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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르반
코르반의 서원은 누구에게도 쓸 수 있었다. 이렇게 함으로써 부모에게 적대감정을 품은 자식, 혹은 탐욕스러운 이기주의에 빠진 자식들은 어버이가 자기에게 기대하고 있는 부양의 모든 것들을 하나의 봉헌물(코르반)로서 바치고 다시는 그것에 손댈 수 없다고 선언할 수 있었다. 이리하여 완고한 마음, 냉혈, 불손한 마음이 하느님께 대한 신심의 가면을 쓸 수 있었다. 재산을 “코르반”한다는 것은 사실상 어버이에게 이 재산에서 아무것도 기대하지 말라는 것을 알리기 위한 것이었다. 곧 어버이를 보호하지 않는다는, 자연법을 거스르고 하느님을 거스르는 서원을 내세우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자기 재산 혹은 소득에서 무엇인가를 성전에 내놓을 의무는 없었다. 왜냐하면 코르반은 표면으로 나타난 서원이어서 “거부의 서원”이며, 이 서원을 세운 사람은 무엇인가를 내놓아야 한다는 의무를 갖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수님께서 경고하시는 것을 보면 당대에 이 서원이 많이 행해졌음을 알 수 있다. 구약에서 '코르반'이란 뜻은 "야훼 하느님께 바치는 봉헌불"을 가리켰고, 유다교에서는 "물품을 하느님께 바침으로써 속인이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서원 양식"을 가리킨다. 즉, 코르반이라고 하면 그것은 하느님께 바쳐진 물건이기 때문에 하느님 이외에 다른 사람에게 줄 수 없다. 그런데 바리사이들과 율법학자들은 '코르반'이란 말을 "주 하느님께 바치는 봉헌물"로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 말을 이용하여 자기 재산을 부모님께 드리지 못하게 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서 사용하였다. 그러니까 즉, 하나의 핑계일 뿐이다. 그래서 예수님은 이런 행위를 밥먹듯이 저지르고 있는 바리사이들과 율법학자들을 가리켜 "너희는 이런 짓들을 많이 한다"라고 말씀하신 것이다. ⇒우리에게 코르반은 무엇인가? 우리에게도 코르반이 있는가? : 우리가 사용하는 말이나 생각 속에는 코르반처럼 위력을 나타내고 있는 것들이 있다. 예를 들면, 우리는 어떤 어려운 일을 만나거나 어떤 조언을 청할 때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는 못하고 막연하게 무조건 '기도하라'는 말을 한다. 모든 일에 있어서 기도하라는 말만 하면 다 통한다. 기도하라는 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이 아니라, 너무 무책임하게 말하고 남용되고 있다는 뜻이다. 자기가 실질적으로 도와주어야 할 것을 도와주지 않으면서, 말로만 기도하라고 하는 것은 코르반이라고 하는 것과 같다. ⇒우리주위에서 코르반은 무엇인가? : ①돈을 버는 일이 코르반일 수가 있다. 돈을 버는 일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부정한 돈인지 정직한 돈인지를 가리지 않는다. 사람이 먹는 음식에 독소를 넣고, 소에 물을 먹여서 속이고, 아무튼 돈 버는 일이라 하면 무엇이든지 통하는 세상이다. 즉, 돈을 버는 일이 일종의 코르반이다. ②자존심이 또한 코르반일 수가 있다. 자기 자존심을 상하는 일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③학생들에게 시험이 코르반일 수 있다. 고3 학생들은 대입준비를 위해서라면 학원에 가고 과외를 받고 밤늦게까지 공부해야 하고, 부모님들은 돈이 얼마가 들든지 고3 자녀에게 그런 것들을 강요한다. 공부에서 자유로운 학생이 없고 부모가 없다. ④권력이 또한 코르반일 수가 있고 음란물, 마약, 알코올이 코르반일 수가 있다. 이처럼 우리 주위에는 우리 자신을 꼼짝 못하게 얽어매는 코르반이 많이 있다. 과연 나에게 있어서 코르반은 무엇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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