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루카 3,1-4,13 예수님의 사명 수행 개시

▷ 예수의 세례와 유혹사건의 의미

루카는 예수의 모든 활동을 성령의 이끄심 아래 이루어진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예수의 세례와 유혹당하심도 전적으로 성령의 인도하심에 따른 사건이다. 이 같은 성령의 활동은 사도행전에 가서 더욱 구체적으로 나타난다(사도2,1-36).

▶ 루카 3,1-20 세례자 요한의 설교 (// 마르 1,1-13)

▷ 루카 3,1-2a 세례자 요한의 임무와 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루카는 구세사적 성서적인 측면(3,2b)과 세속 역사적 측면(3,1-2a)을 조화시키면서 포괄적이고도 섬세하게 묘사한다. 당시 정치권력을 손에 쥐고 있던 인물들을 소개하여 당시 정치적 사회적 상황에 대한 지식을 제시한다. 세속 정치 권력 구조에 대하여 상세하게 묘사하는 이유는 구약성서의 관례에 따른 것이다. 구약성서의 소명사화에는 흔히 “어느 왕 어느 해에”라는 표현이 관례적으로 등장한다.

▷ 루카 3,2b-3 요한은 요르단강 일대를 두루 다니며 설교를 하였다.

요한의 선포는 우선 두가지 요소가 강조되었다.

“회개하여라” , 회개는 단순한 뉘우침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이전의 삶의 태도와 방향을 완전히 바꾸어 메시아의 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세례를 받아라” , 요한의 세례는 요르단 강물에 몸을 담금으로써 이루어졌다. 이 세례는 죄의 고백과 함께 이루어졌는데, 그것은 회개하겠다는 결심을 인정하는 표시였다. 동시에 세례를 받는 사람에게 하느님의 용서를 보증하는 표시이기도 했다.

▷ 루카 3,4-6 이사 40,3-5 인용

▷ 루카 3,7-14 심판이 임박

“도끼가 이미 나무뿌리에 닿아 있다” , 시간이 촉박하다. 회개는 절대로 늦출 수가 없다. 요한은 지금이 마지막 때이며 이제 곧 주님이 오시어 심판하실 것이라고 선포한다.

요한은 실천적 회개를 요구(세 부류의 사람들) 세례자 요한의 설교를 듣던 사람은 묻는다, “그러면 저희가 어떻게 해야 합니까?”

요한이 말히는 “회개의 열매들”은 모두 이웃인간들에 대한 태도에 관계된 것들이다. 회개는 형제적 나눔과 모든 불의함에 대한 포기를 요구한다. “옷을 두 벌 가진 사람은 못 가진 이에게 나누어 주어라 ...”는 자기가 꼭 필요로 하는 것보다 조금 더 가지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하는 말이다. 세리들과 군인들에게 그들이 갖고 있는 직업을 포기하라고 요구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들의 직책과 관련될 수 있는 갖가지 형태의 불의함를 청산하라고 단호하게 요구한다(미카 6,8 참조).

우리들도 각자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 , “내 자신의 직업과 신분에서 오는 위험과 유혹들은 무엇인가?”

구원에 이르기 위한 방법은 복잡한 것이 아니다. 그 길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것이다. 다 알고는 있는데 실천을 안 하기 때문에 문제인 것이다.

▷ 루카 3,15-17 요한은 메시아가 아니다

요한의 놀라운 언행에 감화된 사람들이 은근히 그가 메시야, 곧 그리스도가 아닐까 기대하고 있을 때 요한은 “나는 메시야가 아니오”라고 한다. 그는 자신은 다만 준비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분명히 밝히고 장차 오실 분을 가리킨다. 주인의 신발끈을 풀어 주는 것은 노예들의 일이었다. 요한의 세례는 회개의 세례, 즉 물의 세례였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성령과 불로 세례를 베푸실 것이다.

▷ 루카 3,19-20 요한이 옥에 갇히다 (마태 14,3-4 ; 마르 6,17-18)

루카는 세례자 요한의 체포에 관계된 이야기를 다른 복음서보다 짧게 전하고 있다.

헤로데 안티파스는 원래 나바테아 왕국의 아레타스 4세의 딸을 아내로 데리고 살았으나, 배다른 형제 필립보의 아내 헤로디아와 불륜의 관계를 계속해왔다. 요한 세례자가 그것을 비판하자 헤로데 안티파스는 그를 마캐루스 요새에 가두었고, 결국 처형하였다. 세례자 요한은 율법에 저촉되는 헤로데의 부도덕한 생활(레위18,16; 20,21)뿐 아니라 그가 저지른 모든 악한 행위에 대해 비판했다.

이제 요한은 퇴장하고 예수님이 등장하신다. 약속의 시대가 끝나고 성취의 시대가 도래한다.

“그분은 더욱 커지셔야 하고 나는 작아져야 한다.”(요한3,30)

▶ 루카 3,21-22 예수님의 세례

예수님의 세례 역시 다른 복음서와는 달리 매우 간략하며, 스쳐가는 투로만 언급된다. 예수께서는 마치 죄인인 양, 평범한 사람들 틈에 끼어 죄의 용서를 위한 회개의 세례를 받으셨다.

자신을 낮추시는 예수님의 모습과 영광이 삼중으로 표현된다.

(1) “하늘이 열렸다.” 유대인들은 마지막 때에 하늘이 열리리라고 기대하였다(이사야 64,1).

(2) “성령께서 비둘기 같은 형체로 그분 위에 내리시고” 비둘기는 종교적으로 중요한 상징을 지니고 있다. 창조사업이 시작되었을 때 하느님의 영이 물 위를 휘돌고 있었다.

(3) “너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예수의 세례 이야기에서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다. 하늘에서 울려오는 소리는 예수가 누구신지를 계시해주며, 이는 구약에 뿌리를 두고 있다. “너는 내 아들. 내가 오늘 너를 낳았노라.”(시편 2,7; 이사 42,1)

예수의 세례사건을 분기점으로 새로운 구원의 역사의 서막이 오르게 된다.

▶ 루카 3,23-38 예수님의 족보

루카 복음과 마태오 복음은 예수의 족보를 소개하는 위치와 방식에서 차이를 보인다.

마태오복음은 첫 부분에 아브라함에서 마리아로 내려오는 하강형으로 족보를 소개한다. 반면 루카복음은 예수가 광야에서 세례를 받은 다음 족보를 소개하는데, 그 형식도 예수에서부터 거슬러 올라가는 상승형을 취한다. 이 족보는 아담에게까지 이르는데, 루카 사가는 아담을 가장 높은 자리에 두고 그를 '하느님 아들'이라 칭한다. 이는 이방인을 포함한 우리 모두가 하느님 자녀라는 보편주의를 적용한 것이다. 족보를 예수의 세례 사건 이후 소개한 것은 모든 믿는 이들이 세례로 성령을 받음으로써 참다운 하느님 자녀로 거듭날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예수님께서는 서른 살쯤에 활동을 시작하셨는데...” , 예수님이 서른 살이 되었다는 것은 실제 나이라기보다는 메시아로서의 직무를 시작하셨을 때는 옛 예언자들처럼 나이가 다 차셨다는 것이다.

루카는 예수님의 기원을 아담과 하느님까지 소급한다. 루카복음이 제시하는 족보에는 77명의 사람들이 나온다. 이 숫자는 실제숫자가 아니라 보편성을 가리키는 상징적인 숫자이다.

이 족보에는 예수님을 제외하고 77명의 이름이 제시된다. 루카복음의 족보는 마태오 복음의 족보와도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마태1,1-17). 예를 들면 루카 3,23에서 예수님의 할아버지 이름이 엘리인데, 마태 1,16에서는 야곱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 족보는 역사적인 기록이라기 보다는 루카의 신학적 의도로 편집된 기록이다. 예수께서 아담, 아브라함, 이사악, 야곱, 다윗을 위시한 이스라엘의 저명인사들의 후손이심을 강조함으로써, 그분이 메시아이심을 사람들에게 인식시키기 위해 이 족보를 편집한 것이다.

▶ 루카 4,1-13 광야에서 유혹을 받으시다 (마태 4,1-11 ; 마르 1,12-13)

유혹 이야기는 예수님의 소명을 이해하는 데 꼭 필요한 대목으로서, 바로 다음에 그분 소명의 본 내용이라 할 수 있는 첫 설교를 소개한다(마태 4,17; 마르 1,15; 루카 4,18-19). 공관복음 은 예수님의 소명 이야기를 따로 다루지 않고, 세례와 유혹과 첫설교를 하나의 소명 과정처럼 제시한다.

루카는 예수님과 교회의 삶에서 성령의 역할을 다른 복음서 저자들보다 더 강조한다. 세례 때에 내린 성령의 이끌려 예수께서는 광야로 가셨다.

▷ 광야는 ① 준비의 장소 ② 정화, 시험의 공간으로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곳, 출발점, 오직 하느님만을 바라볼 수 밖에 없는 곳, 시험과 유혹의 장소 -악마와 천사가 공존

▷ 사십일 , (한 세대가 지속되는 기간을 뜻하기도 하는) "사십"은 정확한 날수보다는 매우 긴 기간을 가리킨다.(창세 7,4; 탈출 24,18). 여기에서는 모세가 산 위에서 지낸 기간을 상기시키는 것이거나(탈출 34,28, 신명 9,9.18), 또는 엘리야가 걸어간 사십일처럼(1열왕19,8), 이스라엘이 광야에서 지낸 사십년을 (민수 14,34) 상징할수도 있다

▷ 악마(그리스어로 디아볼로스)는 분리하는 자, 방해하는 자, 장애물을 놓는 자를 뜻한다. 악마는 의인들이 하느님으로부터 분리되어 떨어져 나가도록 유혹하는 세력을 상징한다.

<세 가지 유혹>

마태오 복음과 루카 복음에서 두 번째와 세 번째 유혹의 순서가 다르다. 마태오는 산에 특별한 의도를 두었다. 예수님의 가르침은 주로 산 위에서 이루어지고(산상설교), 부활하신 예수께서 아버지 하느님에게서 받은 하늘과 땅의 모든 권한을 제자들에게 나누어주신 것도 산 위에서였다(마태 28,16-20). 반면에 루카는 성전이 있는 예루살렘을 중요하게 부각시킨다. 예수님의 길은 갈릴래아에서 시작하여 사마리아를 거쳐 예루살렘에서 완성되고(루카복음), 교회의 길은 예루살렘에서 사마리아를 거쳐 로마로 이어진다(사도행전).

그래서 마태오는 마지막 유혹 장소를 산으로, 루카는 성전으로 정한 것이다.

	악마		예수님
	하느님의 아들이라면~	유혹내용	하느님의 말씀으로 응답
유혹1	빵이 되라고 말	식욕 =육체의 온갖 욕망	먼저 아버지의 말씀을 듣는데 있다(신명 8,3)
유혹2	경배 (완전한 복종을 의미)	권력욕	우상 숭배(신명 6,13)
유혹3	성서에 이렇게 기록 (신학적 도전)	자기 과시욕	하느님을 시험하지 마라. 성경의 올바른 해석(신명 6,16)

예수께서 유혹을 받으시는 장면은 상징적이다. 그 유혹은 예수님께서 온 생애 동안 부대끼고 극복하셔야 할 온갖 난관을 요약하고 있다. 예수께서 광야에서 40일 동안 악마에게 유혹을 당하신 것도 하느님의 아들로서 그분의 뜻을 세상에 펼쳐나가기 전에 치러야 할 시험이라 할 수 있다. 이스라엘 백성은 시험에 실패했지만, 예수께서는 시험을 훌륭히 통과하신다.

예수께서는 악마의 유혹을 이겨내시되, 매번 그분은 성서 말씀으로 대처하셨다. 이는 단순한 성서 지식 안에 악마를 물리칠 수 있는 힘이 있다는 뜻인가? 물론 하느님의 말씀이 담긴 성서에 관한 지식은 중요하다. 그러나 성서의 말씀으로 두 번씩이나 참패한 악마도 세 번째 유혹에서 예수님처럼 성서를 이용하였으니, 그 역시 성서 지식을 갖추고 있었다. 악마의 유혹을 물리치려면 성서를 아는 것만으로 족하지 않고, 성서 안에 드러난 하느님의 뜻에 순종해야 한다.

세례 때에는 하느님께서 아들의 신분을 분명히 증언해 주시더니, 유혹 장면에서는 아들이 아버지의 뜻에 철저히 순종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하심으로써 이 증언에 응답하셨다. 예수님의 순종 의지는 아버지께 대한 확고한 믿음과 더불어 그분의 공생활 내내 지속되었으며, 특히 그분의 수난과 죽음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루카 22,42; 23,46). 아버지 하느님께 대한 철저한 순종과 믿음으로 악마의 유혹을 물리치신 예수께서는 이제부터 공생활 전체에 걸쳐 악마 또는 온갖 죄악의 세력에서 사람들을 자유롭게 풀어주실 수 있게 되었다. 그것이 바로 아버지의 뜻을 받드는 나자렛 예수님의 소명이다.

<유혹의 세 가지 형태>

첫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