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의 야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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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04-19 (화) 22:18 조회:161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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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욱 옮김
 쉬운 듯 하면서도 어려운 책이었던 것 같다. 읽을 때는 부담없이 읽을 수 있었으나 남겨진 그 무엇이 있는 것... 작품 해설에서 이야기 하는 콩트의 특징으로 누벨nouvelle(단편소설) 과 다른 점으로 콩트에는 감춰진 이야기가 있으며, 그 의미를 찾아내는 것은 독자의 몫이라고 말하고 있다. 프랑스 파리 지식인 남성들의 공허한 수다에 신물이 난 한 부유한 인텔리 여성이 우직하고 과묵한 뱃사람에게 반해 결혼하지만, 차츰 침묵 역시 수다만큼 공허함을 깨닫고 헤어지기로 한다. 부부는 밤이 가장 짧은 하짓날 밤에 가까운 사람들을 초청해 이별의식을 치른다. 손님들이 돌아가며 19편의 짧은 사랑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는 사이 먼 동이 터오고, 예정된 그 이별 선언의 순간에 부부는 말이 없다. 이야기들 속에서 이미 답이 얻어진 것일까?.... 사랑의 야찬에는 총 아홉 개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 그림·음악·춤, 사랑·열정·고통 등에 대한 작가 특유의 생각이 담겨 있다. 각각에 대해 남겨보면.. 그림에 관한 전설 창조와 전파에 대한 두 친구의 생각이 나오고 “전파는 메시지가 있어야만 존재의 의미가 있는 거야, 자네가 없다면 난 아무것도 아닌 셈이지” “창조란 전파 없이는 유지될 수가 없어. .... 나는 내글이 사람들에게 읽히기를 원해.... 전파는 창작물에 예견할 수 없는 무한한 생명을 부여하네. 그런 생명이 없다면 창작력은 한낱 무기력한 물건일 뿐이지” 이 생각을 증명하듯 중국 화공과 그리스인 화공의 이야기가 나온다 궁전의 양쪽 벽을 하나씩 맡아 작업을 하고 작업이 끝나면 조정의 대신들이 모여 아름다운 그림을 고르고 이긴 사람에게 큰 상을 주기로 한 것이다. 중국인은 멋진 낙원의 풍광을 그렸는데 그리스인은 아무것도 그리지 않고 바닥에서 천장에 이르는 거대한 거울을 설치했다. 그 거울에는 중국인의 그림이 그대로 비쳤을 뿐만 아니라 그림을 보러온 화려한 의상의 사람들이 비친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만장일치로 그리스인을 승자로 뽑았다는 이야기이다. 과연 어느 쪽이 맞는 건지는 잘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 인 것 같다. 두 향연 - 사건과 기념 옛날 이스파한의 칼리프와 그의 요리사 이야기로, 전국에서 제일가는 요리사를 데려 오라고 했는데, 신하는 천하의 명(名) 요리사를 한 명이 아니라 두 명을 데려온 것이다. 칼리프는 첫 번째 일요일과 두 번째 일요일에 각각의 요리사가 만든 음식을 따로 먹어보고 경연의 승자를 가리기로 했다 그런데 두 번째 일요일의 요리사는 솜씨가 뛰어나긴 했으나 첫 번째 일요일의 요리사가 내놓았던 음식과 완벽하게 똑같은 음식을 차렸다. 신하들은 두 번째 요리사가 감히 칼리프를 능멸한 죄로 목이 날아가리라 마른침을 삼키며 긴장했다. 그러나 칼리프의 최종 판정은 이랬다. “두 번째 요리사가 훨씬 더 뛰어나오. 첫 번째 향연이 하나의 사건이었다면, 두 번째 향연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첫 번째 향연을 기억될 만한 것으로 만들어 주었소. 나는 신성한 것을 원하오. 신성한 것은 오로지 반복을 통해서만 존재하고, 매번 반복될 때마다 거룩함이 더해지는 거요.” 이 이야기에 붙은 소제목은 ‘사건과 기념’이다. 만약 내가 칼리프라면 어떤 결정을 내렸을 것인지 자연스레 되묻지 않을 수 없는 이야기 속으로 독자를 빠져들게 만든다. 빵에 관한 전설 사사건건 대립하는 경쟁적인 두 마을에서 벌어진 이야기로 두마을의 젊은 남녀가 사랑에 빠지고 결혼식날 두 마을의 음식을 함께 먹기로 하였는데 딱딱한 빵과 부드러운 빵을 결합시킨 새로운 빵을 개발해 내는 이야기이다 음악과 춤에 관한 전설 구약의 창세기를 패러디한 작품이다. 아담과 하와는 이 작품에서 선악과 대신 ‘음악나무 열매’를 따먹는다. 태초에 해와 달과 별이 운행하며 내는 모든 소리는 그대로 천상의 음악이었지만, 그들이 음악나무 열매를 먹자마자 신의 음악은 멈추고 적막이 시작된다. 거기서 인간의 역사 음악의 역사가 시작된다고 작가는 말한다. 향수에 관한 전설 음악과 춤에 관한 전설과 짝을 이루는 ‘향수에 관한 전설’은 음악 대신 향수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 향수는, 음악이 그러했듯 ‘저마다 우리가 잃어버린 태초의 낙원으로 통하는 문이다.’ 위험한 연민 다발성 경화증 전문의가 자신이 보살피던 아름다운 예술가가 돌이킬 수 없는 쇠락으로 빠져 들어가는 모습을 지켜 볼 수가 없어서 그 예술가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기 위해 아내와 자식을 버리고 그 예술가와 결혼해 한 시도 그녀의 곁을 떠나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 이다.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위험한 연민이다 짚북데기 위의 아기 현대사회의 병리가 왜곡된 출산문화에서 기인한다는 ‘학설’을 경쾌하게 전개한다. 이 작품은 약물중독 병원중독 폭력 등 만연한 재앙을 두고 고심하던 대통령이, 어린시절 자신의 주치의의 말을 국민에게 전하는 형식이다. 그 논지는 모든 생명체는 최초의 경험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태어나자마자 산부인과 분만실에서 보고 느끼는 살균 마스크와 가운 소독약 냄새가 현대병리의 근원이라는 것이다. 대통령은 출산의 환경을 누구든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배려하겠다고 선언하는데, 작가는 자못 진지해지려는 작품 분위기가 못마땅했던지 결말 부분에 웃음의 함정을 파놓고 있다. 불꽃화약 제조술 - 어떤 기념 불꽃화약 제조 공장의 폭발 사고를 보게 된 작가의 추리소설 형식의 글로 주민들 간에 비밀이 없는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한 사람이 평생에 걸쳐 복수를 벌이는 이야기이다. 앵거스 중세 영주의 잘못된 삶에서 빚어지는 이야기로 할아버지의 원수를 죽였으나 그 원수는 자신의 아버지가 되는 사생아의 슬픈 이야기 ** 작가 투르니에(Tournier·81)는 유명한 유럽 최고의 소설가이자 지성 중의 한 사람으로 벌써 40년이 넘도록 슈아젤이라는 조그만 도시의 사제관에서 은둔생활을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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