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집트 탈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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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탈출 6,28-11,10 이집트 탈출 ▶ 하느님께서 이집트에 재앙을 내린 이유(7,3-5; 9,14-16; 10,1-2) 7,3-5 이집트인들은 내가 주님임을 알게 될 것이다 9,14-16 온 세상에 나와 같은 신이 없음을 네가 알게 하겠다. 너에게 내 능력을 보이고, 온 세상에 내 이름을 떨치게 하려는 것이다. 10,1-2 내가 이집트인들을 어떻게 다루었는지 그리고 내가 그들에게 어떤 표징들을 이루었는지 네가 너의 아들과 너의 손자에게 들려줄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며, 내가 주님임을 너희가 알게 하려는 것이다.” ▶이집트에서 내린 아홉 가지 재앙
모세의 두번째 소명에 대한 이야기인 6장을 빼고도 이 이야기는 상당히 길다. 열가지 재앙은 한결같이 하느님의 말씀 “내가 힘센 팔로 너희를 나가게 해 주겠노라”는 말씀을 해설하고 있다. 여러 재앙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접어두고 ‘인간관계’라는 면에 특히 관심을 기울여 보자. 이야기의 두 주인공 파라오와 모세를 중심으로 “파라오는 누구이며 무엇을 하는가?” “모세는 누구이며 무엇을 하는가?” 라는 물음에서 우리 내면에 파라오의 모습을 띠는 것은 무엇이며 모세의 모습을 띠는 것은 무엇인지, 또 모세와 파라오의 관계가 우리에게 무슨 상관이 있는지, 파라오의 완고함에 대해 묵상해 보자. 1. 우리 내심에 있는 파라오는 누구인가? 파라오는 누구인가? 성경 본문에서 그의 성격들을 추려 뽑을 수 있다. 파라오는 귀족적이고 총명하고 명석하고 또 확고한 사실 앞에서는 항복할 줄도 알았다. 그렇지만 그는 자기의 지위에, 특권에, 파라오라는 신분에 매인 인간이었다. 파라오는 그들을 놓아 보내고 싶었겠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다. 너무나 많은 이해 관계에 부딪치기 때문이었다. 모세의 계획이 그대로 추진 된다면 이집트의 경제가 곤경에 빠지고 일손이 부족해지리라는 것을 알았다. 자기의 잘못을 어느 정도 인정하는 지점까지 이르지만 다음에는 모조리 부정하고 뒤로 물러 선다. 안 그랬다가는 이집트 체제 전체가 붕괴되고 마는 것이다. 파라오가 누구인지 여기에서 알 수 있다. 명석하고 예리하고 경험 많고 고상한 인간이지만 결국 자기 특권에, 자기 지위에, 사회적 역할에 묶여 있는 사람이다. 여기서 우리 내면에 누가 파라오 노릇을 하는지, 무엇을 대표하는지 생각해 보자. 파라오의 인간상에 우리를 규제하는 온갖 형식들이 요약되고 있다. 개인적인 규제 조건들은 무척이나 많다. 우리는 그것들에 거의 주의를 쏟지 않고 태평하게 살지만 기회가 닥치면, 우리가 그런 말을 하고 그런 행동을 하리라고는 한번도 생각지 못했는데 기실 그렇게 말하고 행동하게 만든다. 공적인 발언을 할 때는 거창한 원리 원칙을 떠벌이면서 하찮은 결단을 내려야 할 때는 발 뺌을 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우리의 내면에 암흑의 구석이 있고(암점, 블랙포인트) 거기서는 사물도 바라볼 수 없을 뿐더러 이러저러 한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마저도 의식 못한다. 그것들은 개개인의 내면에 있는 피제약 조건들이다. 그리고 집단의 피제약 조건이라는 것도 있다. 그것은 우리를 말려들게 만들며 선입견을 근거로 판단을 내리게 하고 기왕에 발설된 의견에 따라서만 말을 하게 만든다. “이것은 확실하니 더 이상 왈가왈부 말라”, “그것은 내 체면 문제다”등의 말은 그럴싸하지만 그런 구실 밑에 문제를 정면으로 대하고 토론하기 싫다는 이유를 감추고 있기 십상이다. 성 아우구스티누스는 “죄란, 있어야 할 사랑이 없는 때”라고 했다. 그런데 이런 제약을 타인에게서는 볼 줄 아는데 우리 자신에게서는 못 본다. 하지만 때때로 주님은 우리에게도 울타리가 있고 우리가 그것을 넘어설 줄 모른다는 것을 직관하게 해주신다. 권력은 권력을 지향한다. 파라오는 본능적으로 자기의 특권을 움켜잡을 것이고 그것을 결코 내어 놓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엄연한 인간의 실존 -개개인 특히 집단의 실존-의 드라마이다. 이것은 어디에나 침투해 있는 파라오의 힘이다. 이것은 어디에나 현존하고 있으며 우리 모두의 속에 자리잡고 있다. 우리 내면에 자리잡고 있는 이 모든 악한 생각들이며(마르 7,21-23) 우리내면에서 발생하여 집단으로 뭉치고 얽히면서 갖가지 저항력과 세력으로 형태를 갖추어 모든 장소로 확산한다. 소유욕과 타인의 수탈로 엮어진 파라오 형태는 “음행, 도둑질, 살인, 간음, 탐욕, 악의, 사기, 방탕, 시기, 중상, 교만, 어리석음”으로 그 하나하나가 우리 각자의 마음 속에 있는 어떤 태도를 표명한다. 2. 우리 내심에 있는 모세는 누구인가? 우리 안에 있는 모세란 우리 자유의 분출이요, 사물을 있는 그대로 포착하려는 우리 의지의 도약이다. 우리 내면에 있는 모세는 사물의 저 깊숙이까지 들어가서 의문을 제기하는 의욕이다. “나는 왜 이렇게 행동하고 왜 이렇게 반응하는 것일까?”하고 스스로 물을 수 있는 능력이기도 하다. 하느님의 영은 본연을 추구하는 우리 열망을 불러 일으키기 위하여, 온갖 규제 조건에 갇혀 있는 우리의 영을 해방시키기 위하여 하느님이 모든 방도를 강구하시는 부단한 노력을 가리킨다. 모세에게 있는 해방의 능력은 어떻게 표명되는가? 그 능력은 폭력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옛날의 모세는 폭력으로 백성을 구출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무조건 이집트인에게 덤벼 죽여버리지만, 이번에는 모세가 하느님의 말씀으로 일을 해나간다. 도대체 승복을 않으려는 파라오를 상대로 하느님은 지칠줄 모르는 인내를 보이시며 “파라오에게 가서 이렇게 말하여라”라고 되풀이 하신다. 우리에게도 하느님은 끊임없이 같은 말씀을 반복하신다. “너 자신에서 벗어나라. 본연의 너에게로 돌아가라. 내말을 들어라!” 첫번째 대면에서 파라오는 당장 모세를 투옥하지도 목을 자르지도 않고 돌려보내는 관용을 보이지만, 파라오는 갈수록 분노하고 사나와지고 모세는 꾸준히 그에게 접근한다. 모세는 말씀의 힘을 믿는다. 이것이 해방하시는 하느님의 첫번째 특성이 이것이다. 다음은 표징이다. 처음에는 아주 소박한 표징이지만 점차 징벌이 되어 간다. 하느님이 취미로 벌을 주시는 것이 아니라 인간 - 파라오와 온 이집트 백성 - 이 해방을 주는 하느님의 말씀을 거부함으로써 갈수록 자기곤란, 자기 규제 조건 속에 빠지고 갇히게 된다. 주님의 말씀은 우리가 보다 진실하고 사랑에 보다 적극적으로 응답하고 봉사에 적극 나서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신다. 우리가 그 말씀을 듣지 않을 적마다 사실 우리 내심에서는 불균형의 표지를 느끼게 마련이다. 우리가 온전한 행복을 느끼지 못할 때마다 거기에는 무엇인가가 있다는 것이다. 우리에게 재갈을 물리는 피제약 조건이 거기에 있다. 그 주된 징벌은 사랑하지 못하는 것이다. 하느님 사랑은 차라리 쉬울 수 있다. 이웃 사랑이 어렵다. 그것은 내 형제가 내 도움을 받을 만한 자격이 없을 때, 더구나 그 일에 부당할 때에도 사랑을 발휘해야 하는 까닭이다. 자기 특권을 상실하기 싫어서 거부를 반복하다 보면 우리는 마치 무능력의 덫에 걸린 사람처럼 되어 철처하게 굳어지게 된다. 이것을 우리는 최악의 형벌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이 형벌은 전적으로 우리 자신에게서 시작된다. 주님께서 당신 자비를 우리에게 보여 오신 말씀과 표징과 재앙에 마음을 닫아버림으로써 이런 결과가 초래된다. 3. 파라오의 완고함 파라오의 완고함을 언급하는 텍스트는 상당히 많다(탈출 4,21; 7,3. 14. 22; 8,11. 15. 28). 로마 9장에서 바울로는 “하느님께서 어떤 사람을 완고하게 만드신다면 인간의 자유는 어떻게 되는가?”라는 질문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보다는 파라오의 완고한 마음을 우리 내면에서 체험하는 경우가 어떤 것인지 생각해 보자. 이 완고함은 무엇으로 성립하는가? 자기 자신이 아니기를 용납할 수가 없고, 자기자신으로 계속 머물면서 변화를 시도하는 ‘권력’, 파라오의 완고함은 바로 이 권력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고집에서 말미암는 완고함 이것은 전형적인 것으로 믿기를 싫어하는 무신론자나 악습에서 벗어나기를 싫어하는 죄인의 완고함만이 아니라 교계와 수도자의 세계의 고집도 포함된다. 특히 소유적인 형태로 진리를 장악하고 있다고 믿을 때에, 진리가 교회안에서 우리에게 주어졌다고 생각하지 않고, 우리가 살아온 생애 곧 개인과 진리를 동일시 할 때 이런 고집이 생긴다. 우리가 시민생활, 사회생활, 교회생활에 책임이라도 지고 있고, 고수해야할 지위라도 있는 날에는 그 고집에 더욱 꽁꽁 묶여 있음을 느끼게 된다. 나약함에서 오는 완고함 사랑하는 우리의 능력에 한계가 있음을 감지할 경우에 이런 완고함을 체험한다. 여건이 수월할 때는 그것을 간파하지 못한다. 그 대신 여건이 더 어려워질 때, 우리의 삶에 힘과 의견과 이해관계의 충돌이 빚어질 때에 우리 자신에게서 벗어난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며 진정으로 사랑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가를 절감한다. 루카 6,31-35의 사랑에 대한 정의가 우리에게도 해당됨을 실감하게 된다. 우리도 파라오 처럼 무엇을 잃을까 두려워하고, 저 밑바닥에서 우리는 목숨을 잃을까 두려워 한다. 그런데 “자기 목숨을 잃지 않으면 내 제자가 못된다”는 말씀이 있으니 우리는 그분의 제자가 아님을 인정하지 않으면 안된다. 우리가 한 집단, 한 계급, 한 사회의 성원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얼마나 심한 피제약의 조건에 묶여 있는지 돌이켜 볼 만하다. 로마서에서 바울로는 “선을 바라면서도 하지 못하고, 악을 바라지 않으면서도 그것을 하고 맙니다”(7,19)라고 설파한다. 이런 한계를 구체적으로 수긍하고 나면 열매 맺지 못하는 무화과 나무의 비유를 다시 음미할 수 있다. 우리는 열매를 주렁주렁 맺기를 원하지만, 하느님의 은총을 입어 간혹 열매를 맺기는 하지만 그 뜻을 온전히 이루지 못한다. 그 때에 주님은 우리의 파라오적 실존에 한계가 있음을 깨우쳐 주시며 결국은 당신에게 구원을 부르짖게 하신다. 당신의 자비가 믿어지지 않게 풍성함을 인정하게 만드신다. - C.M.마르띠니, 모세의 생애 pp.51-71 요약 - ▶ 탈출 12,1-13,16 파스카 ▷ 탈출 12,1-14 파스카 축제에 제물로 합당한 작은 가축 일 년 된 흠 없는 수컷으로 양이나 염소 피는 받아서, 짐승을 먹을 집의 두 문설주와 상인방에 발라라. 고기는 불에 구워, 누룩 없는 빵과 쓴나물을 곁들여 먹어야 한다. 머리와 다리와 내장이 있는 채로 불에 구워 먹어야 한다. 날로 먹거나 물에 삶아 먹어서는 안 된다. ▷ 탈출 12,13-14. 24-27 파스카 축제를 계속 지내는 이유 내가 이집트를 칠 때, 그 피를 보고 너희만은 거르고 지나가겠다. 이날이야말로 너희의 기념일이니, 이날 주님을 위하여 축제를 지내라. 이를 영원한 규칙으로 삼아 대대로 축제일로 지내야 한다. 너희는 이것을 너희와 너희 자손들을 위한 규정으로 삼아 영원히 지켜야 한다. 너희는 주님께서 약속하신 대로 너희에게 주실 땅에 들어가거든, 이 예식을 지켜라. 너희 자녀들이 너희에게 ‘이 예식은 무엇을 뜻합니까?’ 하고 물으면, 이렇게 대답하여라. ‘그것은 주님을 위한 파스카 제사이다. 그분께서는 이집트인들을 치실 때, 이스라엘 자손들의 집을 거르고 지나가시어, 우리 집들을 구해 주셨다.’” 그러자 백성은 무릎을 꿇고 경배하였다. ▶ 탈출 12,43-13,16 이스라엘 백성이 구원자 하느님을 기리는 세 가지 예식 1) 과월절(파스카 축제) 2) 무교절(누룩 없는 빵) 3) 맏아들과 맏배의 봉헌 하나의 사건과 두가지 결과 그분께서는 이집트인들을 치실 때, 이스라엘 자손들의 집을 거르고 지나가시어, 우리 집들을 구해 주셨다(12,27). 하느님은 만민의 유일하신 주님이시고 세상의 구원이라는 한가지 계획을 세우고 실현하는 분이시지만 어떤 모습으로 그분을 맞이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그것은 하느님께서 이중적 모습이나 이중적 잣대를 지니신 분이기 때문이 아니라 하느님 앞에서 개개인이 각각 다른 선택과 실천을 하기 때문이다. 예수님께서 들려주신 최후의 심판(마태 25,31-46) 비유에서도 같은 메시지를 접할 수 있다. 사람의 아들이 영광에 싸여 오시면 죄인들은 영원한 벌을 받는 곳으로 가고 의인들은 영원한 생명을 누리는 곳으로 기게 될 것이다. 구원과 심판은 사랑이라는 잣대에 의해 결정된다. 하느님은 한 분이시나 그분을 맞이하는 사람에 따라 하느님은 구원자로 받아들여지기도 하고 심판자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사랑 가득한 모습으로 구원의 선물을 안겨주러 오시는 하느님을 거부한 사람에게는 사랑이 미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날 밤, 주님께서 그들을 이집트에서 이끌어 내시려고 밤을 새우셨으므로, 이스라엘의 모든 자손도 대대로 주님을 위하여 이 밤을 새우게 되었다(12,42). 하느님은 인간처럼 주무시거나 졸음에 겨워할 분이 아니신데 구약성경은 하느님의 구원활동을 “깨어 활동하는 것”으로 의인화 하였으며, 이스라엘이 하느님의 구원을 기다리는 상황을 하느님께서 “잠시 쉬시거나 잠들어 계신 상태”로 빗대어 표현하기도 하였다. 이스라엘 자손을 이집트 종살이에서 해방시키기 위해 한시도 쉬지 않고 당신의 힘과 능력을 다 쏟아 부으시는 모습으로 하느님을 묘사(탈출 12,42)하고, 하느님께서 주시는 것을 그분의 뜻대로 풍요롭게 받아 누리기 위해 그분의 백성도 신앙적으로 늘 깨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주시는 분과 받는 이가 하나되어 있지 않으면 일치와 통교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요한 5,17에서도 하느님은 당신 자녀들을 위해 언제나 변함없이 일하시는 분이시며, 그 아버지의 뜻을 받들어 예수님 자신도 세상 구원을 위하여 쉬지 않고 일한다고 말씀하신다. ※ 파스카의 유래 : 과월절은 출애굽 이전부터 목자들이 새끼양의 출산철인 봄마다 경축하던 고대축제, 무교절은 농부들이 봄철 보리추수 때 햇곡식을 바치며 경축하던 축제였는데 이집트 탈출 때부터 의미가 바뀌어 혼합되게 되었다. 파스카의 의미 : 해마다 하느님께서 당신 백성을 위하여 어떻게 역사하셨는가, 그들을 어떤 방법으로 에집트의 압박에서 해방하셨는가를 되새겨 주는 매개체였다. 그들은 하느님께서 그들에게 해주신 일을 잊지 않기 위하여 해마다 축제를 통해서 그 일을 되새기곤 했던 것이다. 미사는 예수님께서 최후의 만찬 석상에서 옛 과월절 의식에다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신 것으로, 예수님께서 우리를 죄의 속박에서 해방시키고자 당신 자신을 희생제물로 바치신 희생제사의 기념이자 재현이다. 우리는 새로운 파스카 어린양이신 예수님의 살과 피를 받아 먹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된다.
▶ 탈출 13,17-15,21 바다에서 이스라엘을 살리신 하느님 ▷ 탈출 13,17. 20-22 하느님께서 ‘필리스티아인들의 땅을 지나는 길’로 인도하지 않으신 까닭 하느님께서는 필리스티아인들의 땅을 지나는 길이 가장 가까운데도, 그들을 그곳으로 인도하지 않으셨다. 하느님께서 ‘그들이 닥쳐올 전쟁을 내다보고는 마음을 바꾸어 이집트로 되돌아가서는 안 되지.’ 하고 생각하셨던 것이다. 그들은 수콧을 떠나 광야 가장자리에 있는 에탐에 진을 쳤다. 주님께서는 그들이 밤낮으로 행진할 수 있도록 그들 앞에 서서 가시며, 낮에는 구름 기둥 속에서 길을 인도하시고, 밤에는 불기둥 속에서 그들을 비추어 주셨다. 낮에는 구름 기둥이, 밤에는 불 기둥이 백성 앞을 떠나지 않았다. ▷ 탈출 14,10-14 파라오의 추격 * 이스라엘 백성의 원망 “이집트에는 묏자리가 없어 광야에서 죽으라고 우리를 데려왔소? 어쩌자고 우리를 이집트에서 이끌어 내어 이렇게 만드는 것이오? ‘우리한테는 이집트인들을 섬기는 것이 광야에서 죽는 것보다 나으니, 이집트인들을 섬기게 우리를 그냥 놔두시오.’ 하면서 우리가 이미 이집트에서 당신에게 말하지 않았소?” * 모세의 대답 “두려워하지들 마라. 똑바로 서서 오늘 주님께서 너희를 위하여 이루실 구원을 보아라. 오늘 너희가 보는 이집트인들을 다시는 영원히 보지 않게 될 것이다. 주님께서 너희를 위하여 싸워 주실 터이니, 너희는 잠자코 있기만 하여라.” ▷ 탈출 15,1-21 모세와 미르얌의 찬양 “나는 주님께 노래하리라. 그지없이 높으신 분, 말과 기병을 바다에 처넣으셨네.” 이스라엘은 이집트 종살이에서 해방되었다. 이 해방과정에서 이스라엘이 한 일이란 다만 주 하느님의 지시에 따르는 것 뿐이었다. 그들의 해방, 자유는 전적으로 하느님의 선물로 주어졌다. 하느님은 그들에게 자유를 주셨을 뿐 아니라 그 자유를 지켜주고 보존하신다. 탈출기의 앞부분은 이스라엘의 억압과 해방, 뒷부분은 그 자유를 지키시고 보존하시는 하느님의 업적에 대한 증언이다. 이집트 탈출사건을 출발점으로 하여 하느님의 백성 공동체 건설을 목표로 나아가는 이스라엘 백성의 광야를 배경으로 한 여정이야기가 탈출기 후반에서 민수기까지 이어지며 모세오경의 상당부분을 이룬다. 해방의 길은 멀고 험난했다. 이스라엘 백성에게 닥친 첫번째 위기는 파라오의 추격이었다. 그러나 이 위기를 알려주고 대비책을 세우며 최종적으로 해결하시는 분은 하느님이시다. 이집트에서 탈출한 이스라엘 백성이 지나간 경로를 구체적으로 확인 하기란 지극히 어렵다. 홍해 바다의 위치도 여러 견해이고, 성서 본문도 단편적인데가 많고 몇몇 지명은 특정 사건과 연관지어 새롭게 붙인 이름이라 본래의 지명을 알려주지 못한다. 이스라엘 백성의 여정을 하느님께서는 낮에는 구름 기둥이, 밤에는 불 기둥으로 비추시고 이끌어 주셨다(13,21-22). 구름기둥은 이스라엘 백성의 삶과 역사에 함께하시는 하느님의 역동적인 현존을 나타낸다. 이스라엘 백성이 두려워 떨며 부르짖을 때, 모세는 두려워하지들 마라. 똑바로 서서 오늘 주님께서 너희를 위하여 이루실 구원을 보아라고 외쳤다. 이 위기를 해결하는데 백성이 할 일이란 주님을 믿고 지켜보는 일밖에 없다는 뜻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하느님께 대한 신뢰이다. 주님께서 너희를 위하여 싸워 주실 것이기 때문이다. 지름길 대신 돌아가는 길로 이끄신 하느님의 섭리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우리의 삶에서, 우리의 관점에서 볼 때는“이만하면 되었다” 싶은데 돌아 가는 길로 이끄시는 하느님은 “너는 네가 보기에는 약속과 어긋나 보이는 일을 받아들일 만큼, 그리고 나와 함께 사막으로 갈 만큼 나를 사랑하느냐?”(높은데서 사슴처럼 중에서)고 묻고 계신 건 아닐까? 탈출 사건에서 역사적 사실에 대한 여러가지 궁금증이 생길 수 있지만, 세세한 의문보다는 이스라엘의 신앙고백에 귀기울이는 자세가 중요하다. 자유를 주신 하느님께서는 그 자유를 지켜주시기 위해 역사와 자연을 통해 손수 크고 작은 위험을 제거해 주신다. 위기에서 구원받은 이스라엘은 “재수가 좋아서 살았다”고 하지 않고 “하느님께서 우리를 구하셨다”고 고백하며 그분께 영광과 찬미, 감사를 드렸다. 모세와 미리얌이 부른 찬미가에서는 적에 대한 증오나 그들의 패배를 기뻐하는 표현은 찾아 볼 수 없다. 오직 당신 백성을 돌보시는 하느님, 자연과 역사를 움직이시는 하느님의 절대권능만을 기리며 찬양할 뿐이며 모세나 다른 누구를 찬양하지도 않는다. 이 점에서 이집트 등 주변국에서 발견되는 ‘승리의 노래’와는 결정적으로 다르다. 주님을 용사라고 표현한 주님의 전쟁은 약자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억압으로 표현된 악과 투쟁하는 구원의 과정이다. 현실 속에 있는 실체적인 악은 여러 양상으로 드러나지만 그 본질은 인간 특히 약자의 생명과 자유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특징을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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