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 브라운의 소설 [다빈치 코드]에 대한 유감
전주 가톨릭 신학원장 김광태 야고보 신부.
소설은 허구의 세계를 사실처럼 꾸며 독자들의 흥미를 유발시킨다. 독자들이 관심을 많이 가진 분야에서 일반 사람들이 모르는 정보를 제시하며 극적인 효과를 동원하여 흥미를 유발하는 데 성공한 소설일수록 잘 팔릴 것이다.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는 그런 점에서 성공한 소설이다. 그리스도교와 특히 로마 가톨릭교회에 대해 악의적으로 왜곡시킨 점만 제외한다면 말이다.
여기서는 가톨릭교회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여러 가지 문제들 중에서 교회사나 성서에 조금만 알고 있어도 금방 눈치 챌 수 있는 점들을 직접 인용하면서 상식적인 수준에서 살펴보도록 하겠다.
1. 콘스탄티누스에 대해서
1권 p.355 “그 당시 여든 개 이상의 복음서들이 있었던 것으로 생각되고 있지. 하지만 오직 몇 개만이 신약성서 안에 포함되도록 뽑혔다네.”
“우리가 알고 있는 성서는 로마 황제 콘스탄티누스 대제가 짜맞춘 것이다.”
“콘스탄티누스는 평생 동안 이교도였지. 그러다가 자기가 죽은 침대에서 세례를 받았다. 너무 허약해서 저항할 힘도 없었을 때 말이야.”
p. 359 “왜곡은 이거라오. 예수가 죽은 지 사백 년이나 지나서 그의 위치를 승격시켰기 때문에, 유한한 인간으로서 예수의 삶을 연대기로 기록한 문서들이 이미 수천 개나 존재했다는 거요. 역사를 다시 쓰기 위해서는 대담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을 콘스탄티누스는 알고 있었소. 이 같은 배경에서 기독교 역사의 가장 심오한 순간이 튀어나오게 되는 거요. 콘스탄티누스는 새로운 성서 제작을 의뢰하고, 재정적으로 뒷받침했소. 그리스도의 인간적인 특성을 얘기하는 복음서들은 빼버리고, 그를 신처럼 묘사한 복음서만을 골라 아름답게 윤색했지요. 초기 복음서들은 금지되거나, 모아서 불태워졌소.”
“역사가에게는 다행스럽게도, 콘스탄티누스 대제가 뿌리를 뽑으려고 했던 복음서들 일부가 가까스로 살아남았지. 후딘 사막에 있는 쿰란 근처 동굴에 숨겨진 사해의 두루마리가 1950년대에 발견되었소. 1945년에는 나그함마디에서 콥트어로 씌어진 콥트 두루마리가 발견되었고. 이 두루마리들은 진짜 성배 이야기뿐만 아니라, 매우 인간적인 용어로 그리스도의 행적을 이야기하고 있어요. 물론 거짓 정보의 전통을 지키려는 바티칸은 이 두루마리를 공개하는 것을 강력히 막고 있소.”
먼저, 콘스탄티누스가 등장하는 배경을 살펴보자. 교회는 네로황제 때부터 시작해서 디오클레시아누스에 이르기까지 오랜 시간동안 박해의 시기를 거쳤다. 이 기간동안 주교들은 베드로의 후계자를 중심으로 박해와 이단에 맞서 교회의 신앙을 수호하고 있었다. 도망다니며 목슴을 구하기도 힘든 형편에 ‘로마 바티칸’을 정치 세력화할 여지는 전혀 없었다.
오랜 기간 동안 이어진 군부의 혼란을 종식시킨 로마 황제 디오클레티아누스는 통치와 방위를 보다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 제국을 넷으로 분할하여 자신과 막시미아누스(재위 286∼305) 두 사람을 정제(正帝)로 하고 갈레리우스와 콘스탄티우스를 부제(副帝)로 하는 4분할통치(테트라르키아)를 실시했다. 305년 그의 자발적 퇴위 때 다시 일어난 내란 속에서 콘스탄티누스 1세와 리키니우스가 승리하여 남고, 2번째 내전(313, 314) 뒤 콘스탄티누스 1세가 단독 황제로서 남았다(재위 306∼337). 이미 디오클레티아누스는 수도를 니코메디아로 옮기고 있었으며 콘스탄티누스 1세는 330년 비잔티움 땅에 수도 콘스탄티노플(지금의 이스탄불)을 건설해 제국의 중심을 동쪽으로 옮겼다. 이 콘스탄티누스 1세가 그리스도교로 개종하여 하느님의 지상대표자를 자임하면서 그리스도교를 보호하여 4세기에 그리스도교가 로마의 국교가 되는 길을 열었다.
책에서 지적하듯이 콘스탄티누스가 정치적인 이유로 교회를 이용하려 했던 것은 사실일 것이다. 그는 사망 직전인 337년 성령강림축일에야 에우세비오 주교에게 세례를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교회의 보호자임을 자처한 것은 제정일치 전통이 남아 있는 로마제국에서는 자연스런 현상으로 받아들여졌다. 325년에 니체아 공의회를 소집하여 신앙의 문제를 조정하려했던 것도, 신앙에 대한 열정보다는 어렵게 통일시킨 제국이 신앙 때문에 분열되는 일을 염려했기 때문이었다. 황제는 다분히 정치적인 의도에서 공인된 그리스도교 이 외의 신앙을 억압하였다.
박해받던 교회가 종교의 자유뿐 아니라, 권력의 도움을 받고 귀족화되기 시작한 것은 분명 콘스탄티누스 때부터의 일이다. 박해시기에 볼 수 없었던 주교관이 등장하고, 화려한 제의나 장엄한 전례가 도입되기 시작했다. 박해받는 교회에서 지배하는 교회로 바뀌면서 현대 교회가 반성하고 있는 여러 가지 우려스런 일들이 일어난다. 뿐만 아니라 신자들의 신심 안에서도 여러 가지 변화가 발생한다. 이런 현상은 ‘문화접변’(文化接變, syncretism)으로서, 서로 다른 두 문화가 만나게 되면서 발생하는 자연스런 현상이다. 두 문화가 만나게 될 때, 어떤 문화도 다른 문화를 일방적으로 압도하지 못한다. 서로 자연스럽게 조화를 추구하게 된다. 그래서 유다-그리스도교는 희랍-그리스도교의 양태를 띠게 되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가 추구하고 있는 신앙의 토착화 역시 본질적으로 다른 것이 아니다.
그러나 과연 ｢다빈치 코드｣에서 지적하듯이 황제가 ｢로마 가톨릭｣을 옹호했을까? 황제는 ‘로마’에서 ‘콘스탄티노폴리스’로 수도를 옮겼다. 이 곳은 현재의 ｢로마 가톨릭｣이 아닌 ｢동방정교회｣의 신앙 중심지다. 또한 황제는 교회의 최고권까지 장악하려는 의도에서 교황의 수위권도 인정하지 않으려했다. 이후의 공의회들은 정치적인 관점에서 신앙의 문제를 통일시키던 황제의 권력과 신앙의 정통성을 수호하려는 주교들의 갈등 속에서 신앙의 진리들을 정립해 나갔다. 콘스탄티누스는 제국의 통일을 위해 ‘신앙의 일치’를 원했지, 교황을 중심으로 한 현대적 개념의 ｢로마 가톨릭｣교회를 옹호하려 했던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콘스탄티누스가 현재의 네 복음서만 놓아두고 나머지 복음서들을 모두 불태웠다는 것이 사실일까?
신약성서가 현재의 27권으로 완전히 정형화 된 것은 콘스탄티누스보다 훨씬 후대의 일이지만, 4복음서와 주요 성서들은 이미 200년 경에 쓰여진 무라토리경전 목록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사도들의 후계자와 사도 교부들, 박해기의 여러 저술들을 통해서 4 복음서의 가치가 인정된 것이다.
신약성서의 정경목록은 요즘 유행하는 ｢관습법｣으로 자리잡게 된 것이다. 당시 무수히 많은 복음서들이 존재했지만, 신앙인들은 교리의 정통성, 고대성, 가톨릭성 등을 원칙으로 하여 그리스도에 관한 정통적이지 않은 가르침들을 제거하여 나갔다. 즉 나머지 여러 저술들이 한꺼번에 불에 태워져서 없어진 것이 아니라, 신앙인들로부터 외면당함으로써 정경으로부터 제외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아무리 교회의 가르침과 반대되는 것이라 할지라도 역사가들은 그렇게 소홀하게 취급하지 않는다. 소설은 80개의 복음서라고 그랬는데, 80개는 못 돼도 베드로 복음, 나자렛파 복음, 에비온파 복음 등은 가톨릭교회에서 외경으로 인정하고 있고, 피스티스 소피아, 토마 복음, 바르톨로메 복음, 야고보 원복음, 유년기 복음, 가 마태오 복음, 토마의 유년기 설화, 빌라도 행전, 니코데모 복음, 가말리엘 복음 등을 위경으로 보존하고 있다. 이 외에도 다수의 묵시록과 사도들의 편지를 보존하고 있지만, 신화적인 색채가 많이 가미된 후대의 저술들이라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현재의 네 복음서를 콘스탄티누스 시대에 기록하였다고 하는 소설의 헛소리에 대해서는 비판의 가치조차 없지만 한 가지 예만 들겠다. 1920년에 영국의 파피루스 연구자 그린펠드가 이집트에서 발견한 파피루스 단편은 요한복음 18,31-33과 37-38의 말마디를 담고 있었다. 이 파피루스는 서기 125년에 이집트에서 씌어진 것으로 밝혀졌다. 학자들이 공통적으로 인정하는 바에 따르면 요한복음서가 서기 90-100년경에 씌었으니까, 이 사본은 학자들의 주장을 훌륭하게 입증하는 셈이다.
그리고 쿰란의 문서에 대해서도 저자는 소설가답게 써 놓았는데, 그 원본이 로마 교황청이 아닌 ｢예루살렘 박물관｣에 보존되어 있으니까 관심 있는 사람들은 그 쪽에 연락해서 열람할 수 있겠다. 쿰란의 문서는 1947년에 길 잃은 염소를 찾던 베두인 족의 소년이 발견했는데, 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이때 발견된 대부분의 문서들은 서기 68년에 로마의 침공이 있을 때 그 곳에서 수도생활을 하던 유다교 쿰란 공동체 사람들이 서둘러 피신시켜 놓은 당시의 성서들이다. 기원전 100년경에 기록된 제1이사야서 두루마리와 제2이사야서 두루마리, 자기들의 생활 규칙, 그리고 130년 경에 쓰여진 바르코코바의 문헌 등이 발견되었을 따름이다. 당시 이 공동체는 그리스도교와 무관한 에세네파의 일부로 알려지고 있다. 서기 68년 당시 그리스도교는 박해와 다가오는 로마의 침공에 대비해서 뿔뿔이 흩어진 상태였고, 문헌의 내용을 살펴보더라도 이 공동체는 그리스도교와 무관했다.
이 발견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성서의 기록이 파피루스나 양피지를 통해서 필사되어 전해지다 보니, 그 전까지 가장 오래된 구약성서가 서기 9세기 중엽의 ‘코덱스 오리엔탈리스’였고, 보존 상태도 좋지 않았는데, 쿰란의 문헌 발견으로 1000년이나 더 오래된 성서 사본을 접할 수 있었다는 데에 있다. 소유권이 이스라엘 정부에게 있는 이 문헌을 로마 가톨릭교회가 어떻게 장악해서 숨기고 있다는 지 의아할 뿐이다.
1945년 에집트 남부의 도시 룩소르의 북쪽 100킬로미터 지점에 위치한 나그 함마디(Nag Hammadi) 부근의 묘지에서 토목공사 때 발견된 출토품이 큰 주목을 끌었는데, 거기서 발견된 수사본들은 결코 새로운 [나일 사막의 복음서]가 아니라, 이미 초기 그리스도교 시대에 알려져 있었던 위경의 토마스 복음서 따위였다. 혹시 관심 있는 사람은 W. Michaelis, Das Thomas-Evangelium, Stuttgart 1960; W.C. van Unnik, Evangelien aus dem Nilsand, Frankfurt a. M. 1960을 참조하기 바란다.
2. ‘최후의 만찬’ 그림에 대하여.
2권 p.11 “소피는 예수의 바로 오른쪽에 앉은 인물을 면밀히 들여다보았다. 인물의 얼굴과 몸을 살피는 동안, 그녀 내부에서 충격이 일어났다. 그 인물은 흐르는 듯한 붉은 머릿결과 셈세하게 모아쥔 손, 그리고 살짝 솟은 가슴으로 보아 의심할 여지 없는... 여자였다.”
p.12 “이 여인을 놓치게 되는 또 다른 이유는 예술서적에 실린 많은 사진들이 1954년 전에 찍은 것들이기 때문이라오. 그때까지만 해도 이 그림의 자세한 부분들은 여러 겹의 먼지와 18세기의 서투른 손들이 덧칠한 보존 채색 밑에 깔려 있었거든. 마침내 이 프레스코 벽화는 깨끗하게 복구되어 다빈치의 원래 그림을 드러내게 되었지.”
p.12-13 “초기교회는 인간 예언자인 예수가 신성한 존재라고 세상을 설득시킬 필요가 있었어요. 따라서 예수의 삶 중에 세속적인 면모를 다루고 있는 복음서는 어떤 것이든 성서에서 제외시켜야만 했지. 성서의 초기 편집자들에게는 불행한 일이었겠지만. 세속적인 특정 주제가 복음서들에서 끊임없이 불거져 나왔다오. 마리아 막달레나였지. 좀더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예수 그리스도와 그녀의 결혼 문제였어요.”
P.13 “소피는 마술에 걸린 듯 했다. 분명 두 사람의 옷 색깔은 서로 바뀌어 있었다. 예수는 붉은 겉옷에 푸른색 망토를 두르고, 마리아 막달레나는 푸른색 겉옷에 붉은색 망토를 두르고 있었다. 음과 양.
더 기이한 부분을 파고들자면, 예수와 그의 신부가 엉덩이를 붙이고 있는 것처럼 앉아서 서로 반대쪽으로 몸을 슬며시 내밀고 잇는 거요. 마치 그들 사이에 어두운 공간을 일부러 만들어 내려는 것처럼 말이오.
티밍이 그 윤곽을 설명하기 전에 소피는 V의 뜻으로 알아챘다. 그림의 초점에는 논쟁의 여지가 없는 모양이었다. 성배와 잔.”
p.18 “이 구절은 마리아 막달레나의 복음서에서 나온 거요...
그리고 베드로가 말하길, ‘그리스도가 정말로 우리 모르게 그 여자와 얘기했나? 우리가 모두 돌아서서 그 여자의 말에 귀를 기울어야 한단 말인가? 주민은 루이보다 그 여자를 더 좋아하는 것인가?’
그리고 레위가 말하길, ‘베드로, 자네는 항상 성질이 불 같았지. 이제 보니 자네는 적이라도 되는 것처럼 여자에게 대항하려 드는군. 주님이 그녀를 가치 있게 만드신 거라면, 그녀를 거부하는 자네는 정말로 누구인가? 분명히 주님은 그녀를 잘 알고 잇네. 그래서 주님은 우리보다 그녀를 더 사랑하는 것일세.”
먼저, 우리가 알고 있는 최후의 만찬 그림이 1954년 이전에 찍은 것들일까? 대답은 ‘아니다.’ 그렇다면 그 이전에는 왜 덧칠해 놓았을까? 덧칠했는지 모르지만, 혹시 그 이유가 있다면 복원작업일 뿐이다. 왜 복원작업을 하는가? 프레스코 벽화가 세월에 따라 퇴색하여 흐릿하게 됨으로써 원래의 모양을 회복시켜주기 위함이다. 덧칠한 것을 제거하니까 원래의 그림이 나타났다고? 저자의 상상력이 놀랍다.
나로서는 아무리 보아도 피부색이 어떤지, 옷 색깔이 과연 그런지 모르겠는데, 저자는 그 흐릿한 그림 속에서 어떻게 예수님 오른쪽에 앉은 사람이 여자인지 구분해낼 수 있었을까? 유일하게 그렇게 생각해 볼 이유가 있다면 수염이 없다는 건데... 내가 보기에 그림 속에서 수염이 없는 사람이 하나 더 있는 것 같다. “붉은 머릿결이나 셈세하게 모아진 손, 살짝 솟은 가슴” 등은 눈이 나빠서 그런지 아무리 보아도 모르겠다. 다른 쪽에서는 예수의 옷과 색깔이 정 반대의 옷을 입고 있다고 했는데, 그림 속에서 사람들이 입고 있는 옷은 모두 주황색과 푸른색일 뿐이다. 시카고 예술학교의 브루스 브라우처는 저자의 이런 논리에 대해서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라고 일축한다.
저자는 최후의 만찬 그림에서 포도주 잔이 제자들 앞에 하나씩 놓인 것을 지적하면서, 거룩한 잔 즉 성배(聖杯)는 따로 있다고 말한다. 즉 막달라 마리아라는 것이다. 예수님의 최후 만찬에서는 예수님께서 사용하신 하나의 잔만 나왔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저자는 예수님의 우측에 있는 사람이 수염이 없다는 것과, 최후의 만찬 때 잔이 하나만 있었어야 한다는 것을 근거로 삼고 있는데, 다빈치가 최후의 만찬을 그릴 때 배경으로 삼은 장면은 요한복음사가가 전해주는 고별식사 장면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다시피, 공관복음서가 전해주는 최후의 만찬은 ‘과월절 식사’였던데 반해 요한복음이 전해주는 최후의 만찬은 과월절 하루 전에 있었던 평범한 식사였다. 단순히 이별의 만찬이었다. 그래서 요한복음서는 예수님께서 마지막 식사 때 공관복음에서와 같은, 즉 우리가 미사 때 거행하는 빵과 포도주에 관한 말씀이 등장하지 않는다. 그림에서도 당연히 사람들 앞에 잔이 하나씩 놓이게 되었다. 요한은 왜 마지막 식사가 과월절 식사였다는 공관복음서의 주장을 바꿨을까? 그 이유는 요한복음사가가 예수님께서 과월절 양을 잡는 시각에 돌아가셨다고 하면서 예수님을 ‘과월절 양’과 동일시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대의 역사가들은 천문학적 연구를 통해서 예수님께서 돌아가신 날이 요한복음이 전해주는 대로 금요일 오후인 서기 30년 니산달 14일이라는 것을 밝혀내었다.
요한복음에서 고별식사 때 일어나는 일은 우리가 성목요일 저녁미사 복음으로 읽게 되는 13,1-20의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시는 이야기다. 그리고 바로 이어서 유다의 배반을 이야기하신다. 그때 예수님의 바로 곁에 ‘예수의 사랑을 받던 제자’가 앉아 있었고, 베드로가 그에게 누구를 두고 하시는 말씀인지 여쭈어보라고 당부하였다. 요한복음서에서 ‘사랑받는 제자’는 복음서를 저술한 요한 자신이라는 것이 통설이다. 다빈치는 요한이 가장 늦게까지 생존하면서 묵시록을 저술했기 때문에 예수님의 제자들 중에 가장 젊었다는 것을 표현하려고 수염을 그려넣지 않았을 것이다.
만일 댄 브라운의 말이 사실이라서, 최후의 만찬 장면에 막달라여자 마리아를 포함한 열 두 제자가 앉아 있었다면, 예수님께서 열둘을 뽑으실 때 처음부터 막달라 여자 마리아를 그중의 하나로 뽑았단 말인가? 사도 요한이 아니고? 모르겠다. 댄 브라운은 우리의 성서가 모두 콘스탄티누스 때 꾸며낸 거라니까 할 말이 없다.
저자는 교회가 전통적으로 막달라 여자 마리아를 ‘창녀’로 취급한 일과, 모든 복음서가 그녀를 부활의 첫 증인으로 다루고 있는 것에 착안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복음서에서 묘사한 바로는 막달라 여자 마리아는 단지 ‘일곱 마귀가 들렸던 여인’(마르 16,9)일 뿐이었다. 만일 저자의 주장대로 성서에서 마리아 막달레나에 대한 모든 기록을 지웠다면 왜 부활의 증인으로서 그녀를 언급하는 부분은 빼놓지 않았을까? 그리고 복음서보다 먼저 기록된 바울로 사도의 고린토인들에게 보낸 첫째 편지에서 “그리스도께서는 먼저 베드로에게 나타나신 뒤 다시 열 두 사도에게 나타나셨습니다.”(15,5)는 구절은 어떻게 해석할까? 논리적으로 생각한다면 막달라 여자 마리아에 관한 전승은 복음서가 기록되기 전에 케리그마 형태로 전해지는 부활에 관한 증언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가, 후대에 부활이야기들이 점차 확대되면서 복음서에 포함되게 되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녀를 창녀로 취급하는 교회의 전통 역시 밑바닥의 삶에서 부활의 최고 증언으로 격상시킴으로써 인간의 상상을 초월하는 하느님의 선택의 탁월성을 묘사하려는 시도라고 볼 수 있다. 매 부활절마다 그녀의 이야기가 세상 만방에 울려퍼지는데, 이런 일이 교회가 그녀를 미화시켰기 때문일까? 아니면 그녀를 깎아 내리려고 했기 때문일까?
막달라 여자 마리아를 그리스도의 부인으로 묘사해서 전해주는 복음이 존재한다고? 나는 모르겠다. 인류 역사에 있어서 예수 그리스도에 대해서만큼 오랜 시간동안 무수히 연구된 인물이 있을까? 그 많은 학자들이 전혀 찾아낼 수 없던 [막달레나의 복음서]가 어디서 갑자기 떨어졌나?
마지막으로, 콘스탄티누스 이전의 복음들이 예수의 인간적인 면모만 다루고 있었다는 내용도 어불성설이다. 한 가지 예만 들자면, 그리스도교 초기에 등장한 대표적인 두 이단은 바로 영지주의(靈智主義)와 아리우스의 단성론(單性論)이다. 영지주의는 그리스도의 인간성을 부인하면서, 그리스도는 예수라는 인간의 형상만 취하셨을 뿐 실제로는 인간이 아니었고 순수한 영(靈)일 뿐이었다고 주장하던 이단이다. 그리고 그 이후에 등장하여 니케아 공의회를 소집하게 만든 이단이 바로 아리우스 주의다. 요한복음 1장을 근거로, 말씀 즉 로고스(Logos)는 하느님과 함께 계셨던 분이지만 성부로부터 존재를 부여받았기 때문에 성부와 같은 존재일 수 없고, 또 세상을 창조하신 분이기 때문에 피조물과도 같지 않은 분이라고 주장한다. 그래서 하느님과 인간 사이의 중간존재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혹시 아리우스 이단이 먼저 나오고 그 다음에 영지주의 이단이 등장했다면 댄 브라운의 주장대로 처음에 예수를 인간으로 취급하다가 점차 신격화시켰다고도 생각해볼 수 있는데, 교회 안에 등장한 현상은 그 반대다. 그리스도의 인성을 부인하다가, 나중에는 반절만 인성을 지닌 것으로 인정했다.
바울로사도는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과 부활만 전했다. 가장 먼저 씌어진 마르코복음서는 이러한 사도들의 선포가 오직 ‘신앙의 대상인 그리스도’만을 전함으로써 그분이 인간으로 사셨고, 그래서 우리가 그분을 흠숭하기만 할 것이 아니라 닮아가야 한다는 것을 놓치고 있다고 생각하여 예수의 인간적인 측면을 다뤘다. 이렇게 복음서의 저술과정도 댄 브라운이 추정하는 것과 정 반대의 과정을 거쳤다.
3. ‘Q 문헌’
2권 p.31 “그 궤짝 안에 든 ‘가장 순수한 문서들’은 변형을 거치지 않은 수천 장의 종이라오. 콘스탄티누스 시대 이전의 기록들이지. 그리고 예수를 인간적인 스승과 예언자로서 존경한 초기 추종자들에 의해서 기록된 것이라오. 게다가 보물의 일부는 전설적인 ‘Q’ 문헌이라는 소문이 있어요. 이 문서는 바티칸조차 실제로 존재할 것이라고 인정하는 원고요. 예수 자신이 직접 썼을 것으로 생각되는 가르침을 담은 책이라오.”
소설의 한글 번역이 잘 못 되었기를 바란다. ‘종이’는 서기 8세기 경 당나라에서 처음 만들었고, 그것이 서양으로 건너갔으니까, 예수님 시대에 종이에 기록할 턱이 없다. 그 때의 기록 매체는 파피루스와 양피지였다. 쿰란에서는 동굴이 극히 건조하고, 공기가 통하지 않는 항아리 속에서 손이 닿지 않은 상태로 보존되었기 때문에 양피지로 된 기원전2세기의 문서까지 보존될 수 있었지만, 일반적으로는 그렇게 보존되기가 쉽지 않다. 그 궤짝이 여전히 프랑스 어디에 있다고 하더라도, 그 속에 문서들이 과연 지금까지 보존될 수 있을까?
전설적인 ‘Q문헌’을 바티칸도 인정하고 있다고 했는데 사실 그렇다. 그런데 왜 다른 이름이 없이 ‘Q 문헌’이라고 부를까? 공관복음서라고 부르는 마태오, 마르코, 루가 복음에서 중복되는 부분을 연구하던 학자들은 마르코 복음이 가장 먼저 씌었고, 마태오와 루가는 마르코 복음을 자기들의 복음서에 편집해 넣었다는 것을 밝혀냈다. 한편 마르코 복음에 등장하지 않으면서 마태오와 루가에 공통되는 구절들이 상당히 많이 발견되는데, 그것들을 모아보니, 모두 예수님의 말씀을 다루고 있으며, 나름대로의 논리적 연결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래서 학자들은 오늘날에는 전해지지 않지만 마태오와 루가가 복음서를 저술할 당시에 이 문헌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추정해냈다. 그래서 ‘원천’ 또는 ‘자료’를 뜻하는 독어 ‘퀠레’(Quelle)의 첫 글자를 따서 ‘Q’로 표기하며, 한글로는 ‘예수 어록’이라고도 부른다.
그렇다면 ‘예수 어록’은 누가 기록했을까? 예수님 자신이? 부처님은 자신의 가르침을 책으로 전해줬는가? 짧은 공생활동안 사람들에 치여 식사할 겨를조차 없이 사셨던(마르 3,20 참조) 예수님께서 언제 시간을 내서 당신의 말씀을 기록하고 계셨을까? 예수님은 제자들을 교육시키시기에도 바빴고, 그들은 3년 동안 예수님과 함께 살면서 몸으로 체험한 그분의 증인으로서 권위를 가지고 부활을 증언했다. 복음서의 기록들은 예수님의 일차적인 증인들이 하나 둘 사라져갈 때 그들이 증언한 예수님에 관한 가르침을 보존하기 위해 기록되었다. 예수의 어록도 단순히 예수님의 말씀을 모아 놓은 것이 아니라, 나름대로의 신학적인 틀을 지니고 있어서, 마르코복음처럼 특정한 저술가가 임박한 사람의 아들의 도래에 앞서 이스라엘의 종말론적인 회개와 소집을 목표로 한 설교들을 수집하여 기록하였다고 한다. 예수님의 저술이 아니라, 사도들의 가르침을 기초로 한 후대의 저작이다.
4. 교황의 성당 기사단 학살 사건
2권 p.157 “랭던은 1307년에 일어난 악명 높은 기사단 소집을 떠올렸다. 불행한 13일의 금요일 사건이다. 교황 클레멘트는 성당 기사단 수백 명을 죽이고 매장했다.”
“기사들 중 상당수는 말뚝 위에서 화형당한 뒤 그대로 티베르 강에 던져졌지.”
티베르 강은 고대 로마시와 시외 지역에 위치한 오늘날의 바티칸시를 구분해주는 ‘테베레강’을 영어식으로 표현해 놓은 것 같다. 즉 교황청에서 기사들을 화형시켜서 교황청 앞에 흐르는 테베레 강에 기사들을 던졌다는 것이다.
다행스럽게 댄 브라운은 모호한 표현을 쓰지 않고 정확하게 기록하고 있어서 논란이 필요 없다. 프랑스의 왕으로서 세계지배를 꿈꾸고 있던 필립 4세에 대항하여 교황 보니파시오 8세는 1302년에 교황권을 회복하기 위해 약간의 시대착오적인 유명한 ‘Unam Sanctam’이란 대칙서를 발표하였다. 이 칙서에서 교황은 루가복음 22장 38절에 근거하여, 영적인 것과 세속적인 모든 권한을 그리스도가 교회에 맡겼다고 주장하면서 필립 4세를 파문하였다. 필립 4세는 공의회에 공소하면서 군대를 동원하여 교황을 체포하였다. 몇 주 후 교황은 사망하였다. 이와 더불어 교황직의 보편적, 중세기적 우위성도 끝나게 되었다.
이후 교회에 대한 지배력까지 확보한 프랑스 왕권의 영향으로 프랑스인 추기경의 수가 점점 늘었고, 그 결과 프랑스인 교황이 선출되었다. 댄 브라운이 이 책에서 언급하는 클레멘스 5세(1305-1314) 교황은 프랑스인으로서 구태여 로마에 가야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아, 프랑스 리옹에서 착좌식을 거행하였고, 1309년에 아비뇽을 거처로 정하면서 그의 후계자들도 1378년까지 계속 그 곳에 머물게 된다. 이로서 교황은 중립적이고 보편적인 교회 권위를 상실하여 야망적이고 권력에 굶주린 프랑스 군주의 포로가 되어, 그의 무기력한 정치적 노리개로 전락하였다.
소설과 관련시켜 살펴본다면, 먼저 지리적인 착오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클레멘스 5세 교황은 로마에 간 적이 없다. 따라서 기사들을 테베레 강에 던진 것이 아니다. 1307년의 학살사건은 이미 속적인 모든 권한을 상실한 교황이 단독으로 저지를 수 없는 사건이다. 이전 교황 보니파시오 8세에 대해 복수심을 품고 있던 왕 필립 4세는 교황에게 협조적이었던 성전기사수도회를 표적으로 삼아 교황 클레멘스 5세에게 그들을 이단과 음란죄로 고발하게 하여 10월 13일에 프랑스의 2000명 가량의 기사수도회원들을 체포하였다. 1312년에 왕은 이 수도회를 폐지하였고, 1314년에는 파리에서 그들을 이단자로 내몰아 화형에 처형하였다. 이 과정에서 교황은 왕의 협박을 못이겨 수도회원들을 거짓으로 단죄하였으며, 화형시키는 일을 정당화하는 종교적인 명분을 제공하였다.
이러한 교황의 행위가 절대로 정당화될 수 없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 배경에는 우리 교회 역사상 가장 불행한 아비뇽 유폐 시대에 속권에 짓눌린 채 허수아비가 될 수밖에 없었던 역사적인 상황이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교황 클레멘스 5세의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성전기사수도회원 학살의 주범은 교황이 아니라 보니파시오 8세에게 복수하려던 필립 4세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5. 결어
이 외에도 성직자치단체인 ‘오푸스 데이’를 비밀조직화시킨다든지, 그들과 바티칸 은행을 연결시켜 어떤 음모를 조작해 내는 일에 대해서는 극히 최근에 이루어진 일처럼 다루고 있기 때문에 나로서는 알지 못하고 어떤 언급도 할 수 없다. 다만 독립국가 형태를 띤 바티칸시국이 이탈리아의 영토 한 가운데 위치하고 있으면서 정치적이며 경제적 독립성을 유지하기 위해 별도의 은행을 가질 필요성까지 비난해서는 안 될 것이다. 바티칸은행은 전세계의 교회와 교황청이 이태리 정부의 간섭을 받지 않고 독자적인 경제행위를 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장치다. 이 은행을 통해서 교황청으로 보내는 각종 헌금과 교황청을 유지하도록 일부 부유한 국가들이 보내주는 기금들, 그리고 교황청에서 가난한 나라를 돕기 위해 보내는 원조금들, 교황청의 일상 경비들이 집행된다. 그 내용을 세상 모든 사람들이 다 알도록 공개해야 하는가? 너무 심한 요구다. 국회에서도 비밀유지 의무를 준수하는 일부 국회의원만이 국가의 재정상태를 감독한다. 나머지 사람들은 비록 국회의원들이라 할지라도 국가의 재정상태 모든 것을 다 알 수 없게 되어 있다. 하물며 전 세계 모든 국가와 관련되어 있는 교황청이 사람들의 오해를 이유로 바티칸은행의 모든 내역을 공개해야할까?
‘오푸스 데이’에 대해서는 관심만 있으면 알 수 있는 많은 자료들이 있다. 한 가지만 언급한다면 교회 안에는 많은 성직자치회들이 존재한다. 흔히 알려진 여러 선교회들, 파리외방전교회, 골롬반회, 메리놀회, 과달루페회 등도 수도회가 아니라 성직자치회다. 오푸스 데이가 규모와 조직에서 남다르다보니 교회 안팎에서 많은 주목을 받는가보다. 관심 있는 사람은 www.opusdei.or.kr에 접속해서 살펴보기 바란다.
소설이란 장르는 사실성을 문제삼는 비판들을 손쉽게 무력화시키는 장점을 이용하여 마음껏 사실을 왜곡한다. 그러나 사실과 허구의 차이를 쉬 눈치 채지 못하는 독자들에게 때로는 한 권의 소설이 인생 전체에 걸치는 커다란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전혀 문학적인 가치를 발견할 수 없는 이 책이 왜 우리나라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었을까? 저자는 전세계에서 가장 큰 종교인 가톨릭교회를 건드리면 어떤 식으로든 주목을 끌게 된다는 점을 마음껏 이용하였고, 이런 면이 가톨릭교회에 대한 비판을 선교의 첫걸음으로 생각하는 한국의 개신교 신자들에게 커다란 매력으로 비쳤으리라.
스페인 평론가 카사벨라는 엘 파이스 신문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다빈치 코드는 60년대부터 나온 이런 부류의 소설 가운데 가장 넌더리나는 소설이다. 댄 브라운은 문학 공부에 있어 일 학년도 못 뗀 것 같다. 지루하다는 것이 아니라, 처음 듣는 성배와 다빈치와 오푸스데이를 섞은 이론을 설명할 때 엉성하고, 독자를 바보라고 생각해선지 대충대충 이야기한다. 줄거리를 만들 때 나중에 쓸모 있게 보이도록 하는 자료들과 등장인물들의 말도 엉성하고, 주인공이 하는 연구도 비논리적이어서 이 소설가가 공부하지 않은 사람임을 단박에 알 수 있다...이 모든 것을 용서할 수는 있지만 이 소설이 광고를 통해 널리 알려지는 것뿐만 아니라 마치 가치가 있는 책처럼 팔리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댄 브라운과 그의 코드는 에드 우드의 영화 같다. 이 저질 책을 팔지 않으려 했고 지금도 이를 후회하지 않는 출판사가 있다는 것은 아직도 양심이 없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진실은 변명하지 말고 솔직하게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사실과 무관한 논리를 가지고 가톨릭교회를 공격할 때 침묵하는 일은 비겁한 짓이다. 우리에게 신앙을 전해준 선조들의 노력을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공부해서 그들을 반박할 수 있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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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빈치 코드 유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