; diachronic) 성서연구의 약점(마일렌버그는 이 약점을 "쓰레기"라고까지 혹평한 그것)을 극복하기 위하여 나타나기는 하였으나, 그러나, 그것은 오히려 성서해석학의 본래적 과제로부터 더욱더 심각한 궤도이탈을 하고 있다는 것이 나의 판단이다. 자료비평학, 양식비평학, 전승비평학(편집비평학) 등등의 통시적(通時的) 성서연구는 성서본문에 대한 분석적 연구로서는 그 끝간데까지 다 갔다는 것이 성서학계의 일반적 느낌이다. 18세기로부터 20세기에 이르는 약 2세기에 걸친 그 많은 시간을 삼키면서 각고면려(刻苦勉勵)해 온 성서비평학은, 본 필자의 견해로는, 더 이상 찬사를 드릴 수 없을 정도의 찬사를 드려도 아깝지 않을 정도로까지 발전해 갔다고 생각하며 이러한 "통시적"(diachronic) 성서비평학의 약점을 극복하려고(?) 등장한 "공시적"(synchronic) 성서비평학의 출현도 또한 매우 시의적절한 출현이라고 본다. 그러나, 이러한 성서비평학이 성서해석학을 위하여 표준적인 방향제시를 하는 데 있어서는 지대한 공헌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비평학이 그리스도인의 신앙성장과 교회의 신학적 성장에 있어서는 공헌보다는 오히려 심각한 "걸림돌"이 되어왔었다는 것이 우리가 "지나온 길"에 남겨진, 깊이 반성해 보아야 할 족적(footprints)이라고 생각된다. 그 첫째는 성서비평학의 학문주의는 평신도들의 성서연구 의욕과 성서연구의 길을 차단했다는 것이고 그 둘째는 신학과 교회 사이의 성서신학적 교량을 끊어놓았다는 것이다. 성서비평학의 그 점증하는 전문성은 말할 것도 없고 성서비평학을 충동하는 학문적 회의주의(懷疑主義)는 평신도들로 하여금 성서에 대한 비평학적 연구를 금기(禁忌, taboo)시 하거나 아예 전문가들에게 모두 맡겨버리는 체념적 태도를 취하는 것을 오히려 신앙적 미덕으로 생각하게 만들었다. 이러한 현상은 구미 신학계에서 뿐만 아니라 한국교회에서도 나타났고 한국교회에서는 그 정도가 더욱 더 심화되었다. 이러한 현상은 또한 평신도 뿐만 아니라 목회자들의 세계에서도 나타나고, 심지어는 성서신학 이외의 신학장르(조직신학, 교회사, 윤리학 등등)에서 활동하는 신학자들의 세계에까지에도 나타났다. 성서비평학자들도 이러한 현상을 당연시하고 더 나아가서는 비평학자들 자신들만의 제국을 형성하여 마침내는 스스로 설교 비판가로서의 위세를 향유하기까지 하였다. 이것은 불행스러운 일이었다. 뿐만 아니라, 성서비평학은 또한 교회의 성서연구 프로그램과도 전혀 초연하게 되었고 교회의 성서교육은 성서적 신앙성장을 도모하기 보다는 교회의 프로그램 다양화의 구색 맞추는 일에 공헌하는 정도의 역할 이상은 더 이상 아무것도 하지 아니 하였다. 그리하여 교회의 성서연구 프로그램으로부터는 그 어떠한 신언(神言)도 들려오지 않게 되었던 것이다! 교회의 강단은 영해(靈解)나 알레고리적 해석의 매력에 의하여 찬탈 당하고 신도들은 신언(神言)을 듣는 "아픔과 기쁨"(회개와 구원)을 더 이상 기대하지 않아도 이젠 더 이상 아무런 문제가 없게 되었다. 이것은 불행스러운 일이었다. 신학교와 교회현장 시이의 소외현상도 이렇게 하여 매우 당연시되는 불행이 생겨나게 되었던 것이다. (3) 제3천년기를 맞는 우리로서는 이러한 "걸림돌"(stumbling block)들을 제거하고 성서해석학의 본래적 과제를 회복해야 할 절박한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교회선교의 차원에서는 이 과제란 더욱 시급하다. 세계는 빠른 속도로 성년화(成年化) 되어 가고 있으며, 따라서, 더 이상 교권과 신학의 권위가 ― 이것은 일종의 "거품"인데 ― 평신도 세계 위에 군림할 수는 없게 될 것이다. 우리(한국교회와 신학계)는 지금 거의 완벽하게(!) 구미 기독교 사회가 걸었던 그 전철을 밟아가고 있으며 동시에 구미 기독교 교회의 쇠잔현상도 또한 목도 예견하고 있다. 우리는 또 다시 더 이상 어리석을 필요는 없을 것이다. 2. 나아갈 길 (1) 21세기에 즈음하여 우리 한국의 신학계는, 더 이상 주저하지 말고, "패러다임 전환"을 시도해야 할 것이다. 성서해석학의 경우, 우리는 그 무엇보다 지금까지의 성서주석학과 성서해석학이 지녀온 그 "거품"을 우선 제거하여야 한다. 그 거품을 나는, 위에서도 변죽 울렸던 것처럼, ① 보수주의적 성서주의(biblicalism)의 배타적 태도와 ② 학문적 회의주의와 학문적 씨니시즘(cynicism)의 오만한 태도들로부터 보고 있다. 왜냐하면, "성서해석학"은 현학적(衒學的) 말잔치가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다. 시편 121편 시인은 노래하기를, "내가 산(山)들을 향하여 눈을 들리라. 나의 도움(구원)이 어디서 올까? 나의 도움(구원)은 천지를 지으신 야훼에게서 오도다"라고 하였다. 이 시인의 깨달음은 놀라운 것이다. 왜냐하면, 이 시인은 "도움"(구원)이 오리라고 예상하고 눈을 들어 향하였던 그 산(山)들로부터는 도움(구원)이 오지 않고(!) 오히려 그 산(山)들을 지으신 창조주 야훼로부터만 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성서주석학과 해석학을 하는 사람들의 경우에 있어서도 그 상황은 시 121편 시인의 것과 일치한다. 즉 성서라는 책(문서 또는 문학서)을 향하여 눈을 들고 구원을 열망하는 자들에게 성서해석학자들은 마땅히! 성서의 문학만을 잘 풀어 설명하려고 하거나 해석자 자신의 자화상만을 그려서 그것을 전하려 할 것이 아니라 성서문학 속에 담긴 "신(神)의 현실"을 밝혀내어 증언하려고만 해야 할 것이다. 산(山)은 산이고 물은 물일 뿐이라는 것과 구원은 그 산으로부터가 아니라 오직 그 산을 지으신 창조주로부터만 오는 것임을 증언해야 할 것이다. 이것은 근본주의적 문자주의자들의 경우만이 아니라 학문적 회의주의자들의 경우에 있어서도 꼭 같이 적용되는 것이다. 학문주의적 회의자들의 공통된 특성은 비평학 이전(以前)과 이후(以後) 사이에는 철저한 관계단절을 선포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후자의 것이다. 비평학자들은 비평학적 분석에만 관심한다. 이것을 흔히는 "디스트럭티브(destructive)한 방법, 해체주의적 방법이라고도 한다. 그들은 이 방법만이 학문성을 지닌다고 본다. 그러므로 "주석"과 "케리그마" 사이를 철저히 분리하고 "케리그마"는 말하지 말자는 것이다. 이러한 태도는 통시적(通時的) 접근법에서나 공시적(共時的) 접근법에서나 동일하게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후자의 경우가 좀 더 심각하다. 예컨데, 신문학비평학 또는 설화비평의 영역에서는 성서는 전적으로 셰익스피어의 "햄릿"이나 허균의 "홍길동전"과 동일 본질로 간주되고 "케리그마" 도출(導出)은 절대 사양한다. 기호학적 풀이나 설화비평으로부터 "케리그마"를 들으려고 하는 것은 그러므로 연목구어(緣木求魚)의 어리석은 행동에 불과하다. 왜냐하면, 이것은 성서해석학의 본래적 사명과는 정 반대의 방향에 서 있기 때문이다. (2) 그러므로 성서해석학의 본래적 목표를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하겠다. 물론, 성서문학이 양식비평학자들에 의하여 갈기갈기 분해, 해체되는 가위질을 당하는 것이나 신문학비평학자들에 의하여 엄격히 픽션화 된다고 하여도 그것이 문제될 것은 없다. 그러나, 성서해석학의 목표를 내어 버리는 것은 문제다. 성서해석학의 목적은 성서로부터 엄격한 분석, 해체, 구조화 작업을 통하여 마침내는(!) "신의 현실"(divine reality)을 증언하는 데 있다. 성서속의 "신의 현실"(구유속의 구세주 아기 예수)! 구약의 경우, 야훼의 현실! 그리고 신약의 경우, 예수 그리스도의 현실! 언제나 스스로 인간 삶의 유일한 "규범"(norm)이 되려는 [경전이 되려는] 경전의식을 갖고 있는 그 성서의 현실을 증언하는 일을 냉소적으로(cynically) 거부하는 학문주의적 오만은 새로운 세기(世紀) 앞에서 반드시 "패러다임 전환"을 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성서해석자는 이 목표를 실현하기 위하여 최대한 그 마음이 개방되어야 한다. 성서에 관한 주석들을 광범위하게 수렴하여야 한다. 이 경우, 본 필자는 차일즈(B.S. Childs)가 그의 {출애굽기} 주석서(The Book of Exodus. Philadelphia : The Westminster Press, 1974)에서 제시하였던 바, 포괄적 주석사(History of Exegesis)를 수렴하는 방법(구약의 문맥으로부터 미드라쉬[midrashic] 해석과 신약의 문맥, 교부, 종교개혁가, 그리고 현대 신학자들의 성서해석에 이르는 제[諸] 해석을 수렴하여 현재의 신앙공동체가 갖고 있는 신앙고백과 연결시키는 방법)을 통하여 감히 성서해석의 목표를 실현할 수 있는 최소한의 한 가능성 같은 것을 읽는다. 우리는 우선은 "겸손"하여야 한다. 성서로부터 신언(神言)을 들으려는 "신앙"이 필요하다. 많은 성서학자들은 이러한 제안을 비웃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성서적 신앙이 다가오는 세기(世紀)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가능성으로 보인다. (3) 이러한 맥락에서 나는 감히 성서해석학의 새로운 "영성"(pneumatikos : spirituality)이라는 것이 다가오는 세대에서는 절실하게 요청된다고 본다. 성서문학 속의 신의 현실(divine reality)이라는 것이, 그 다양한 시대적 배경과 그 다채로운 문학유형(특히 고대인들의 "설화" 기법)에도 불구하고, 철저히(!) 인간 구원을 지향하고 있는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는 이래, 인간 구원에 관한 신(神)의 메시지를 성서문학으로부터 추구하지 않는 성서해석학은 일반해석학에서는 가능하다고 하여도 신앙공동체를 전제한 성서해석학의 세계에서는 반드시 필요한 것은 결코 아니다. 교회를 교회되게 하라!(Let the church be the church!)라는 새 시대의 요구 앞에서 우리는 이제 성서해석의 새 패러다임으로서 성서해석자의 "영성"과 "소명감"을 요구한다. 나오는 말 성서해석학의 영역에서 말할 수 있는 새 시대를 위한 성서해석의 "새 패러다임"(new paradigm)이란 성서해석자의 "영성"(pneumatikos)과 소명감에 의한 성서해석이다. 가능한 모든 성서 비평학적 방법들이 동원되어야 한다. 이것은 우리의 "겸손"의 기본 자세이다. "양식비평"을 뱀과 전갈처럼 생각하거나 "설화비평"을 메피스토펠레스(Mephistopheles)처럼 생각하여서는 안된다. 성서의 하나님은 긍휼이 많으신 신으로서 모든 창조물의 창조자요 어머니시다(시 121:1-8). 아담과 하와의 낙원 추방으로부터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건에 이르는 성서문학의 이야기들은, 그러므로, 철저히 구원의 소식(케리그마)으로서 해석되기를 언제나 기다리고 있다. 기독교사상 481호 1999년 1월호 21-29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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