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무엘기 하권 - 다윗 왕국의 확립

▶ 사무엘기 하권의 구조

거의 동일한 궁정관리들의 목록이 두 번(2사무 8,16-18. 20,23-26) 반복되어 기록되어 있다. 이 명단들을 기준으로 해서 사무엘기 하권을 세 부분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1) 다윗 왕권의 확립(2사후 1-8장).

-사울이 죽은 후에 다윗이 왕이 되어 나라를 견고하게 만들기까지의 과정

2) 다윗의 왕권의 위기와 극복(2사무 9~20장)

- 다윗의 범죄로 인해 찾아온 다윗 왕국의 위기와 그 극복 과정

3) 부록(2사무 21-24장) - 사무엘서 전체의 주제를 다시 한 번 반복하는 기능을 담당

◆ 다윗의 왕권의 확립(2사무 1-8장)

■ 2사무 1,1-16 다윗이 사울의 죽음을 애도하다.

다윗이 아멜렉 사람을 치고 치클락에 돌아온 지 3일째였다. 사울과 요나탄, 그리고 이스라엘 백성의 패배와 죽음 전사 소식을 들고 저녁때까지 슬퍼하고 울며 금식을 했다. 그리고 다윗은 “주님의 기름 부음을 받는 사울을 죽였다고 보고한 아말렉 젊은이”를 즉시 죽여버렸다(2사무 1,1-16). 이러한 내용은 다윗이 주님의 기름 부음을 받은 자를 얼마나 존중하였는지를 보여주 는 한편, 다윗이 사울의 죽음과는 무관하다는 사실을 알리는 기능을 하고 있다.

■ 2사무 1,17-27 다윗이 사울과 요나탄의 죽음을 애도하는 노래를 짓다

다윗은 사울과 요나타의 죽음 소식을 듣고 애가(활의 노래)를 지어 사울과 요나탄의 죽음을 애 도했다.

■ 2사무 2,1-7 다윗이 유다의 임금이 되다.

다윗이 하느님께 기도하자 하느님께서는 다윗에게 헤브론으로 올라가라고 지시하셨다. 헤브론 에서 유다 집안의 왕으로 두 번째 기름 부음 받고 7년 6개월을 다스렸다(2사무 2,11).

사울을 장사한 야베스 길앗 사람들을 격려(2사무 2,5-7)

▶ 다윗 왕국의 성립 (2사무2-7장)

다윗이 유다와 이스라엘의 왕이 된 것은 자신의 노력이 아니라, 하느님의 은혜의 선물로 주어 진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구조

a. 갈등의 가능성(2사무 2,1-11)

b. 갈등의 표출, 소강 상태(2사무 2,12-32)

c. 요약과 헤브론에서 낳은 아들들의 명단(2사무 3,1-5)

b', 아브네르와 이스보셋의 죽음, 소강상태가 깨짐(2사무 3,6~39, 4,1-12)

a', 갈등 해소(2사무 5,1-5)

c’. 요약과, 예루살렘에서 낳은 아들들의 명단(2사무 5,6-16)

■ 2사무 2,1-11 다윗이 유다, 이스보셋이 이스라엘의 임금이 되다 – 갈등의 가능성

주님께서 다윗에게 헤브론으로 가라고 명하신 까닭은

1) 헤브론은 유다 지파의 성읍이며 유다 지파의 중심부에 있었다. 그러므로 이곳은 다윗이 유다. 지파의 세력을 업고 왕이 될 정치적인 거점으로 알맞은 곳이었다(2사무 2,4).

2) 헤브론은 여호수아 시대에 갈렙에게 패한 아낙 자손들이 차지했던 요새로서(여호 15,13-17)산지가 성읍으로 둘러싸인 군사적 요충지였다.

3) 헤브론에는 다윗과 친분이 두터운 유다의 원로들이 거주하고 있었다(1사무 30,26,30).

헤브론에서 유다 사람들이 다윗에게 기름을 부어 유다. 집안의 왕을 삼았다(2사무 2,2-4).

사울 군대의 장수인 아브네르가 사울의 아들 이스보셋을 데리고 마하나임으로 건너가서, 길 앗과 아수르족과 이즈르엘, 에프라임과 벤야민과 온 이스라엘의 임금으로 세웠다(2사무 2,9~10). 이는 아직 다윗이 백성들의 민심을 온전히 얻지 못하였음을 알 수 있다.

■ 2사무 2,12-32 유다와 이스라엘이 기브온에서 싸우다 - 갈등의 표출, 소강 상태

이스보셋의 군대의 장수인 아브네르와 다윗의 군대 장수인 요압이 각각 군사들을 이끌고 기브 온으로 와서 큰 전쟁을 하게 되었다. 아브네르의 군사들이 요압의 군사들에게 패하여 달아 나게 되었다. 이때에 요압의 동생인 아사엘이 아브네르를 추격하였다. 아브네르는 할 수 없이 창 끝으로 아사엘을 찔러 죽이고 말았다. 해가 질 무렵에 아브네르는 요압에게 더 이상 형제 끼리 싸움을 하지 말자고 권유함으로 전쟁은 끝이 났다. 유다와 이스라엘은 서로 세력을 유지 하고 있는 소강 상태로 들어서게 된다(2사무 2,12-32).

■ 2사무 3,1-5 요약과 다윗이 헤브론에서 낳은 아들들

그 후 갈등의 소강 상태는 "사울 집안과 다윗 집안 사이의 싸움은 오래 계속되었다. 다윗은 갈 수록 강해졌고 사울 집안은 갈수록 약해졌다"(2사무 3.1). 이러한 요약 후에 사무엘서 저자는 다윗이 헤브론에서 낳은 아들들의 명단을 기록하고 있다(2사무 32-5).

■ 2사무 3,6-39 아브네르의 배반과 죽음, 소강상태가 깨짐

아브네르는 사울의 집에서 권세를 잡기 시작했고(2사무 3,6), 아브네르와 이스보셋 사이는 금 이 가기 시작했다(2사무 3,7-11). 결국 아브네르는 다윗에게 사신을 보내어 자신과 계약을 맺 으면 이스라엘을 다윗에게 넘기겠다고 제안하였다(2사무 3,12). 다윗은 그 조건으로 자신의 아 대였던 사울의 딸 미칼을 데리고 오라고 했다. 다윗은 사울의 딸을 아내로 삼음으로 자신의 왕위가 합법적인 것임을 보이려고 했다(2사무 3,13). 아브네르가 부하 장수 20명을 데리고 다 윗에게 나아갔을 때 다윗은 그를 위해 큰 잔치를 베풀었다. 그리고 아브네르는 그 자리에서 다윗을 이스라엘의 왕으로 삼을 것을 약속하고 돌아갔다(2사무 3,20-21). 다윗은 자신을 왕으로 삼은 것이 주님임을 굳게 믿어야 했다. 그러나 그는 아브네르와 계약을 맺고, 또 사울의 딸 미칼을 취함으로 스스로 왕의 자리에 오르려고 했다. 그러나 이러한 다윗의 시도는 요압이 아브네르를 죽임으로 실패하고 말았다. 다윗은 요압이 자기의 뜻과는 다르게 아브네르를 죽인 것을 알았지만, 자신의 힘에 약해서 요압을 처벌하지는 못했다. 그러므로 그는 그 모든 심판을 하느님께 맡기게 되었다(2사무 3,22-39).

■ 2사무 4,1-12 이스보셋이 죽다.

아브네르의 피살 소식은 온 이스라엘을 당혹감과, 두려움에 빠지게 하기에 충분했다. 이스보셋 의 장수 중에서 레캅과 바아나는 서로 모의하고 이스보셋이 낮잠을 자는 때를 이용해서 배를 찔러 죽였다. 그리고 이스보셋의 머리를 베어가지고 헤브론에 있는 다윗에게로 가지고 갔다(2 사무 4,5-8). 그러나 다윗은 인간이 아니라 주 하느님께서 자기의 구원자임을 밝힌 후에 두 암살자를 처형시켰다(2사무 4,9-12). 그리고 나서 다윗은 이스보셋의 머리를 헤브론에서 아브 네르의 무덤에 장사하였다. 이러한 다윗의 태도는 그가 왕으로서의 권위를 하느님께 맡기고, 암살을 권력의 수단으로 인정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 2사무 5,1-5 다윗이 온 이스라엘의 임금이 되다. - 갈등 해소

사울의 가문에 속한 이스보셋과 군대의 장수인 아브네르가 모두 사라지게 되자, 이스라엘의 모든 지파들이 헤브론에 있는 다윗에게 나아와서 왕이 되어 달라고 요청하게 되었다. 이스라 엘 각 지파들의 원로들이 주도하여 헤브론에서 다윗과 계약을 맺고 그에게 기름을 부어 이스 라엘의 왕을 삼았다(2사무 5,1-3). 다윗은 30세에 왕이 되었으며, 그 후 약 40년 동안 이스라 엘을 다스렸다. 그는 헤브론에서 7년 6개월 동안 유다지파를 다스렸으며, 예루살렘에서 33년 동안 유다와 이스라엘을 다스렸다(2사무 5,4-5).

■ 2사무 5,6-16 요약과 예루살렘에서 낳은 아들들의 명단

사울과 다윗의 싸움은 끝이 났으며, 다윗은 유다와 이스라엘 위에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왕이 되었다. 다윗은 하느님을 도우심을 입어 예루살렘을 차지하여 수도로 삼았다(2사무 5,7).

다윗이 헤브론에서 예루살렘으로 수도를 옮기려고 한 이유는

1) 예루살렘은 이스라엘의 중심부에 자리잡고 있었다.

2) 예루살렘은 주위가 깊은 골짜기로 형성되었으며, 성읍 자체가 고지에 자리잡고 있는 천연적인 방어 요새였다.

3) 예루살렘 동쪽 에 있는 키드론 골짜기에는 기혼 샘이 있었기 때문에 충분한 수원을 확보하고 있었다.

4) 예루살렘은 다윗이 속한 유다 지파와 사울이 속한 벤야민 지파의 경계지역에 있었다(여호 15.7~8: 18,6). 따라서 예루살렘은 두 지파 간의 심각한 갈등을 해소시키고, 온 나라를 화합을 도모하 기에 적합한 곳이었다.

5) 예루살렘은 이스라엘의 중심부로서 중앙 성소를 짓기에 적합한 곳이 었다.

다윗이 승리할 수 있었던 근본적인 이유(2사무 5,10)는 "다윗은 세력이 점점 커졌다. 주 만군 의 하느님께서 그와 함께 계셨기 때문이다.“

다윗이 왕권을 얻는 이야기는 그가 예루살렘에서 낳은 아들들의 명단으로 마무리 짓고 있다(2 사무 5,13-16). 다윗은 헤브론에서 예루살렘으로 올라온 후에 처첩들을 더 얻었다. 다윗은 왕 이 되면 아내를 많이 얻지 말라는 하느님의 명령을 어기고 있었다. 다윗은 예루살렘에서 얻은 처첩들을 통해서 또 다시 아들들을 낳게 되었다(2사무 5,13).

■ 2사무 5,17-25 필리스티아를 이김

필리스티아는 전에는 다윗을 도와 사울이 주도하는 이스라엘을 견제하려고 했다. 그러나 그들 은 다윗이 이스라엘의 왕이 되게 되자, 그를 공격하여 자신의 지배권을 행사하려고 했다. 두번 의 전쟁에서의 패배로 인해 필리스티아 군대는 팔레스타인에 대한 모든 영향력을 잃고 말았 다. 이렇게 해서 여호수아에 의해 시작된 가나안 정복은 다윗에 의해 최종적으로 완성이 되게 되었다. 다윗은 내부의 적들을(사울의 가문) 제거하고 왕이 된 후에, 가장 강력한 외부의 적(필리스티아)을 제거함으로 나라를 견고하게 하였다. 이렇게 함으로써 다윗은, "신정정치의 실현 단계'로 나아갈 수 있게 되었다.

■ 2사무 6장 - 다윗이 계약 궤를 예루살렘으로 옮기다.

다윗은 전 국민이 주님에 대해 관심을 갖게 하고, 각 지파 간의 유대감을 조성하고, 통일 왕국 의 결속을 공고히 하려고 주님의 계약궤를 예루살렘으로 가져오려고 했다. 주님의 계약궤는 그 동안 키르앗 여아림에 70년이상(B.C.1075년~B.C.1003년)이나 머물러 있었다(사무 7,1-2). 그러나 다윗은 이 일에 대해서 주님께 자신이 그 일을 해도 좋은지, 그리고 계약 궤를 가져오는 방법과 시기 등에 대해서 묻지 않았다. 그는 이 일로 인해서 큰 낭패를 경험해야만 했다. 우짜가 계약 궤가 넘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 손으로 계약 궤를 붙잡았고, 그 자리에서 죽고 말았다(2사무 6,6-7). 우짜의 죽음을 본 다윗은 두려워하여, 계약궤를 예루살렘으로 운반해 오는 일을 중단하고, 갓 사람 오벳 에돔의 집으로 가져가도록 지시했다 (2사무 6,10), 오벳 에돔은 고핫의 자손으로, 후에 예루살렘 성문의 문지기가 된 사람이다(1역대 26,1-4). 다윗은 주님께서 계약궤가 있는 오벳 에돔의 집을 축복하셨다는 소식을 듣고, 다시 계약 궤 를 올려오는 일을 개시했다. 이번에는 율법에 따라 계약궤를 레위인들이 메고 운반하도록 했다. 다윗은 차독 사제와 에브야타르 사제, 레위인들인 우리엘, 아사야, 요엘, 스마야, 엘리엘, 암미나답을 불러 계약 궤를 메고 오게 했다(1역대 15,11). 다윗은 계약궤가 출발할 때에 황소와 살찐 송아지를 제물로 바쳤으며, 에폿을 압고 힘을 다해 춤을 추었다(2사무 6,12-14). 그러나 사울의 딸 미칼은 다윗이 춤을 추는 것을 보고 그를 비웃었다(2사무 6,15-16). 이 일로 인해 사울의 딸 미칼은 죽는 날까지 자녀를 낳지 못하게 되었다(2사무 6,20-23).

이스라엘의 국경에서 오랫동안 머물러 있던 주님의 계약궤가 돌아온 것은 주님께서 이스라 엘의 삶의 중앙에 서실 준비가 끝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 이스라엘의 새로운 시작이 열리 게 된 것이다. 하느님의 궤를 예루살렘으로 모심으로 예루살렘은 종교적 중심지, 하느님이 현 존하는 도시, 이스라엘인들의 예배의 중심지가 되었다.

■ 2사무 7,1-17 나탄의 예언 - 다윗 계약

다윗 왕정은 하느님의 은혜로 주어진 선물이다. 다윗 왕조는 주님의 인정과 주님께 대한 순종 으로만 합법화될 수 있었다. 이것을 말해주는 것이 바로 2사무 7장의 메시지이다. 하느님께서 다윗에게 다윗 계약(2사무 7.4-17)을 주신 때는 다윗 통치 말기였다. 사무엘기는 연대기적으 로 기록되기보다는 주제별로 일관된 흐름을 따라 기록되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다윗이 성전 건축을 요청하자(2사무 7,1-3) 하느님은 다윗이 성전을 짓는 일을 허락하지 않으셨다. 그 두 가지 이유는 1) 평생을 전쟁터에서 보낸 다윗은 너무 많은 피를 홀렸기 때문에, 평화를 상징하는 성전을 짓기에는 적합하지 않았다(1역대 22,8 참조). 2) 아직 성전을 건축할 시기가 이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우리들도 때때로 진심으로 어떠한 일에 헌신하기를 원할 때가 있지만, 그것이 하느님의 뜻과 다를 때에는 하느님께서 허락지 않을 수도 있다.

★ 나탄의 신탁 - 다윗 왕조의 지속성 (2사무 7,11-16)

다윗계약은 1) 하느님께서 다윗에게 영원한 왕조를 허락하신 것과

2) 나는 그의 아버지가 되고 그는 나의 아들이 될 것이다라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다윗의 후손에게 주어진 은총이 무조건적인 은총이라는 것이다. 사울은 그의 행위에 따라 은혜를 주기도 하고, 빼앗기기도 하였다. 그러나 다윗의 후손은 잘못을 범해도 징계 는 받지만 그 은총을 거두지는 않았다. 하느님은 그들을 징계하셨지만, 다윗에게 하신 약속을 지키기 위해 왕조를 바꾸시지는 않으셨다.

다윗을 기점으로 해서 하느님의 구원계획은 또 하나의 중요한 단계로 넘어간다.

하느님은 아브라함을 모든 이스라엘 사람들의 아버지로 삼아서 구원 계획을 시작하셨고, 모세 를 중재자로 삼아서 그를 통해서 이스라엘 백성을 참된 계약 종교 속으로 인도하여 당신 백성 으로 만드셨다. 그리고 이제는 다윗을 왕으로 삼아서 그를 통하여 영원하고도 보편적인 왕조 를 설립하셨고, 마침내 구원은 이 왕조 안에서 실현될 것이었다. 이 때부터 온 이스라엘 사람 들의 희망, 온 세계의 희망은 이 다윗 왕조에 놓이게 되었다.

시편 132편은 왕정신학의 초기단계 보여준다. 그의 왕조를 영원히 유지시키고 시온을 당신의 거처로 삼으시겠다고 약속하신다. 다윗 가문의 항구한 통치를 위하여 조건이 따른다. 하느님의 법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유배), 반면 나탄의 신탁(2사무 7장)은 다윗 가문의 항구한 통치를 위한 조건이 나오지 않는다. - 메시아 사상으로 발전

◆ 메시아 대망의 시작

사무엘기의 가장 중요한 대목은 '너의 집안과 나라가 네 앞에서 영원히 굳건해지고, 네 왕좌가 영원히 튼튼하게 될 것이다"(2사무 7.16).

히브리인들이 다윗 왕가에서 메시아가 나오리라고 기대한 것은 이 신탁에 의거(루가 1,26-38) 하여 예수께서 예루살렘에 입성하실 때 "다윗의 자손"으로 환영을 받으셨으며(마태 21,9), "너 희는 메시아를 어떻게 생각하느냐? 그는 누구의 자손이냐?"고 예수께서 물으시자 바리사이파 사람들이 주저없이 "다윗의 자손입니다"고 대답한 것도 이 신탁과 연관된다(마태 22,41-42). 야곱이 이집트 땅에서 숨을 거두면서 유다지파에 “민족들이 그에게 순종할 때까지 왕이 유다에게서, 지휘봉이 그의 다리 사이에서 떠나지 않으리라"고 하던 메시아의 예언이 나탄의 신탁으로 더 분명해진 것이다(창세 49,8-10). 메시아는 다윗의 자손으로 태어날 것이다. 왕에 대한 옛 약속 위에 다른 한 왕에 대한 기다림, 메시아 대망이 그 바탕을 이루고 있다. "그리스도"와 "하늘나라"라는 신약성서의 주요개념들은 이스라엘의 왕권과 그 역사를 전제하고 있는 것이다.

■ 2사무 8장 다윗이 여러 전쟁에서 승리하다 - 다윗의 정복

2사무 8장은 다윗 왕국이 얼마나 견고해졌는지를 밝히면서 단락을 마무리 짓고 있다. 다윗은 서쪽의 적(필리스티아)과 동쪽의 적(모압, 암몬)은 물론 북쪽의 적(하닷에제르)과 남쪽의 적(에 돔, 아말렉)을 모두 정복하고 승리하였다. 그리고 다윗은 티로와 하맛과는 화평을 맺었다. 따 라서 이날의 다윗의 승리는 필리스티아에 대한 완전한 승리였다(2사무 8,1).

다윗의 승리와 번영의 원인은 “주님께서는 다윗이 어디를 가든지 도와주셨다" (2사무 8,6, 14) 라고 기록하고 있다.

2사무 8,15-18은 사무엘기 하권의 첫 번째 단락(1-8장)을 끝을 맺고 있다. 사무엘기는 다윗을 “모든 백성에게 공정과 정의를 실천하였다”고 묘사하고 있다(2사무 8,15), 이는 곧 장차 나타 나게 될 메시아의 왕국의 의로운 통치를 상징적으로 나타내고 있다(시편 45,6-7). 그리고 나 서 사무엘서기는 다시 다윗 왕국의 행정 구조를 담당한 신하들의 명단을 기록하고 있다.

◆ 다윗왕(2사무 9,1-24장)

▶ 다윗의 죄(2사무 9,1-12,31)

다윗은 예전에 요나탄과 맺은 우정을 기억하여 그의 아들인 므비보셋을 잘 대우해 준다. 신의에 충실한 다윗의 모습이다. 하지만 그의 종 치바에게 속아 재산을 넘겨주기도 한다(16,1-4)

다윗은 우리야의 아내 바쎄바를 사랑하게 되었고, 그 때문에 죄를 짓게 되었다. 간음은 살인까지 저지르게 하였다. 다윗은 계획적으로 우리야를 가장 전투가 심한 전선으로 보내어 고립되게 하였다. 우리야는 적군에게 사살되었고 바쎄바는 다윗의 궁으로 들어와서 후궁이 되었다.

그러자 사무엘이 죽은 후에 그 뒤를 이어 예언자가 된 나탄이 용감하게 궁으로 찾아 왔다. 나탄은 왕을 만나서 왕의 범죄를 꾸짖었고, 이 죄로 인해서 다윗이 하느님께로부터 받을 벌에 대해서 예언하였다. 이에 대한 다윗의 대답은 "내가 주님께 죄를 지었소." 그리고는 다윗은 즉시 만 칠일 동안 밤낮으로 식음을 전폐하고 베옷을 몸에 걸치고 밤을 새우며 보속하였다. 다윗이 자신의 죄를 고백하고 참회하자, 하느님은 그 죄는 용서하지만 벌로써 다윗과 바쎄바 사이에 난 아이가 죽는다. 그 다음에 솔로몬(‘평화의 사람’이라는 뜻)이 태어나는데, 나탄을 통해 ‘여디드야’(주님의 사랑하심을 입은 자)라고 부르게 함으로써 다윗의 후계자로 선택했다는 뜻을 내포한다.

이처럼 성서 저자는 성왕이라 일컬어진 다윗이 지은 큰 죄를 숨김없이 드러내면서, 죄의 무서움과 참회의 자세를 강조한다. 그 후로 다윗은 고통스러운 세월을 보내게 되었다. 한 때 죄를 지어 나약한 생활을 했던 것 때문에 고통을 받은 사람들 중에서 다윗만큼 고통을 많이 받은 사람도 없을 것이다. 자기 목숨처럼 아끼던 요나탄이 죽었고, 첫 번 아내인 미갈은 잔소리가 심해 견디기 어려운 여자가 되었고, 가장 사랑하던 아들 압살롬은 아버지의 왕좌를 빼앗으려고 반란을 일으켰다.

  다윗은 특출한 인물이었다. 목동, 영웅적 전사, 지략이 풍부한 연인, 산적 두목, 시인, 왕, 죄인, 참회자, 용서하는 관대한 아버지, 충실한 친구, 영원한 왕국의 창립자! 그 후 다윗은 세기를 통해서 여전히 이스라엘의 왕으로 남아 있었으며, 뒤를 이은 모든 왕들을 평가하는 척도가 되었다.

▶ 압살롬의 반란(2사무 13,1-19,9a)

다윗의 맏아들 암논이 배다른 누이 타마르를 욕보이고 내쫓았는데도 다윗은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 앙심을 품은 타마르의 오빠 압살롬은 암논을 죽이고 외갓집인 그수르 왕에게 망명한다. 세월이 흐른 뒤 요압이 꾀를 내어 압살롬을 예루살렘에 오게 하고, 마침내는 왕의 용서를 받아 예전의 지위를 차지하게 한다.

그 뒤 압살롬은 친위부대를 만들고 재판에 관여하여 이스라엘 사람들의 환심을 산 다음, 헤브론에서 왕의 즉위식을 갖고 반란을 일으켜 예루살렘으로 쳐들어온다. 다윗은 급히 요르단 강 건너편으로 피신한다. 급팽창하던 압살롬의 세력은 후사이의 계략(아히토벨의 좋은 수를 꺾으신 이는 누구입니까?(17,14))에 넘어가 전투에서 지고 압살롬 자신도 비참한 최후를 맞는다. 성서 저자는 이 모든 일의 배후에 하느님이 계시다고 일러 준다. 그러나 이 반역한 아들이 죽자, 다윗은 목놓아 울면서 외쳤다. "내 자식 압살롬아, 내 자식아, 내 자식 압살롬아! 차라리 내가 죽을 것을, 이게 웬일이냐? 내 자식 압살롬아, 내 자식아"(2사무 19,1).

* 수치를 당한 여인에 관한 율법 조항(신명 9,1-4) - 압살롬과 동침한 후궁 10명, 별실에 가두고 먹을 것만 줌

▶ 다윗이 다시 왕위를 차지하다(2사무 19,9 b-20,25)

마침내 압살롬은 죽지만 왕위를 위한 투쟁은 솔로몬이 아도니아를 죽이는 사건을 초래하게 된다(1열왕 2,13-25). 다윗의 생존시 왕위쟁탈(2사무 19장), 세바의 반역(2사무 20,1-26), 솔로몬이 어떻게 왕이 되었는가(1열왕 1-2장). 여기서 바쎄바의 아들인 솔로몬이 최후 승리하게 된다. 이것은 다윗에게 주어진 약속과 함께(2사무 7장) 영화롭게 된 왕이 일생동안 겪은 타락,  범죄, 그리고 고뇌를 함께 소개하고 있다. 이로 인해서 역사를 이끌어나가는 분은 바로 주님임을 전해준다. 다윗의 등극설화가 밝고 희망에 찬 모습을 반영하였다면 왕위 계승사는 피비린내나는 암울한 역사임을 말해준다. 여기서 신명기 역사가는 있는 그대로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있다. 하느님이 역사의 손길을 이끄시는 분임을 분명히 하였다.

* 아벨 벳 마아카 성을 함락의 위기에서 구한 사람은 어떤 지혜로운 여인(20,16-22)

그러나 이스라엘 지파들과 유다 지파 사이에 다툼이 시작된다. 두 그룹은 하나의 민족으로서 공동체를 이루지 못하고 갈등관계에 있음이 드러난다. 베냐민 사람 세바의 주동으로 이스라엘 사람들은 제각기 고향으로 돌아가고 만다. 또다시 분열의 위기에 처하자, 다윗은 세바를 죽여 왕권을 굳히고 일단 갈등은 가라앉지만, 솔로몬 대에 가서 결정적으로 갈라지게 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 부록 및 결론(2사무 21,1-24,24)

2사무 21-24장은 이스라엘의 죄와 심판, 용서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있다. 이 두 개의 이야기는 주님에 대한 숨겨진 범죄와 이 범죄에 대한 주님의 심판, 그리고 죄악을 해결하려는 왕의 행동이 기술되고 있다. 여기서 나오는 6가지 내용들은 다윗의 노래를 중심으로 잘 짜여진 구조를 이루고 있다.

A 이스라엘에 대한 주님의 진노(사울이 기브온 주민을 죽인일 21,1-14)

B 필리스티아와의 전쟁에서의 다윗의 용사들의 전적(21,15-22)

C 주님을 찬송하는 다윗의 승전가(22,1-51)

C’ 다윗의 마지막 노래(23,1-7)

B’ 필리스티아와의 전쟁에서의 다윗의 용사들의 전적(23,8-39)

A’ 이스라엘에 대한 주님의 진노(다윗의 인구조사 24,1-25)

▶ 2사무 21,1-14 기근과 사울 후손들의 처형

삼 년이나 기근이 드는데 그 원인이 사울 가문이 기브온 사람들을 학살한 데 있다는 신탁이 나온다. 그래서 사울 가문의 일곱 명을 기브온 사람들에게 넘겨 처형시킨다. 그러나 다윗이 그들의 뼈를 잘 매장해 주었을 때 하느님께서 기도를 들어주셨다고 한다.

피의 복수에 따른 정의를 나타내는 고대의 이야기를 빌어 전왕에 대한 다윗의 충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 2사무 21,15-22 필리스티아와의 전쟁에서의 다윗의 용사들의 전적

다윗의 연약함과 전투에서 공을 세운 4명의 용사들

▶ 2사무 22,2-51 다윗의 승전가

다윗이 모든 적들로부터 승리한 후에 구원의 주이신 주님을 찬양하기 위해

반석, 산성, 구원하시는 분, 방패, 성채.....

하느님께서 필리스티아를 이기게 해주신 날, 다윗은 자신의 생애를 통해 끊임없이 은혜를 베푸신 하느님을 찬양하는 노래를 부른다. 하느님의 능력의 크심을 기리고, 하느님의 이름을 널리 알릴 수밖에 없음을 고백. 시편 18편은 예배용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편집.

▶ 2사무 23,1-7 다윗의 마지막 말

다윗의 두 번째 노래는 다윗 왕국의 건설이 인간이 성취한 우연의 산물이 아니며, 주님께서 이스라엘에게 주신 능력의 선물임을 노래하고 있다. 22장의 시는 다윗이 이방국가를 정복한 직후, 곧 그의 통치 초기에 기록 되었으나, 23장의 노래는 범죄 후에 하느님의 섭리와 자비를 체험하고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23장의 찬양은 다윗을 넘어서 미래에 완성될 공의로운 메시아 왕국을 예언했다는 점에서 ‘메시아적 찬양’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나탄을 통해 베푸신 ‘다윗 계약’(7,8-16)에 기초한 노래였다.

▶ 2사무 23,8-39 다윗의 용사들의 전적

다윗 왕국 건립에 크게 활약했던 600명의 용사 중에 37명이 소개되고 있다. 1역대 11,10-8에는 16명의 용사가 더 추가되어 있다.

▶ 2사무 24,1-25 인구조사와 흑사병

다윗이 병적조사를 하여 하느님의 진노를 사서 흑사병으로 숱한 백성이 죽는다. 다윗이 잘못을 고백하고 제사를 지낸 뒤에야 재앙이 그친다. 병적조사는 다윗이 자신의 힘을 확인하고 드러내려는 것으로서, 하느님만을 믿고 의지하는 참된 신앙에서 벗어난 일이었기에 그런 재앙을 가져온 것이다.

다윗은 자신이 교만하여 하느님께 죄를 지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3가지 벌 중에서 사람에게 징계를 받기보다 자비로운 하느님의 손으로 징계를 받기를 원했다. 3일간 흑사병으로 7만명이 죽음을 당하였다. 다윗은 이스라엘을 치는 천사를 주님의 천사를 발견하고, 그 앞에 엎드려서 외쳤다. “제가 바로 죄를 지었습니다. 제가 못된 짓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이 양들이야 무슨 잘못이 있습니까? 그러니 제발 당신 손으로 저와 제 아버지의 집안을 쳐 주십시오.”

우리는 여기서 진정한 회개의 참 모습을 볼 수 있다.

가드가 그날 다윗에게 찾아가 “여부스 사람 아라우나의 타작마당에 올라가시어 주님을 위한 제단을 세우십시오.”라고 지시했다. 다윗의 회개에 대한 주님의 응답이요 화해의 선언이었다. 다윗의 제사를 통해 이스라엘의 흑사병 재앙은 완전히 그치게 된다.

인간들이 당하는 모든 고통과 재난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오직 “하느님과의 올바른 관계 회복”에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부록의 결론

사무엘기 하권의 마지막(21-24장)은 다윗계약의성취가 정치적 조직의 문제가 아니며, 구원을 위한 주님의 간섭에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주님께서는 다윗이 자신의 통치 안에서만 나라를 올바르게 통치할 수 있게 하심으로써, 다윗에게 하신 영원한 계약을 견고하게 세워 주셨다. 사무엘기는 이스라엘 역사와 삶에 있어서 주님의 주권을 강조하면서 끝을 맺고 있다

★ 사무엘기의 신학적 의미

1. 역전의 하느님

사무엘기는 이스라엘의 하느님은 낮은 자를 높이시고, 교만한 자를 낮추시는 역전의 하느님이심을 선포하고 있다. 이러한 하느님에 대한 묘사는 한나의 기도에서 고전적인 형태로 묘사되고 있다. “주님은 가난하게도 가멸게도 하시는 분, 낮추기도 높이기도 하신다”(1사무 2,7). 신약에서는 “첫째가 꼴찌 되고 꼴찌가 첫째 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마태 19,30; 마르 10,31; 루카 13,30)로 표현되고 있다.

2. 구속사에서의 다윗계약

사무엘기는 다윗의 왕정은 인간의 성취가 아니라 하느님의 계약에 따른 선물임을 강조하고 있다. 하느님은 다윗과 함께 하셨으며(2사무 5,10; 7,3), 다윗을 자기 아들로 삼고 다윗에게 영원한 왕조를 약속하셨다. 이러한 점에서 다윗계약 뒤에 나오는 역사 기록은 하느님께서 다윗에게 하신 약속이 어떻게 실현되는지 보여주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하느님은 다윗과 그 후손을 통하여 아브라함과 이스라엘과 맺은 계약을 성취하셨다. 이 과정을 보여 주는 것이 바로 이스라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1) 계약의 중개자

이스라엘에서 왕이 되는 것은 하느님과 계약의 관계 안에 있으며, 계약의 중개자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왕은 하느님을 대리하는 권위를 행사할 뿐만 아니라, 이스라엘의 대표로 하느님 앞에 서게 된다.

2) 유다 왕조의 장수

하느님은 다윗에게 그 후손이 죄를 범하면 징계하기는 하지만 아주 버리지는 않겠다고 약속하셨다. 솔로몬이 범죄했을 때도 징계와 동시에 자비를 베풀었고, 솔로몬의 아들 르호보암 때에도 나라를 둘로 나누면서도 다윗 후손의 왕위를 끊지 않으셨다. 400년 이상 지속된 다윗 왕조의 역사는 하느님의 계약과 자비로 인해 가능했다.

3) 그리스도에 의한 성취

신약성경은 예수그리스도를 통해서 다윗의 약속이 성취되었다고 증거하고 있다(마태1,6; 루카 3,32). 하느님은 나자렛 예수를 다윗의 고향이며, 기름부음 받은 베들레헴에서 태어나게 하셨고, 그를 통해 다윗에게 하신 약속을 성취하셨다(로마 1,3-4). 히브리서는 하느님께서는 아드님을 만물의 상속자로 삼으셨을 뿐만 아니라, 그분을 통하여 온 세상을 만들기까지 하셨으며(히브 1,2), 사제요 중개자라고 말하고 있다(히브 5,5-6).

4) 그리스도의 성취의 새로운 의미

다윗 왕정이나 예루살렘 성전은 진정한 의미에서 하느님의 약속을 성취하지 못했다. 오직 예수 그리스도 만이 자신을 바쳐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심으로 인류의 구원을 완성하셨다. “그러므로 하느님께서도 그분을 드높이 올리시고 모든 이름 위에 뛰어난 이름을 그분께 주셨습니다”(필리 2,9-11; 에페 2,11-22; 2코린 5,16-21).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으로써 복음 전파와 돌봄, 치유를 위해서 세상에 파견된 지체인 것이다(마태 28,18-20)

◆ 결론

사무엘기는 판관제도에서 왕정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와 왕정이 세워지는 역사를 그리고 있다. 이는 전체 구속사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 다윗왕조의 지속이 없었다면 이스라엘의 역사는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다. 사무엘기가 강조하고 있는 것은 왕정이건 신정이건 이스라엘의 존재와 삶은 오직 주님 한분에게 달려 있다는 사실이다. 이스라엘의 왕들과 백성들은 하느님께서 주신 예언자의 정의와 율법에 맞추어 살아가야 했다. 사무엘기는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신비한 방법으로 이스라엘의 삶에 간섭하시는 하느님의 주권을 보여주고 있다. 열왕기는 이스라엘이 계약의 백성으로서 어떤 역사를 만들어 갔는지를 기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