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 : 16,1-20

■ 마르 16,1-8 부활하시다 (마태 28,1-8 ; 루카 24,1-12 ; 요한 20,1-10)

* 안식일이 지나자 십자가 아래의 여인들이 예수님의 무덤으로 향한다. 관습대로라면 안장하기 전에 돌아가신 분의 시신에 향료를 발라드렸어야 마땅한데 서둘러 장례를 치르느라 때를 놓쳤던 것이다.

* 요한의 제자들이 시신 거둔 것에 반해(6,29) 예수님의 시신 모신 사람은 작은 등장 인물(아리마태아 요셉)이다. 제자들의 빈자리 부각시킨다. 오늘의 나, 오늘의 제자인 우리에게 “너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하고 묻고 있다.

* 십자가에 못 박히신 나자렛 사람 예수님은 제자들에 앞서 갈릴래아로 가실 것이니 제자들과 베드로에게 전하라고 말한다.(16,5-7) 갈릴래아는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시던 예수님과 제자들이 처음 만나 공동체를 이루며 동고동락하던 곳이다. 예수님께서는 배반(도망)한 제자들을 포기하지 않고 다시 시작하라고 새로운 만남에로의 부르고 계신다.

* 그들은 무덤에서 나와 달아났다. 그들은 두려워서 아무에게도 말을 하지 않았다. 이러한 모습은 박해 상황 속에서 숨어 있던 초기 그리스도인들의 소극적인 태도를 그대로 보여주는 듯하다. 십자가와 부활의 증인으로서 부활의 복음을 적극적으로 선포하지 않는 한, 예수님의 제자직분을 온전히 수행했다고 말할 수 없다.

* 그런데 여기서 마르코 원복음은 끝이 난다. 복음서의 결말은 독자에게도 열려있다. “하느님의 아드님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의 시작(1,1)”. 이 복음을 믿고 받아들여 살아가는 것은 각자의 몫이다. 먼저 가시는 그분께서 갈릴래아에 있는 우리를 부르고 계신다. 갈릴래아서 그분을 만난다는 것은 그분이 시작하신 계획을 우리가 다시 시작하고 계속해야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가 언제 어느 곳에서 그분을 뵐 지 모른다. 다만 그분의 가르침을 생활화 하고 그분을 닮아가는 삶을 사는 여정에서 눈이 열려 그분과 하느님 나라를 볼 수 있으리라 믿을 뿐이다.

■ 마르 16,9-20 제자들에게 나타나시어 사명을 부여하시고 승천하시다

* 2세기에 이르러 마르코 복음서에 예수님의 발현과 승천 이야기가 빠진 것을 보고, 익명의 다른 편집자들이 긴 결문(16,9-20)과 짧은 결문(16,20 이하)을 덧붙인 것으로 추정한다.

* 예수님께서 마리아 막달레나에게 나타나신 이야기(요한 20,11-18), 길 가던 두 제자에게 나타나신 이야기(루카 24,13-35 엠마오 발현사화), 열한 제자에게 나타나신 이야기(루카 24,36-

49; 사도 1,4-8)등 잘 알려진 이야기들이 짤막하게 소개되고, 예수님의 승천(루카 24,50-53; 사도 1,9-11 참조)과 제자들의 선교 사명(마태 28,20 참조)에 관한 이야기도 실려 다른 복음서들과 균형을 맞춘다.

* 부활사건은 오직 믿음으로 체험될 수 있는 초역사적인 사건이다. 그러나 두려워 벌벌 떨던 제자들이 완전히 달라져서 힘차게 복음을 전할 수 있게 된 데에는 분명 어떤 실제적 체험이 있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 부활의 힘을 믿는 이들에게는 예수님께서 행하셨던 것 같은 능력이 주어진다. 예수님의 이름으로 마귀들을 쫓아내고 새로운 언어를 말할 수 있는 능력, 병자를 치유할 수 있는 능력이 주어진다. 부활 신앙은 예수님과 함께 십자가의 길을 걸어온 이들에게 주어진 은총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