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루카 9,51-11,13 제자들의 사명, 주님의 기도

* 예루살렘 상경기 전반부 주제 - 사랑의 실천과 기도

이제까지 루카는 예수님의 갈릴래아 활약상을 서술했다.(4,14-9,50) 이제부터는 갈릴래아를 떠나 예루살렘으로 올라가면서 하신 일을 소개한다.(9,51-19,27) 상경기에는 예루살렘으로 가시는 중이라는 말이 수시로 나온다(9,51.53; 13,22.33; 17,11; 18,31; 19,11.28).

▶ 루카 9,51-56 사마리아의 한 마을이 예수님을 받아들이지 않다

★예루살렘의 중요성

“하늘에 올라가실 때가 차자, 예수님께서는 예루살렘으로 가시려고 마음을 굳히셨다”(9,51)

예루살렘은 구원 사건의 결정적인 국면이 일어난 곳으로서, 수난과 부활의 결합을 표현하기 위해 루카는 예수님의 “하늘에 오르심”(9,51)이라는 표현을 쓴다. 예수께서는 당신의 목적지를 향해 여행하시면서 제자들에게 “생명의 길”(사도 2,28)을 가르치셨다.

갈릴래아에서 예루살렘으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은 사마리아를 통하여 나 있었다. 심부름꾼들은 예수님의 일행이 묵을 숙소를 찾기 위한 사람들이었다. 사마리아인들은 유다인인 예수께서 예루살렘으로 가시는 중이라는 것을 알고는 적대감이 일어나 예수님을 맞아들이려 하지 않은 것이다. 야고보와 요한은 예수께서 냉대를 받으시자 화가 났다. 그들은 엘리야가 하늘로부터 불을 내리게 하여 자신을 모욕한 사람들을 없애 버린 일(2열왕 1,10-14)을 생각해냈다. 이는 제자들이 고난 받는 메시아에 대한 개념을 아직 이해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래서 예수께서는 제자들을 꾸짖으신다.

▶ 루카 9,57-62 예수님을 따르려면 (마태 8,19-22)

제자직분에 관한 세 가지 가르침을 제공해주는데 ①제자직분이 지상에서는 안식처를 갖지 못하는 여행 ②③ 예수를 따르라는 부르심이 다른 의무보다도 더 절박하며 더 중요한 의무다.

예수님을 따른다는 것보다 더 우선시되고 더 중요한 일은 없다

예수께서 제자가 되려는 사람은 조금도 지체하지 말고 어떠한 것에도 구애됨 없이 여행을 계속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이것은 사제가 독신으로 살아야 하는 이유가 된다.

▶ 루카 10,1-12 일흔두 제자를 파견하시다

다른 복음서에는 나와 있지 않은 제자직분에 관한 가르침을 계속한다. 예수께서는 아주 막중한 임무를 앞에 두고 미리 당신 제자들을 조직화하고 또 가장 적절하게 활용하신다. 이들은 “당신에 앞서”, 즉 예수님의 선구자로서 당신이 가실 마을에 파견되었다. 그리고 회개하기를 거부하는 고장은 마지막 날에 심판을 받게 되리라고 경고하신다.

추수의 상징은 하느님이 세상의 종말에 집행하실 심판(요엘 4,1-13)을 뜻할 뿐만 아니라 흩어진 이스라엘 백성을 불러 모으시는 구원활동(이사 27,12-13)과 복음 선포의 결실을 뜻하기도 한다.(요한 4,36-38)

예수님으로부터 파견된 제자들은 돈주머니나 식량자루, 그리고 신발조차도 가지지 못한다. 물질에 의존한다는 것이 선교사의 자세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예수님은 당신이 체포되어 십자가를 지실 때가 가까이 오자 제자들에게 돈주머니, 여행가방과 칼을 장만하라고 당신의 엄격한 명령을 완화시키신다(루카22,35-36).

“길에서 아무에게도 인사하지 마라” 이 말씀의 뜻은 세가지로 요약된다.

1) 복음 선포의 긴박성을 의미하는 지시로, 제자들이 자신들의 사명(복음선포와 병자 치유)에 온전히 투신하기 위해서는 아는 이들과 인사하기 위해 시간을 허비할 틈조차도 없는 것이다.

2) 세속적인 일에 마음을 빼앗길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3) 적대적 태도를 취하는 사람들을 만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9,51-56).

“이 댁에 평화가 있기를 빕니다” 이 말은 인사이며 동시에 선물이다. 평화를 바라는 사람은 그 제자들이 가져온 선물의 답례로 그 제자들를 환영해 줄 것이다. 제자들은 맨 처음 환영받은 집을 거처로 삼아야 한다. “이집 저집으로 옮겨 다니지 말라” 개인적인 영리와 사람들로부터 받는 대접을 우선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선교사들을 대접하는 가정은 복음선교의 기지가 된다. 그러므로 제자들은 주인이 차려 주는 음식을 부담 없이 먹고 마실 수 있다. 그러나 제자들은 그들 앞에 차려진 것으로 만족해야 하며, 필요 이상으로 요구해서는 안된다.

병자의 치유는 구원의 때가 도래하였다는 실제적인 증거가 되었다.

▶ 루카 10,13-16 회개하지 않는 고을들 (마태 11,20-24)

코라진, 벳사이다, 가파르나움, 이 세 도시는 갈릴래아 호수 북동 해안에 삼각지대를 형성하고 있다. 이 지역들은 예수님의 주 활동무대로서, 하느님의 능력을 드러내신 예수님의 기적들이 특히 두드러진 곳이었다. 예수께서는 활동 중심지였던 가파르나움을 두고 바빌론 왕에 관한 이사야의 말을 인용하신다. 코라진과 벳사이다 역시 복음을 거절했기 때문에 이방인의 도시인 띠로와 시돈보다 더 악한 곳으로 단죄된다.

▶ 루카 10,17-20 일흔두 제자가 돌아오다

제자들의 귀환 보고에 예수께서는 악령의 추방을 사탄의 세력이 무너졌다는 표시로 여기셨다. 구약성서에서 사탄은 하늘에 있다고 간주되었다(욥기 1,6-12; 2,1-7). 뱀과 전갈은 독을 품고 생명을 위협하는 특성 때문에 사탄의 하수인으로 상징되고 있다. 뱀과 전갈을 이긴다는 것은 제자들이 사탄을 이길 능력을 받게 된다는 뜻이다. 예수께서는 마귀를 몰아낸 자기네 힘을 자랑스러워하지 말고 장차 하늘에서 받게 될 보상을 기뻐하라고 경고하신다.

▶ 루카 10,21-24 하느님 아버지와 아들 (마태 11,25-27 ; 마태 13,16-17)

제자들이 돌아와 자신들이 행한 일들을 보고한 것은 감사(10,21)와 새로운 계시(10,22), 그리고 하느님께 대한 찬양(10,23-24)의 계기가 되었다.

예수님의 기도는 모두 “아버지”란 말로 시작하고 있다. 이 말은 어린애들이 아버지를 정답게 부를 때에 사용하던 아람어 “아빠(Abba)"(마르14,36)라는 단어의 번역이다.

아버지께서는 아들을 사랑하셔서 모든 것을 아들에게 맡겨 주셨다(요한 3,35). 즉 예수님은 전권을 가지고 계신 것이다. “아버지 외에는 아들을 아는 사람이 없다”는 아버지와 아들이 깊은 친교로 결합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예수를 진실히 따르는 이들은 예수님과 깊은 친교로 결합된다.

옛날 예언자들과 임금들은 결정적인 구원사건들을 보고 들으려고 했으나 그렇게 하지 못하였다. 그러나 제자들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구원을 직접 보고 듣고 체험한 목격자들이다. 그러므로 그들은 행복하다고 하신다.

▶ 루카 10,25-28 가장 큰 계명 (마태 22,34-40 ; 마르 12,28-34)

어떤 율법학자가 질문한 것은 예수님을 시험하기 위해서였다. “선생님, 제가 무슨 일을 해야 영원한 생명(= 하느님 나라)을 얻을 수 있겠습니까?” 하느님 사랑과 이웃사랑이라는 사랑의 이중계명은 율법의 요약이자 골자이다. 사랑의 중요성은 몸으로 실천하는데 있다.

▶ 루카 10,29-37 착한 사마리아 사람의 비유

예리코는 레위인들이 사는 도시였다. 그 사제와 레위인(성전 봉사자나 성가대원)은 예루살렘에서 직무를 마치고 집으로 가는 도중이었을 것이다. “그를 보고서는, 길 반대쪽으로 지나가 버렸다”는 구절이 반복되고 있다. 그 사제와 레위인이 왜 그냥 지나가 버렸는지 그 이유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어쩌면 그들은 강도에게 당한 그 사람이 반쯤 죽은 것이 아니라 이미 죽어있었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시신을 만지면 부정해진다는 종교적인 이유 때문이다(레위 21,1). 실제로 많은 이들이 나름대로의 합리적인 이유를 들어 이웃사랑을 거절하고 있다. 사마리아인은 유대인들에게 민족적 원수다. 그들은 아예 상종하지도 않았으며 서로가 증오심을 품고 있었다. 그 사마리아 사람은 극진한 정성으로 강도당한 사람을 보살펴준다.

자기 중심의 질문 - 누가 나의 이웃인가?

타인 중심의 질문 - 이웃이 되어 준 사람은 누구인가?(한계가 없어 진다)

이웃은 도움이 필요로 하는 모든 사람이다. 여기에는 국적이나 종교, 당파 등이 아무런 중요성을 갖지 못한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다 이웃이다. 그래서 예수님은 말씀하신다 , “너도 가서 그렇게 하여라.”

▶ 루카 10,38-42 마르타와 마리아를 방문하시다 - 하느님 사랑의 구체적인 예

하느님과의 일치를 지속하는 일은 음식으로 비유된 봉사나 활동으로만이 아니라 그분의 말씀을 듣고 그분의 인격과 신비를 이해하는 것이 더 우선이라는 점이다.

예수께서는 사마리아에서 배척을 당하셨기 때문에 마르타와 마리아의 집에서 쉴 곳을 발견하신다. 마르타는 귀한 손님을 접대하기 위해 분주했다. 그러나 마르타의 여동생 마리아는 언니의 일을 돕기는커녕 예수님의 발치에 앉아 예수님의 말씀만 듣고 있었다. 이 사실을 마르타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예수께서는 “마르타, 마르타” 하고 두 번이나 그녀의 이름을 불러 동정과 애정을 보이신다. 예수께서는 마르타의 수고를 인정하셨다. 마르타가 행하던 일은 가장 중요한 것을 간과한, 끊임없는 걱정의 표현에 불과하였다. “먼저 하느님의 나라를 찾아라. 그러면 이 모든 것도 곁들여 받게 될 것이다.”(12,31)

“필요한 것은 한 가지 뿐이다. 마리아는 참 좋은 몫을 택했다. ” 이야기의 흐름상 마리아가 언니를 돕지 않은 것은 단지 일하기 싫어서가 아니다. 예수님의 말씀을 듣는 것이 너무나 소중했기 때문이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말씀을 듣는 것이 필요한 한 가지라는 원칙을 세우신다.

★ 마르타와 마리아의 이야기는 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만으로 볼 때는 이웃에 대한 봉사만이 우선시될 수 있기 때문에, 그 이전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보도록 보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