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 : 13,1-37

* 마르코 복음 13장은 ‘작은 묵시록’ 혹은 ‘공관복음 묵시록’이라고도 불리는데, 당대의 묵시사상, 예수님의 종말에 대한 가르침, 구약의 예언문학과 다니엘서, 당시 박해받던 초대 그리스도인 공동체의 상황 등을 모두 담아 엮어낸 것이다. 그리스도의 재림과 종말에 대한 비전을 제시해 주는 매우 중요한 본문이라고 할 수 있다.

* 묵시문학은 BC 2세기부터 AD 2세기 사이에 이스라엘에 크게 유행했던 문학양식으로 외세의 침입으로 실의에 빠진 백성에게 종교적 희망을 주고자 하는 것인데, 역사의 종말과 천상영역의 신비를 꿈이나 환시, 상징과 비유 등의 문학적 표현을 사용하였다.

* 13장은 예수의 마지막 가르침인 고별담화이다

■ 마르 13,1-2 성전의 파괴를 예고하시다 (마태 24,1-2 ; 루카 21,5-6)

* 예수님께서 예루살렘 성전에서 가르치는 것을 마치시고 떠나가실 때에 어느 제자 한 사람이 성전의 웅장함에 대해 감탄하면서 예수님의 동의를 구하는 데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 유다인들에게 구원의 중심으로 받들어지는 성전과 함께 구원의 열쇠를 쥐고 있다고 자부하는 성전 중심체제가 무너질 것을 예고하신다. 후에 유다인들은 이 예고를 마치 예수께서 친히 성전을 파괴하시겠다고 공언하신 것처럼 왜곡하여 선전한다.(14,58;15,29)

■ 마르 13,3-13 재난의 시작 (마태 24,3-14 ; 루카 21,7-19)

* ‘예수님께서 성전 맞은쪽 올리브 산에 앉아 계실 때’라는 묘사는 마지막 때, 곧 ‘주님의 날’과 연결된다(즈카 14,4). ‘대등한 두 성전이 누가 진짜인가’ 하고 맞대결하는 모습 같다.

* 예수님께서는 성전 파괴와 종말 도래가 다 이루어지기 전에 어떤 표징이 나타날 것인지 알려주신다. 묵시문학의 사후예언기법으로 1차 유다독립항쟁(66-70년)을 토대로 전개된다.

* 예수께서는 초대 교회의 절박한 체험을 통해 미래의 사건과 종말에 관해 계시하셨고, 그것을 모은 13장은 그 시대를 넘어 궁극적 희망을 선포하는 말씀으로 선포되었다.

* 전쟁 소식과 전쟁 소문은 유다 독립항쟁 외에도, 로마 제국 자체의 내전, 50년초의 극심한 기근, 61-62년의 라오디케이아(터어키)의 대지진과 폼페이의 화산 폭발 등 자연 재앙이 이어졌다. 전쟁을 하느님의 섭리에 따라 반드시 벌어지는 사건으로 이해하면 안된다. 전쟁은 오만과 탐욕에 가득찬 인간이 불러온 악의 요소일 뿐이다.

* 거짓 메시아가 나타나서 세상의 종말에 관해 백성들을 속이려 할테니 조심하라고 당부한다. 이는 진통의 시작일 뿐이며, 종말의 전조가 나타나기 전에 복음이 모든 민족에게 선포되어야 한다는 점을 역설한다. 박해 받던 초기 그리스도인들의 상황이 생생하게 전달되는 대목이다.

■ 마르 13,14-23 가장 큰 재난 (마태 24,15-28 ; 루카 21,20-24)

* ‘황폐를 부르는 혐오스러운 것’(=우상)이 있어서는 안 될 곳에 서 있으면 사태가 지극히 급박해졌다는 것을 알고 산속으로 빨리 도망치라고 예고한다.

* 큰 환난이 닥쳐오고 인간 사회에 대혼란이 오더라도 하느님께 대한 신뢰를 잃지 말고 항구한 믿음을 간직해야 한다.

■ 마르 13,24-27 사람의 아들이 오시는 날 (마태 24,29-31 ; 루카 21,25-28)

* 전형적인 묵시문학적 소재를 사용하여 본격적인 종말사건에 있을 우주적인 대조짐에 대해 묘사하는데, 복음서가 강조하고 있는 것은 예수님이 마지막 날에 재림하시리라는 희망과 선민(그리스도인)에 대한 구원의 확신이다.

* 해와 달이 어두워지고, 별들은 하늘에서 ‘떨어진다’고 말한다(13,25). 헬레니즘 후기에는 ‘권세있는 이들’을 별로 표현하게 되었다. 따라서 별이 하늘에서 떨어진다는 것은 하늘과 땅의 권력들이 그 자리에서 밀려난다는 뜻으로, 하늘과 땅의 기존 질서가 흔들리는 혼돈이 오고, 그 뒤에 환난과 폭력이 멈추고 새로운 질서가 수립된다는 뜻이다.

* 이 모든 사건의 절정은 사람의 아들이 오시는 때이다. “그분은 오셔서 천사들을 보내어, 자기가 선택한 이들을 땅 끝에서 하늘 끝까지 사방에서 모을 것이다.” 이 말씀은 “너희가 하늘 끝까지 쫓겨났다 하더라도, 주 너희 하느님께서는 그곳에서 너희를 모아들이시고 그곳에서 너희를 데려오실 것”(신명 30,4; 즈카 2,10-16 참조)이라는 약속의 실현이다. 종말의 모습은 사람의 아들이 와서 이루시는 온 우주의 변모이다.

* ‘사람의 아들’은 누구인가? 다니엘서는 “사람의 아들 같은 이”(다니 7,13)라고 묘사하지만, 마르코 복음서는 예수라고 명확히 밝힌다(14,26).

■ 마르 13,28-31 무화과나무의 교훈 (마태 24,32-35 ; 루카 21,29-33)

■ 마르 13,32-37 깨어 있어라 (마태 24,36-44)

* 예수님의 비유와 말씀으로 구성된 권고로 다시 한 번 하느님 계획에 대한 전적인 확신을 촉구하고 이 계획이 드러나고 절정에 이를 때까지 계속하여 깨어 있으라고 당부한다.

* 이어서 마지막 가르침은 비유로 제자공동체에 제시된다. 비유의 초점은 주인이 언제 돌아올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 제자들에게 주시는 가르침은 그릇된 가르침에 대한 열광과 잠으로 표현된 부주의한 무관심으로 조심하고 깨어 있으라고 당부하신다.

* 13장은 복음의 지평을 종말까지 넓힌다. 역사를 통해 숱한 사람이 종말의 표징을 제시하였지만, 여전히 세상은 존속하고 있다. 우리도 주님의 부활과 재림 사이의 기간에 살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이 재림의 날을 계산해서 외칠 때마다, 13장은 ‘지금이 주의해야 할 때’라고, 종말의 때는 사람의 아들도 모른다고 말한다. 예수께서는 이 세상을 돌보라고 당신께서 우리에게 주신 권한과 할일을 깨우쳐 주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