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느님의 거처, 성막의 건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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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탈출 24,15-40,38 하느님의 거처, 성막의 건설 ▶ 탈출 24,15-31,18 하느님의 거처 성막에 대한 본문은 탈출기의 1/3을 차지하는 방대한 분량으로 하느님과의 계약으로 이스라엘 백성이 ‘예배 공동체’로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단락이다. 레위기와 더불어 이스라엘 종교생활의 근간을 보여 줄 뿐 아니라 오늘날 그리스도교회 전례에도 깊은 영향을 미친다. 이스라엘 백성의 한가운데 예배장소의 필요성은 제단과 안식일, 축제에 대한 규정에서 암시 되었다. 예배장소는 성소라 불리는데 이스라엘이 가나안에 정착하기 전 광야에서는 수시로 옮겨야 했다. 성소와 사제직에 관한 지침들을 탈출 25-31장에서 소개하고 있는데, 성소와 사제직이 필요한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하느님이 선택된 백성 한가운데서 그들과 함께 현존하기를 원하시기 때문이다. 그런데 하느님은 거룩하신 분이시므로 그분이 머무시는 곳과 그분을 섬기는 백성도 거룩해야 한다. 그래서 그분의 처소를 지키고 관리하며 그분의 백성이 더러워졌을 때 그들을 정화시켜줄 사제들이 필요하다. 사제들은 또 거룩하신 하느님과 백성 사이의 중요한 통교 수단인 제물 봉헌과 제사 거행을 주관한다. 성소는 너비 쉰 암마(22.5m), 길이 백 암마(45m)로 된 성막뜰, 그안에 설치된 번제단과 물두멍, 성막(만남의 천막)을 총칭하는 말이다. 성막은 둘로 나뉘는데, 지성소(탈출 26,34)라 불리는 내실에는 계약궤가, 외실에는 분향제단과 등잔대와 제사상이 자리잡는다. 계약궤와 제사상과 등잔대는 다같이 하느님의 현존을 드러내는 것이다. 계약궤 안에는 모세가 하느님에게서 받은 두개의 증언판(탈출 25,16; 25,21; 34,28)과 만나를 담은 항아리(탈출 16,33-34)와 아론의 지팡이(히브 9,4)가 놓인다. 계약궤의 덮개는 지상에 자리잡은 하느님의 발판으로 통한다. 이 덮개를 속죄판이라고 부르는데 속죄일에는 희생제물의 피를 이곳에 뿌리며 죄를 벗는 예식을 거행하였다(레위 16,14-15). 날마다 빵을 차려놓는 제사상은 하느님의 항구적인 현존을 가리키며, 등잔대에서 타는 등불은 어둠을 밝히는 기능 외에 하느님께서 이스라엘에게 주시는 사그라들지 않는 생명을 뜻한다. “나는 이스라엘 자손들 가운데에 머물면서 그들의 하느님이 되어 주겠다. 그러면 그들은 바로 내가 그들 가운데에 머물려고, 그들을 이집트 땅에서 이끌어 낸 주 그들의 하느님임을 알게 될 것이다. 나는 주 그들의 하느님이다.”(탈출 29,45-46) 하느님께서 성소를 세우라고 하신 목적은 당신을 들어 높이시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스라엘 자체의 이익을 위해서였다. 하느님은 어느 한 곳에 계신 분이 아니지만 성소에 계시겠다고 한 것은 이 현존의 장소에서 이스라엘 백성과 좀 더 가까이 계시며 험한 삶의 여정에서 그들을 도우려는 의지를 드러내신다. 사람과 물건에 성유를 바르는 이유는 성별기름은 거룩한 것이니, 너희에게도 거룩한 것이 되어야 한다(30,26-30) ▶ 탈출 32,1-34,35 계약과 위반의 갱신, 하느님의 자비 금송아지 사건은 하느님의 자애로운 계약에 올바로 응답하지 못하는 인간의 허약한 모습을 드러낸다. 시나이 산에 올라간 모세가 40일 동안 내려오지 않자, 이스라엘 백성은 그가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단정하였다. 그들은 아론에게 몰려가 모세의 하느님과는 달리 그들이 볼 수 있고 만질 수 있는 신, 눈 앞에 두고 섬길 수 있는 신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한다. 이집트 노예살이에서 해방시켜 주신 분은 모세가 아니라 하느님이신데 모세의 부재만을 염려하여 아론에게 금송아지 상을 만들게 하고 제물을 바치고 흥청거리며 놀았다. 이 사건은 후대의 역사를 앞당겨 반영한 것으로, 북이스라엘의 초대임금 여로보암이 단과 베델에 금송아지상을 세우고 예루살렘 성전의 예배를 대신하고자 하였다. 그들은 살아계신 하느님을 자기 생각대로 만들어 그것을 하느님으로 섬겼다. 그것은 첫째 계명을 어긴 것일 뿐만 아니라 자신들이 하느님을 규정하고 창조한 꼴이 되었다. 그들의 상상력과 기술에 의해 만들어진 신은 그들에게 속하고 그들의 뜻을 따르는 그들의 신이된 것이다. 모든 것을 아시는 주님께서 모세에게 “어서 내려가거라. 네가 이집트 땅에서 데리고 올라온 너의 백성이 타락하였다”(32,7)고 하며 그들을 멸하고 그를 큰 민족으로 만들어 주겠다고 하신다. 그러나 모세는 주님께 엎드려 간청하였다. “주님, 어찌하여 당신께서는 큰 힘과 강한 손으로 이집트 땅에서 이끌어 내신 당신의 백성에게 진노를 터뜨리십니까?”(32,11) 여기서 갑자기 이스라엘 백성의 주인이 사라지게 된다. 하느님은 모세에게 “네가 이집트 땅에서 데리고 올라온 너의 백성”이라 하시고 모세는 “당신께서 이집트 땅에서 이끌어 내신 당신의 백성”이라고 한다. 모세는 두 가지 이유를 대며 그들을 멸해서는 안된다고 만류한다. 첫째는 이집트인들이, ‘그가 이스라엘 자손들을 해치려고 이끌어 내서는, 산에서 죽여 땅에 하나도 남지 않게 해 버렸구나.’ 하고 빈정 거림으로 주님의 명성을 손상시킬 것이고, 둘째는 아브라함과 이사악과 이스라엘에게 하신 후손과 땅의 약속을 기억해 달라는 것이었다. 산에서 내려온 모세는 광란의 축제를 벌이는 모습을 보고 화가 나서 증언판을 내던져 깨버린다. 이로써 그는 이스라엘이 하느님과의 계약을 일방적으로 깨뜨렸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금송아지를 불태우고 가루로 빻아 물에타서 이스라엘인들에게 마시게 하여, 그들이 섬기는 우상이 아무것도 아님을 깨닫게 하였다. 모세는 레위의 자손을 앞세워 우상숭배에 빠진 자들을(3000명 가량) 모조리 죽였다. 병든 조직은 단호하고 철저하게, 필요하다면 그 주변부위까지 사정없이 잘라내어야 한다. 사실 우상숭배는 향후 이스라엘 역사 전체에 걸쳐 유다교의 근본 사상인 유일신 사상을 끊임없이 위협하였다. 모세는 모든 조치를 취한 후 다시 하느님께로 가서 그분의 백성을 용서해 달라고 간청하였다. 만일 백성의 죄를 용서해 주시지 않으려거든, 당신께서 기록하신 책에서 제발 저를 지워 달라고 하였다. 하느님은 모세의 간청을 들어 백성을 용서하시지만 징벌의 날에 나는 그들의 죄를 징벌하겠다고 하신다. 33장에서는 가나안 땅으로 떠날 것을 명령하시면서 하느님께서 함께하시길 거부하시다가 모세의 간청으로 “내가 몸소 함께 가면서 너에게 안식을 베풀겠다”고 약속하신다. 하느님께서는 모세를 다시 불러 백성의 반역으로 깨어진 계약을 다시 갱신하셨다. 이 대목에서 모세의 중개자 역할이 돋보인다. 모세는 하느님을 진정시켜 드리기 위하여 자신이 소명을 받을 때의 말씀을 그대로 인용한다. 그리고 용서를 받은 후에도 “제가 당신 눈에 든다면, 저에게 당신의 길을 가르쳐 주십시오. 그러면 제가 당신을 알고, 더욱 당신 눈에 들 수 있을 것입니다. 이 민족이 당신 백성이라는 것도 생각해 주십시오”(33,13)라고 간절히 기도하여, 사제직을 완벽하게 수행한다. 사제란 하느님과 사람들 사이를 잇는 중개자이다. 모세는 하느님이 누구신지 알게 해달라고 간청하고 기도함으로서 ‘사제들의 왕국’으로서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어야 할 옛 이스라엘과 새로운 이스라엘인 교회에 큰 귀감이 된다. 하느님께서는 다시 계약을 맺기 전에 당신을 “주님은 자비하고 너그러운 하느님이다. 분노에 더디고 자애와 진실이 충만하며 천대에 이르기까지 자애를 베풀고 죄악과 악행과 잘못을 용서한다. 그러나 벌하지 않은 채 내버려 두지 않고 조상들의 죄악을 아들 손자들을 거쳐 삼 대 사 대까지 벌한다.”(34,6-7) 조금씩 다른 십계명
▶ 탈출 35,1-40,38 성막의 건설 한바탕 홍역을 치르고 난 이스라엘은 이제 모세의 중개로 새롭게 회복된 계약을 소중하게 여기며, 탈출25-31장에서 주님께서 세우라고 명하신 성소를 건립하는데 필요한 예물들을 기꺼이 바친다. 모세는 주님께서 명하신 그대로 성막을 지었다. 그 성막은 주님의 영광으로 가득찼다. 이스라엘 기술자들은 하느님의 분부대로 성막과 관련 성물, 대사제의 옷을 제작한다.(탈출 36,8-39,31). 이스라엘 백성이 성막에 가득 찬 하느님의 영광을 볼 수 있었던 표지는 구름이 만남의 천막을 덮고 주님의 영광이 성막에 가득 찼다(탈출 40,34-38). 히브리어로 ‘영광’(dwObK' (k¹bœd))은 ‘무게’를 가리킨다. 주님의 영광은 외부에서 덧붙여진 영화나 명예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그분의 이름처럼 그분에게 속한 속성 자체이다. ‘하느님의 영광’은 ‘하느님의 무게’, 곧 그분 자신의 존재론적 무게이다. 그분이 백성 가운데 현존하신다는 증거는 이스라엘 진영위에 머물다가 진영을 옮길 때와 설치할 곳을 알려주는 구름이다. 이스라엘의 하느님은 백성과 함께 머무르실 뿐 아니라, 그들과 동행하고 약속된 땅까지 앞장서 인도하신다. 시나이 계약은 이스라엘 백성에게 여러가지 물질적이고 영적인 혜택을 약속하였지만, 그 가운데 가장 큰 복은 ‘하느님께서 그들과 함께 해 주심’이다. 성막은 하느님 현존의 표징 및 확증이었으며 그분을 만날 수 있고 예배할 수 있는 장소였다. 하느님의 현존은 광야 처럼 삭막하고 험난한 우리 인생길에 큰 위로와 힘과 희망이다. 탈출기 본문은 끝났지만 그 내용의 흐름은 민수 10,10까지 이어지고, 더 나아가 모세오경이 끝나는 신명기까지 이어진다. 이스라엘 백성은 이집트를 탈출한지 석달째 되는 초하룻날 시나이 광야에 도착하여(탈출 19,1), 둘째 해 정월 초하루에 성막을 세우면서(탈출 40,2) 50일 간을 머무르다가 시나이 광야를 떠나(민수 10,11) 광야 생활을 다시 시작한다. 레위기와 민수기의 앞부분은 성막을 세우고 출발하기까지 하느님께서 모세에게 주신 계명과 말씀이다. 레위기의 핵심 사상은 “나, 주 너희 하느님이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레위 19,2)는 구절에서 찾는다. 레위기는 이집트 탈출 사건으로 형성된 이스라엘 공동체가 시나이 계약의 연장선 위에서 어떻게 생명과 자유를 계속 존속시키면서 하느님 백성으로 성장해 갈 수 있는지를 일러주는 가르침으로 보는 것이 중요하다. 하느님과 함께 살기 위해서는 거룩한 하느님을 본받아 거룩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민수 10,11부터 시작되는 광야생활은 탈출기에 묘사된 광야 생활보다 더욱 거친 모습이다. 새로 태어난 하느님의 백성답지 않게, 이스라엘 백성들은 모세와 하느님께 심한 불평을 퍼붓고 대들다가 처벌을 받는다(민수 14장). 결국 이집트 탈출 세대는 광야에서 모두 숨지고 그 후손이 가나안 땅을 향해가게 된다. 약속의 땅에 가까이 갈수록 매서운 단련과 정화의 시기가 필요했던 것이다. 마침내 약속의 땅이 보이는 아라바 광야에서 모세가 지나온 여정과 사건을 돌이켜 보며, 오직 하느님 만을 사랑하고 그분의 말씀에 순종할 것을 간곡히 타이르는 내용이 신명기이다. 시나이 계약 조문은 십계명과 계약 법전이다. 법이 아무리 엄격하다해도 게으른 사람을 부지런하게 하거나 죄인을 의인으로 만들지는 못한다. 돌판에 새겨진 십계명은 죄의 지배를 받는 사람의 마음속을 뚫고 들어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구약의 한계점이 있다. 그리스도께서는 최후의 만찬 때 자신을 제물로 바쳐 새 계약을 맺으심으로 하느님과 사람 사이를 화해시키고 일치시신다. 계명은 사랑의 불꽃이 타오르는 사람의 마음 속에서만 효력을 낸다. 하느님의 현존을 체험하기 위하여 우리는 끊임없이 말씀과 성사의 깊은 뜻을 찾아야 한다. 말씀에 대한 무관심과 물질에 대한 집착으로 닫혀 있는 마음의 문을 열어야 하느님의 현존을 체험할 수 있다. 마음의 문을 여는 열쇠는 당신의 손에 쥐어져 있다. 평생 문앞에 서성이다 죽은 사람이 있다. 그는 문을 밀지 않았던 것이다(F. Kafka). 문을 끈기 있게 두드리는 사람만이 문 안으로 들어 갈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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