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블가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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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일	2003-06-18 (수) 08:35
ㆍ분 류	일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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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 강의 : 약속의 땅
제 5 강의 : 약속의 땅

(1)시작기도 : 성호경 / 성가 '당신은 아는가'(청소년 성가 439번)

(2) 도입: 지난시간의 복습
   하느님은 인간을 하느님을 닮게 창조하셔서 만물을 다스리게 하셨다. 하느님의 뜻과는 달리 인간은 점점 죄악으로 빠져 들어서 죄의 심연에지 이르게 되었다. 그리하여 하느님은 구원을 계획하셨고 아브라함을 선택하셔서 구원이 시작되었다. 인간이 하느님께로 돌아가기 시작한 것이다. 아브라함과 야곱, 요셉의 가족에서 모세의 영도하에 한 백성으로 커져 간다.  이스라엘은 시나이 광야에서 40년을 보내면서 '야훼의 백성'으로 '종교적으로 성숙한 백성으로 커 간다' 오늘은 약속의 땅에 이르러 약속의 땅을 얻기까지의 투쟁과 정착하기까지의 과정을 알아본다.

(3) 전개

1. 4대 문헌 전승
  모세오경의 본문을 살펴보면 어휘와 문체의 변화, 반복, 단절과 충돌, 사상의 차이 등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오경은 출애굽사건과 모세라는 인물이 근저를 이루고 있는데, 이를 기초로 하여 여러 문학의 단위들이 구전으로 전승되다가, 서로 다른 시기에 율법학자 등이 구전된 이야기를 수집하여 정리, 가감하여 남겼다. 이것들이 각 전승 나름대로 모아져서 어느 시기에 최종 편집이 이루어진 것이며, 그 서술하는 문장의 특징에 따라 야훼계(야휘스트), 엘로힘계(엘로히스트), 신명기계, 제관계 전승이라고 한다.

1) 야훼계 전승(J 전승)
  하느님의 이름을 야훼라고 부르는데서 유래하며,초기 왕정시대, 즉 솔로몬의 통치시대인 950년 전후에 기록되었다. 솔로몬시대에 유다에서 성조 내지 모세에 관한 구전이나 문서전승을 바탕으로 다윗왕조와 성전의 합법성을 정당화하기 의해 쓰여졌다.
야훼계 전승은 이야기꾼의 이야기 형식으로 재미있으며, 다양하고 활기차며 생동적이다
예) 하느님의 벗 아브라함

2) 엘로힘계 전승(E 전승)
  야훼를 엘로힘(Elohim)이라 부르기 때문에 붙이게 된 이름이다.  야훼계 전승에 12가지 정도의 사건을 덧붙임으로써 이스라엘의 선조들이 어떻게 해서 극심한 위기상황에 빠지게 되었으며 또 어떻게 그런 상황에서 종이 한 장 사이로 구출될 수 있었는지를 보여준다. 여로보암 1세가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 시키기 위해 쓰여졌다.
예) 의인 아브라함, 이사악 이야기, 요셉 이야기

3) 신명기계 전승(D 전승)
  다윗이 통치하던 그 시대에 쓰여졌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완성된 꼴을 갖춘 것은 유대의 요시아 왕 때라고 본다. 요시아 왕은 아시리아 세력의 쇠퇴(기원전 6세기 중반)를 틈타 왕국을 확장할 기회를 잡아 국가종교의 부흥을 일으켰다. 그는 다윗 왕조의 힘의 중심이었던 성전의 제사와 연계해서 위대한 법률집들과 역사서들로 이루어진 신명기계 역사서(신명기에서 열왕기 하권까지 일곱권)를 450여년에 걸쳐 완성하게 된다. 이는 모세 전승과 다윗 전승의 복잡하고도 정교한 복합물이었다.  

4) 제관계 전승(P 전승)
  공식적인 유대 종교와 제사의 복잡하고도 정교한 법규정에 관한 것들-제관들에 대한 지침과 성막과 제례,성기(聖器)들에 관한 규정들, 피를 먹지 못한다는 규정 및 다른 여러 가지 규정과 지침을 기록하고 있다. 이 전승은 다윗 왕조가 유배(기원전 598년 바빌론이 유대를 침략하여 유배를 보냄)중이던 때나 성전이 재건(B.C. 4세기)되기 직전인 페르시아시대의 초기에 쓰여졌다고 본다.
예) 자기 겨레와 깊이 결속된 아브라함(할례)

2. 약속의 땅 이스라엘

1) 약속의 땅을 얻기 위한 투쟁

  하느님이 이스라엘 백성을 이집트에서 인도해 내겠다고 했을 때, 그들에게는 동시에 "아름답고 광대한 땅, 젖과 꿀이 흐르는 땅", 새로운 고향이 약속되었다. 이 약 속의 땅은 하느님이 태초에 인간들을 위해 예비했던 동산과 같이 예비된 것은 아니었다. 이 땅은 임자가 있는 땅이었으므로 싸워서 차지했어야만 했다. 꿈에 그리던 땅에 도달한 순간 하느님께서 약속하신 그땅을 곧바로 차지하게 된 것이 아니라, 이스라엘 백성들은 그 때야말로 가장 어려운 과업 앞에 서게 되었다.
  이 사실은 우리가 이 지구상에 사는 한, 오늘날까지도 하느님의 약속을 받은 모든 사람들이 명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이집트에서 구원 받았을 때 그들은 막막한 광야 한 가운데 서야 했고, 나자렛 예수가 구속사업을 완수하고 죽고 부활했을 때 그의 제자들은 불안 가운데 어찌할 바를 알지 못했다.  

*이스라엘 사람들이 요르단강까지 왔을 때 꿈에 그리던 땅은 차단된 채 접근할 수 없었다. 그들은 세차례의 커다란 싸움을 치른 후에야 가나안 땅에 들어갈 수가 있었다.

2) 유목생활에서 정착생활로
  판관기 시대(B.C. 1200-1000)는 이스라엘 민족이 약속된 땅으로 들어 가고 그 땅을 정복하고, 유목생활에서 정착생활로 생활방식을 전환하는 과정이다. 이 때의 이야기가 담긴 판관기는 젊은 정신이 담긴 책이다. 여기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젊은이들이다. 보다 중요한 것은 이 책이 한 민족의 청년기, 즉 거칠고 격앙하기 쉽고 피가 끓고 순간에 사는 시절, 감정이 냉철한 계획보다 더 중요한 시절, 순간에 결단한 용기있는 행위가 영리한 지배체재보다 더 귀중한 시절을 묘사하고 있다.

  판관시대를 과도기로 하여, 아브라함으로부터 이어 내려오는 여러 부족의 유목민들이 정착된 하나의 백성으로 굳어진다. 땅은 각 부족과 가문에 배분된다(여호 13-22장). 사유재산권이 지독하리만큼 보장된다(민수 26,53-56; 33,50-54 참조). 후대에 오면 사람이 자기 선조의 재산을 매각하거나, 채권자가 채무자에게 선조의 땅을 팔도록 강요하는 것은 계약에 위배되는 것으로 간주되었다.

3) 우상숭배의 유혹
  이스라엘 민족은 정착하여 농경에 종사한다.  여러분이 만일 농부가 되려 한다면, 다른 농부로부터 농사에 관한 일체의 것을 알아내려고 할 것이다. 언제 어떻게 쟁기질을 하고, 씨뿌리고, 가꾸고, 추수하는지에 관해 농부한테 들은대로 실천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바로 이 점이 이스라엘인들을 우상숭배로 몰고 갔다. 고대인들에게 있어서 신(神)들은 곧 자연신들이었다. 가나안인들은 바알(풍작의 신)과 아스다롯(여신)을 섬겼다. 땅이 풍성한 열매를 맺도록 하기 위해서 바알에게 제물을 바치는 것은 훌륭한 농사에 있어 한 부분이 되었다. 그리고 바알을 예배하는데에는 고지(高地)에서 신전 창녀들과 육체적 향연을 벌이는 일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스라엘인들이 농사를 배우게 되자, 풍작을 얻기 위해 바알을 예배해야함을 알게 되었다.  과연 철두 철미한 이스라엘인들이 자기 백성을 우상숭배로(거기다가 간통으로까지) 이끌어 간 가나안인들을 몰살시키려고 했던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었을까? 우리는 또한 판관 시대에 우상숭배가 끊임없는 문제거리가 되었다는 사실도 농경사회로의 전환 때문이었음을 알 수가 있다.    

3. 신명기 학파의 역사

  여호수아서, 판관기, 사무엘 상하, 열왕기 상하를 히브리인들은 예언서라고 불러 왔다. 더 정확히 말한다면 '후기 예언서들'이라고 일컫는 본 예언서들과 구분하여 '전기 예언서들'이라고 불리웠다. 이러한 명칭이 붙은 까닭은 이 성서들이 하느님의 영을 받은 사람들, 즉 여호수아, 사무엘, 예레미야 등의 작품이라고 여겨 졌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더 깊은 뜻을 찾는다면 하느님이 이끌어 오시는 이스라엘의 역사는 '영을 받은 사람들' 즉 예언자들이 아니고서는 뜻을 알아듣지도, 글로 기록하지도 못했으리라는 신념이 그 이유다. 현대 성서학자들은 사무엘서가 사무엘의 저작이 아니고 열왕기가 예레미야의 저작이 아님을 입증했지만 중요한 것은 이 성서들의 기원 또는 예언적 가치이다.

  이 역사서들은 이스라엘의 역사를 완전무결하게 서술하려는데 관심이 있지 않았다. 시나이산의 계약에서 탄생한 이스라엘 백성과 하느님간의 관계에 비추어 이스라엘의 역사의 위인들과 사건들과 특히 중대한 전환점들을 소개하고 해석한다.

  전기 예언자들의 제자들이나 추종자들은 신명기에 나타난 사관에 비추어, 또 신명기의 정신에 젖어 각종 사료들을 수집하였다. 그리하여 선민 이스라엘이 여호수아의 영도하에 약 속의 땅에 들어간 때부터 그 당에서 강제로 끌려 나오는 해(기원전 586년: 예루살렘의 함락과 유배)까지의 기나긴 역사를 총 망라한 문헌이 마련되었다.
  약속의 땅의 점령에서 비롯하여 다윗과 솔로몬에 이르는 전성시대, 그리고 서서히 기울어지는 국운, 급기야는 완전한 패망에 이르는 역사는 가히 한편의 생생한 비유였다. 이스라엘 역사의 그 많은 세기들은 한결같이 뜻깊은 것들이었다. 하느님과 인간의 관계를 결정한 계약에 비추어서 또 예언자들을 통해서 이스라엘에게 건네오신 하느님의 말속에 비추어서 성서를 엮었다.
  성서저자들은 계약에 대한 성실과 불성실을 생생하게 재현하고 예언자들의 말과 말들과 역사상의 실현을 재생시키는데 각별한 노력을 기울였다. 신명기 학파의 역사서들은 과거를 상기시키는데만 목적이 있지 않았다. 모든 성서는 현재의 순간에 관심을 집중하고 미래를 내다본다. 한시대의 종말은 그 나름대로 교훈과 통찰의 명분이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하느님의 계획의 종말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다. 하느님은 언제고 전혀 다른 바탕에서 또 전혀 다른 모양으로 당신의 구원사업을 다시 시작하신다.

4. 여호수아서

  자기네 고유의 땅과 나라가 없는 백성은 아직 민족이라고 할 수 없다. 이스라엘 백성도 마찬가지였다. 모세가 죽었을 때 그들은 아직 유목민으로서 떠돌이였다. 여호수아서는 아브라함의 후손이 가나안을 정복하여 하나의 민족으로 발전하던 때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여호수아서와 판관기는 이스라엘이 팔레스티나를 무력으로 점령하던 역사와 그 곳에 정착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하느님이 성조들에게 내리셨던 둘째 언약을 실현하실 때가 왔다. 그 후손이 모래알 처럼 많아지리라는 언약이 이루어 졌으니 이스라엘이 가나안 땅을 차지할 때가 온 것이다. 에집트를 나온 세대가 하도 불충하고 반역하여 광야에서 방황하느라고 약 속의 땅을 차지하는 일이 수십년 지연되었으나 이제 그 시기가 도래한 것이다. 이스라엘의 역사의 이 중대한 시점에서 하느님의 도구로 등장한 인물이 여호수아였다.

  하느님은 변함없는 분이시다. 당신의 입에서 떨어진 말씀에는 끝까지 성실하시다. 당신백성의 역사를 이끌어가시고, 그 지도자들을 인도하시고 붙들어 주신다. 여호수아서 전편(1-12장)에는 가나안 점령과 두차례의 대전의 내용이 실려 있다. 후편(13-21장)에는 영토를 이스라엘 열 두 지파에게 분배하는 내역이 실려 있다. 그러니까 여호수아서 전편은 역사서요, 후편은 지리서라고 할 수 있겠다. 얼마후 이스라엘 모든 지파가 세겜으로 모인다. 이미 고령에 달한 여호수아가 그들에게 유언을 남긴다. 하느님이 얼마나 선하신지 누누이 상기시키면서 하느님께 충성을 바치라고 간곡히 타이른다. "깊이 명심하고 여러분의 하느님을 사랑하시오"(23,11). 이어서 계약 갱신식을 거행하여 하느님께 맺은 조약을 충실히 이행하겠노라는 다짐을 받아낸다(24장).
  여호수아의 죽음, 아론을 계승하여 대사제 노릇을 한 엘르아잘의 죽음, 에집트에서 모셔온 요셉의 유해를 세겜에 안장하는 장면에서 여호수아서는 끝을 맺는다.

1) 팔레스티나 점령의 사건들
  여호수아서 전편에서 흥미롭고 중요한 사건들을 몇가지 간추려 보기로 하자. 여호수아서에는 팔레스티나 점령의 경위가 다 실려 있지 않다. 그러나 하느님이 당신 언약에 더할 나위없이 충실하셨음을 독자들에게 입증시키기에는 충분한 내용이 수록되어 있다.

  이스라엘 백성은 드디어 사해 북쪽 요르단강 동안(東岸)에 당도한다. 강을 건너기 전에 여호수아도 정탐원들을 파견하여 예리고(jericho) 성읍의 방비 태세를 정탐케 한다. 예리고는 요르단강을 건널 경우 제일 먼저 맞부닥뜨리는 요새화 된 성읍이었다.
  정탐 도중에 라합(Rahab)이라는 여인이 등장하여 흥미를 끈다. 이교도 여자이면서도 히브리인 정탐원을 맞아 집에 숨겨준다. 그 여자는 성읍에 파다하게 퍼져 있는 소문들을 익히 들어서 하느님을 뒤에 세운 이스라엘의 세력에는 아무도 저항하지 못할 것임을 안다. 그래서 성읍이 떨어지거든 자기와 가족의 목숨을 살려달라고 애원한다. 사실 라합과 그 집안은 목숨을 보전하여 하느님의 백성에 끼어 살게 된다. 그뿐만 아니라 라합은 훗날 살몬이라는 히브리인과 결혼하여 메시아의 조상 반열에 까지 든다(마태 1,5).

  하느님의 특별한 가호를 나타내는 첫 기적으로 요르단 강 도강(渡江)이 있다. 마침 봄철이라 둑에까지 강물이 넘쳐 흐르고 있었는데 사제들과 계약궤가 들어가자 그 강물이 갑자기 끊어져 이스라엘 백성들은 모두 마른 발로 요르단 강을 건넜다. 이 기적으로 온 겨레가 여호수아를 믿게 되었고 전투를 앞둔 이스라엘 백성의 사기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

  드디어 약 속의 땅에 발을 디딘 그들은 길갈에 진을 쳤다. 여호수아는 사막에서 할례를 받지 않은 겨레에게 할례를 실시하고, 약 속의 땅에서 첫 해방절을 지내게 했다. 종교의식들을 마친 이스라엘 백성은 드디어 하느님이 자기들에게 주신 땅을 손에 넣으려고 전투 태세에 들어갔다. 아무도 이겨내지 못할 하느님이 자기네를 편드시는 이상 전쟁의 승패는 이미 판가름나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기적적인 예리고 점령이 잇따른다. 그 견고한 예리고 성벽이 종잇장처럼 함락되었다. 예리고를 점령한 이스라엘인들은 모든 주민들을 남김없이 학살하고 철저하게 도시를 파괴하였다. 이 대학살과 성서에서 나오는 비슷한 사건들을 이해하려면 당시의 생활 양식과 전쟁 습속에 비추어 고찰해야지 복음의 도덕관을 소급시켜 해석하면 안된다. 성서는 이들 사건에 그 나름대로 뜻깊은 명분을 부여하고 있다. "네 자손은 아모리족의 죄가 찰 만큼 찬 다음, 사대 만에야 돌아오게 될 것이다"(창세15,16)는 말씀이 아브라함에게 내린 바 있다.

  어떤 죄악이 공공연한 습속으로 변하면 하느님 편에서 공공연한 징벌이 초래된다는 것은 성서의 항구한 교훈이다. 그리고 이 징벌은 무죄한 사람들에게 까지 미친다. 물론 이 징벌은 각자의 양심과 책임에 의거하여 심판을 받는 영원한 행복과는 상관이 없는 것이다. 지상의 선익 즉 부와 복지국가의 독립, 생명에만 미치는 징벌이다.
  주민을 전멸시키는 그 습속이 히브리인들을 가나안 백성들의 그릇된 풍습에서 보호하는데 명분이 있다는 설명도 나온다(신명 20,16-18). "살려두었다가는 그들이 자기 신들에게 해 올리는 발칙한 일을 너희에게 가르쳐 주어 너희가 너희 하느님 야훼께 죄를 짓게 될 것이다"(18절).

  그런데 우리가 이러한 설명에서 간과해서는 안될 점이 하나 있다. 성서에 실린 내용이 실제로 일어난 사실들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다는 점이다.성서의 기록은 먼 후대 자손들에게 선조들의 신앙을 전수하는데 뜻이 있다.그러므로 원수들을 몰살시켰다는 사실에 역점이 있는 것이 아니고 하느님이 행하신 구원행적에 초점이 있다.
  또 한가지 사실은 이스라엘 백성도 하느님께 득죄하면 같은 벌을 받았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그들이 계약을 어기면 하느님은 당신 백성에게도 가차없이 벌을 내리셨다. 구약성서의 하느님은 이교도들만 벌하는 편파적인 분이 아니시다.
  하느님이 당신 백성의 죄악도 벌하신다는 사실은 모세 오경에도 여러차례 나온다. 판관기에는 특히 자주 나온다. 여호 7-8장은 하느님이 당신 언약에 성실하다고해서 이스라엘의 죄를 덮어주시지 않는다는 교훈을 담고 있다. 하느님께만 드리기로 금제(禁制)가 내린 금과 은을 아간이라는 사람이 몰래 차지한범죄가 발생한다. 신성모독의 절도죄였다. 이 범죄는 군대의 작전에 불길한 징조를 불러왔고, 여호수아는 영문을 몰라 야훼 앞에 엎드려 울부짖었다(7,7-9). 당초에는 다 이기게 된 전투가 삽시간에 전세가 뒤바뀌어  패배로 끝난 까닭을 여쭈었다. 여호수아가 까닭을 안 뒤에 범법자들을 엄히 다스려 일벌백계(一罰百戒)의 조처를 내린 다음에 이스라엘에 승리가 돌아왔다.

  예리고와 아이의 함락과 몰살은 가나안 주민들과 군주들을 공포에 몰아 넣었다. 그들은 이스라엘에 대항하여 동맹을 맺었다.
  사해 북방으로 들어간 이스라엘은 팔레스티나를 남북으로 양단하는 입장이 되었다. 남부의 왕들이 예루살렘 왕 아도니세덱의 영도하에 동맹군을 결성한다. 동맹군의 일차목표는 의리를 버리고 히브리인들과 우호 조약을 맺은 기브온을 징계하는 것이었다. 기브온 사람들의 원조 요청을 받은 여호수아는 즉시 군대를 동원하여 밤새도록 진군해 가서 그들을 기습한다. 이 전투에서 분명한 사실은 하느님이 이스라엘을 편들어 히브리인들이 기적적으로 동맹군들을 완전히 무찌르게 하셨다는 것이다.
이어 북방의 군주들도 갈릴래아 북쪽 의 하솔왕의 영도하에 군대를 메롬 샘터에 집결했다. 여호수아는 이번에도 전군을 이끌고 갑자기 들이덮쳐 연합군을 섬멸했다.

  성서 저자는 전편을 마치면서 여호수아가 오랜 세월 동안 팔레스티나에서 치른 무수한 전적을 열거한다. 하느님은 당신 언약에 성실하시지만 당신 백성의 협력을 요구하시며 무엇보다도 계약에 충실하고 당신 말씀을 믿도록 요구하신다는 것이 그 취지였다.
  그 위대한 사적이 수집되고 전수되다가 후대에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저자에 의해서 기록으로 남았다. 하느님의 행적 앞에서 인간저자는 빛을 잃게 마련이며, 또 온 백성이 보고 들은 사건들을 수집하고 기록한 사람의 이름을 후대에 전할 필요도 느끼지 않았다.

2) 세겜의 계약
  여호수아는 자기의 위업을 마무리짓는 뜻에서 계약 갱신식을 마련한다. 시나이산의 계약과 모압땅에서의 계약이 그러했듯이, 세겜에서의 계약도 하느님의 구원행적에 뒤따라 오는 행사였다. 여호수아는 온 백성에게 지난 날의 역사를 들려주고 근년에 일어난 사건들을 상기시킨다(24장). 모든 공적은 오로지 야훼께 돌려야 하며 하느님은 항상 역사하신다. 그리고 과거는 미래의 모형인 것이다.
  세겜의 계약은 원천으로 돌아가려는 움직임이며 출애굽과 시나이산 시절의 순수한 열성을 회복하려는 움직임이다. 세겜의 계약은 첫째 계명에 전적으로 비중을 두고 있다. 여호 24장에서 우리는 의식(儀式) 중에 계약을 갱신하는 형식과 순서가 명문화 되어 있음을 발견한다. 그래서 세겜의 성소(聖所)가 이스라엘의 역사에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었다.

  세겜의 계약으로 이스라엘이 단일한 백성으로 성립하는 과정이 완결된다. 이스라엘의 모든 지파의 대표들이 세겜에서 최초로 회동하였다. 시나이산의 하느님을 열두지파 인보동맹(隣保同盟)이 섬길 유일한 하느님으로 모두가 인정하였다. 이스라엘인들은 자기네가 단일한 백성이요 유일하신 하느님을 받들고 있다는 의식을 늘 공식으로 표명하였다. 특히 여러 성소에 모여서 단결을 다시 다짐하고 계약을 갱신하며 야훼의 구원행적을 경축하는 축일을 지낼 때마다 그것을 표명했다. 이스라엘 역사를 간추린 이 문장들은 가히 '이스라엘의 신경'(信經) 또는 '신앙고백문'(信仰告白文)이라고 하겠다. 세겜의 계약 서두에 이 문장이 나오는데 신명6,20-25; 26,5-10과 상통한다.

  세겜, 길갈, 베델, 실로는 이스라엘 경신례가 거행되는 '성소'(聖所)들이 있던 곳으로 보인다. 이 곳 성소에서는 이스라엘 역사의 중요한 사건들을 기념하고 하느님의 백성이 한자리에 모여 거국적으로 축제를 지냈다. 과월절, 오순절, 초막절에는 사람들이 성소에 순례를 갔다.
  이스라엘도 이제는 유목생활을 그만두고 정착민이 되었으므로 자연절기와 농사절기를 맞추어 축일을 지내게 되었다. 야훼의 선물로 내린 그 땅에서 소출된 곡식으로 살게 된 것이다(여호 5,11-12 ; 24,13). 해방절, 오순절, 초막절은 봄철의 보리추수, 밀추수, 가을의 과일추수와 때가 들어 맞았다. 본시 농사절기에서 유래한 명절들이 해방 역사의 주요사건들과 결부되면서 본래의 뜻을 잃어 갔다. 예컨데 해방절은 새해이자 초봄의 명절이었던 것이 출애굽을 기념하는 축일, 하느님 백성 이스라엘의 탄생을 기념하는 대축제로 변했다. 가을의 축제 초막절은 광야의 생활을 회고하는 축일이 뒤에가서는 메시아를 기다리는 색채를 띠었다. 한해를 마치며 과일을 거두는 행사가 세말(世末)을 연상시키고, 기쁨과 풍요의 하느님의 약속의 충만한 실현을 상징하였던 것이다. 그래서 신명기는 초막절에 계약갱신을 지정하고서 미래를 향해 눈을 돌리도록 권유한다(31,10-13 참조)

5. 판관기(判官記)

  판관기 시대(B.C. 1200 - 1000)는 이스라엘 민족이 약속된 땅으로 들어가고 그 땅을 정복하고, 유목생활에서 정착생활로 생활방식을 전환하는 과정이다.  이시기는 여호수아의 군대가 가나안을 정복한 이후의 약 200여년간에 해당된다. 이 시기 동안에 이스라엘은 공통의 가족적 배경과 특히 계약궤가 상징하는 고통의 종교에 의해서 일치 단합되어 있었다. 이 시기는 구원의 역사에서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하느님의 백성들이 얼마나 쉽게 그리고 자주 하느님의 법과 하느님께 드린 맹세를 저버리고 하느님을 떠나 죄에 떨어졌는지, 그리고 하느님께서는 얼마나 자비로우시고 쉽게 용서하시는지를 보여 줄 뿐이다.

  모세의 그늘에서 자라난 여호수아는 그의 정신을 물러 받았고,하느님과 백성의 계약을 주선하는 진지한 의무감과 깊은 신앙심을 갖추고 있었다. 또한 백성에게 크나킄 위신을 지녔었기 때문에 그의 생전에 백성이 하느님께 충실을 보전할 수 있었다. 저 영예로운 전투들을 함께 치르고, 하느님의 현존과 보우를 체험한 장로들의 보필을 받아 무난히 소임을 마쳤다.

  여호수아와 그의 세대가 사라지자 이스라엘에는 국가적인 통일의 산 상징이 되고 하느님께 충실하도록 끊임없이 독려해 줄 인물이 없었다. 어려움이 닥치고 외적이 쳐들어 오면 지파마다 대책을 강구해야 했다. 여호수아의 전격적인 침략에 세력이 위축되었던 인근 부족들은 그가 사라지자 히브리인들의 손에서 벗어날뿐더러 보복을 가하고 오히려 억누르기 시작했다.형세가 위태로와지자이스라엘 인들은 한 지파가 전부 동원되거나 여러 지파들이 나서서 우두머리를 세우고 가나안 사람들에게 대항하였다. 판관기의 저자가 의도하는 바 역시 이스라엘이 선조들의 땅에 정착하던 무렵에 일어난 갖가지 사건들의 깊은 뜻, 즉 종교적 의의를 깨우쳐 주는 것이었다.

  그래서 판관기 제 1장에는 역사적 상황을 소개하고 제2장에서판관들이 나타나기까지의 정세를 이야기한다. 본 줄거리는 3,7-16,31 까지다.

  이스라엘은 힘이 약하고 숫자가 적어 적들에게 굴복한 것이 아니다. 가나안 사람들의 못된 풍속을 배우고 자기네 하느님을 버리고 심지어 이교도들의 우상들을 섬겼기 때문에 벌로써그런 곤욕을 당한 것이다. 가나안 사람들이 자기네를 압박하고 약탈하고 추수 곡식을 빼앗아 가야만 이스라엘은 그 능하신 하느님께 생각이 미치며 자기네 죄를 깨닫고 하느님의 자비와 구원을 애원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당신 말씀에 항상 성실하시고 자비로우신 하느님은 특정한 사람에게 영감을 내리시어 이스라엘인들의 우두머리로 세우시고, 이스라엘인들을 구출하게 하신다. 그런 사람들을 '판관'(判官)이라고 불렀다. 그들은 법률문제에 시비를 가려주는 재판관이라기보다는 군사령관이자 해방자였다. 하느님의 가호를 입어 일단 승리를 거두고 나면 그들은 백성에게 일종의 권위를 계속 행사하였다. 그리고 백성이 유일하신 참 하느님을 믿고 섬기도록 충고하고 격려하는 것도 이 판관들이었다.
  계약과 율법에 충실하면 축복이 내리고 이 축복은 약속의 땅을 차지한다는데 본 뜻이 있다. 약속의 땅을 점령하면서 이스라엘 사람들은 하느님 야훼의 성실하심과 능하심을 목격하였다. 계약과 율법에 불충실하면 이제 갓 점령한 땅의 평안이 사라지고 만다. 가나안 사람들, 미디안족, 블레셋 사람들은 불충한 이스라엘을 벌하라고 보내신 야훼의 도구들이다. 모든 재난은 이스라엘을 벌하고 낫게 하시려는 것이며, 하느님은 예나 지금이나 항상 자비에 따라 움직이신다.

  성서를 읽노라면 인간이 구원 받기 바라는 심정보다도 인간을 구원코자 하시는 하느님의 심정이 더 급급하다는 인상까지 받는다. 성서에 한결같이 반복되는 주제가 있다면 그것은 당신 언약에 대한 야훼의 '성실하심'이다. '진실'이라는 성서의 낱말이 뜻하는 것도 이것이다. 지체없이 달려오시는 하느님, 어느 때고 인간을 돕고자 기다리시는 하느님이시기 때문이다.
  판관기에는 구원하시는 하느님과 섣불리 나쁜길에 들어 섰다가는 잘못을 깨닫고 뉘우치는 인간이 다른 어떤 성서보다 뚜렷하게 대조되어 있다.

  판관들에 관한 서술 양식은 구조상 서사시에 해당한다. 어느 서사시의 경우나 마찬가지로, 영웅들의 면모는 지극히 과장되어 있다. 이들 서사시는 저마다 '신명기 학파의 역사관'을 그배경으로 삼고 있다. 이러한 역사관은 하느님께서 죄를 당장에 자연적인 재난으로 벌하시고, 당신 백성들이 뉘우치면 그들에게 번영을 내리시는 것으로 생각한다.
신명기 학파의 관점은 과학적인 것이 못되고 또한 신학적으로도 그다지 정확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관점은 구약성서에 널리 보급된 것이며, 우리 시대의 문화에도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 없는 것이다.

  판관 이야기에는 제각기 "1) 백성의 죄 2) 하느님의 벌 3) 회개 4) 백성을 승리로 이끄는 판관의 출현 5) 나라의 평화"로 끝맺음을 그 내용으로 하고 있다.

  판관기의 저자는 이스라엘 열두 지파의 숫자에 맞추어 판관 열두명을 등장시킨다. 그 중 여섯은 이름만 열거되고 나머지 여섯은 비교적 상세하게 그 행적이 기록된다. 그들 가운데서도 판관 기드온과 판관 삼손이 가장 유명했다.

베냐민 지파의 왼손잡이 에훗은 길이 한자 남짓되는 쌍날 비수로 모압왕 에글론을 죽였다(판관 3,12-30). 므나쎄 지파의 기드온은 아주 작은 군대로 그 몇배나 큰 적의 군대를 쳐부수었다(판관 6,1-8,28).

'판관 입다의 서원'은 매우 인상깊은 이야기로 전개된다. 그는 암몬군과 싸우러 나가기 전에 "만일 하느님께서 저 암몬군을 제 손에 붙여 주신다면 암몬군을 쳐부수고 돌아올 때 제 집 문에서 저를 맞으러 처음 나오는 사람을 야훼께 번제로 바쳐 올리겠습니다."고 서원한 것이다. 입다가 집으로 돌아오는데 맨처음 그를 맞은 것은 아버지가 이겼다고 춤을 추며 나오던 외동딸이었다.입다는 자기 서원을 고집하였고 또 딸은 기꺼이 제 목숨을 허락하였다.
  하느님은 입다기 서원을 실천하는 것을 원하셨을 리 만무하다. 그렇지만 나라를 위하여 집안을 희생시키고, 장수로서 하느님께 서원을 드린 이상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굳게 믿은 그 순박한 이스라엘인의 강직함은 사람들의 경탄을 살 만했다. 그의 양심이 비록 현명하다고는 못하겠지만 부정(父情)을 억누르고 결연히 딸을 번제로 바친 행위는 양심에 따른 것이다.

  그리고 '삼손의 기적같은 기력'의 이야기도 지나칠 수 없다. 판관 삼손만이 단신으로 사명을 수행하였다. 장사로서 혼자 군대의 몫을 해냈던 것이다. 물론 기적같은 그의 뚝심은 머리카락에서 나왔다기 보다는 하느님께 몸바친 봉헌을 충실히 이행한데 있었음을 잊으면 안된다. 그런 사람들을 '나지르인'(戰士)이라고 했는데 하느님께 헌신한다는 표로 머리카락을 자르지 않았다. 삼손이 들릴라의 그물에 걸린 것은 그 행실이 이미 하느님께 헌신하는 서원과는 동떨어졌다는 표였다. 그 여자에게 마음이 다 기울어져 속을 다 털어놓고 말았다.
  눈알이 뽑혀 옥에서 연자매를 돌리는 세월은 그에게 반성과 참회의 기회가 되었다. 그 동안 잘렸던 그의 머리털이 자라났고 다시 힘을 얻은 삼손은 원수 블레셋 사람들을 몽땅 죽이면서 최후를 맞는다.
  판관기는 판관들 시대에 일어난 두가지 사건을 이야기 하면서 막을 닫는다. 단지파가 갈릴래아 북쪽으로 이주한 사건과 베냐민지파의 불한당들이 어느 레위인의 여자를 겁탈하고 죽인 "이스라엘 백성이 에집트에서 나온 날부터 일찍이 없었던" 끔찍한 일을 저질러 이스라엘 온 지파들이 베냐민 지파를 몰살시킨 '베냐민 전쟁'이 그것이다.

6. 룻기

  '판관들의 시대'에 살았던 룻의 이야기도 이 기간 동안에 생긴 일이다. 이 이야기의 아름다움은 과부가 된 룻이 그 시어머니 나오미를 극진히 사랑한데 있다. 구세사에 있어서 룻이 중요한 까닭은 그녀의 아들 오벳 때문이다. "그가 바로 다윗의 할아버지요 이새의 아버지였다"(룻 4,17). 다윗은 이스라엘의 왕이 될 것이었고, 룻은 다윗의 증조모였던 것이다.

7. 왕정시대(王政時代)

  이스라엘인들의 지독한 개인주의 와 부족국가 중심주의가 점차 민족적인 단합에 대한 필요성 자각으로 변해갔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이스라엘인들은 왕을 갈구하게 되었고,이로써 열왕기가 시작되게 되었다. 사무엘 상하권, 열왕기(列王記)상하권에는 히브리 백성이 국왕을 세워 중앙집권 체재하에 통일 국가를 이룬 시대의 역사가 실려 있다. 소위 왕정시대의 역사다.  연대로는 기원전 1030년경부터 586년, 즉 수도 이스라엘이 바빌로니아 군에게 함락되고 최후의 임금 시드키야가 수많은 히브리인들과 더불어 바빌로니아로 유배 간해 까지이다.
  하느님의 백성이 초대 국왕들 밑에서 급작스럽게 군사적 정치적 대국(大國)으로 번성하던 것도 이 시대이다. 그 뒤 나라가 분단되고 서서히 국운이 기울다가급기야는 나라의 주권을 잃고 망한다.
  사무엘서와 열왕기는 하느님과 당신 백성 사이에 맺어진 계약에 비추어 왕정시대의 역사를 서술한다. 여호수아가 약속의 땅을 점령하던 시대를 기술하고 판관기가 그 이후에 각 지파들이 다소 독자적으로 외적과 싸우던 시대를 기술하던 것과 똑같은 사관이다. 이 사관은 하느님의 특별한 보우(保佑)와 가호(加護), 이스라엘 백성의 충실(忠實)과 불충(不忠)을 대종으로 삼는다. 왕정시대의 군주들은 바로 백성의 충실과 불충을 대표하고 책임진다.
  성서 저자들이 사회적 정치적 견지에서 매우 중대하지만 종교적 관점에서 흥미를 품지 못하는 사건들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까닭도 이것이다. 성서가 우리에게 제시하는 것은 '거룩한 역사' 곧 하느님과 인류의 관계가 변천하는 역사임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

8. 메시아 대망의 시작 - 왕권

  "네 왕조 내 나라는 내 앞에서 길이 뻗어나갈 것이며 네 왕위는 영원히 흔들리지 아니하리라"(2 사무 7,16). 이는 사무엘서의 가장 중요한 대목이다. 히브리인들이 다윗 왕가에서 메시아가 나오리라고 기대한 것은 이 신탁에 의거한 것이었다(루가 1,26-38). 예수께서 예루살렘에 입성하실 때 "다윗의 자손"으로 환영을 받으셨으며 (마태 21,9), "너희는 그리스도를 어떻게 생각하느냐? 그는 누구의 자손이겠느냐?"고 예수께서 물으시자 바리사이파 사람들이 주저없이 "다윗의 자손입니다"고 대답한 것도 이 신탁과 연관된다(마태 22,41-42). 일찍이 야곱이 에집트 땅에서 숨을 거두면서 유다지파에 왕위가 떠나지 아니하고 "참으로 그 자리를 차지할 분이 와서 만백성이 그에게 순종하게 되리라"고 하던 메시아의 예언이 나단의 신탁으로 더 분명해 진 것이다(창세 49,8-10). 메시아는 다윗의 자손으로 태어날 것이다.

  왕권과 같이 시작된 것은 단지 하나의 새로운 정치적 시대의 개시가 아니라 구속사의 새로운 장이었다.왕은 하느님과 하나의 특수한 관계를 가지게 되어 하느님의 기름부음 받은 자, 메시아(구세주)로서 이 왕의 집에하느님의 특수한 약속이 주어졌다(2사무 7장). 왕에 대한 옛 약속 위에 다른 한 왕에 대한 기다림, 메시아 대망이 그 바탕을 이루고 있다. 신약성서의 메시지는 이스라엘 왕권의 전역사(前歷史) 없이는 이해할 수 없다. "그리스도"와 "하늘나라"라는 신약성서의 주요개념들은 이스라엘의 왕권과 그 역사를 전제하고 있는 것이다.

9. 사무엘(Samuel) 상하권

  사무엘서는 상하권으로 나뉘어 있기는 하지만 단일한 저서이다. 히브리 백성이 유일한 참 하느님을 섬기는 종교적 일치와 필요할 때마다 군사동맹을 맺던 지파 중심의 생활에서 통일된  국가로 옮겨가던 과도기의 역사를 싣고 있다.
  이 시대의 대표적 인물들은 하느님의 예언자요 이스라엘 최후의 판관 사무엘, 첫임금 사울, 사울의 뒤를 이어 왕위를 계승하고 강력한 왕정을 수립한 다윗이다.
  등장인물을 중심으로 엮는다면 사무엘서는 다섯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1) 사무엘(1사무 1-7장)
  사무엘은 기원전 1060년경 하느님의 역사하심으로 기적적인 출생을 한다. 자식이 없던 한나(Hannah)는 야훼께 서원을 하며 빈 끝에 아들을 점지 받는다. 사무엘은 젖을 떼자 계약궤가 모셔진 실로(Shiloh)에 가서 사제 엘리(Eli) 밑에서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하느님을 섬기게 되었다. 엘리는 마음이 약한 사람으로서 자기의 두 아들이 범죄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 그 두아들은 하느님께 바쳐진 봉헌물들을 도둑질하고, 성전을 순례하러 온 여인들을 능욕하곤 했다. 그러던 중 어느날 밤에 야훼께서 소년 사무엘을 부르셨다. 소년은 "야훼여, 말씀하십시오. 종이 듣고 있습니다"라고 대답하였다. 야훼께서는 사무엘에게 당신의 비밀을 털어 놓으신다. 엘리의 두 아들들의 범죄가 벌을 받으리라는 것이다. 과연 엘리의 두 아들은 블레셋 사람들과의 전투에서 피살 당하고, 히브리 사람들이 전장에까지 모시고 나갔던 계약궤는 적군의 손에 빼앗긴다. 이 무서운 소식을 들은 엘리는 앉아 있던 의자에서 뒤로 넘어져 목이 부러져 죽었다. 계약궤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하느님이 가호를 내리시는 법이 없음을 보여주신 것이다. 블레셋 사람들도 이 궤를 차지했지만 재미를 보지 못했다. 그래서 얼마후 계약궤는 이스라엘인들에게 반환된다. 그렇지만 그 때의 전투에서 패배한 이래로 이스라엘인들은 수십년간 블레셋사람들의 지배를 받는다.
  그 동안 사무엘이 자라나 예언자요 판관으로서 이스라엘의 주목을 끈다. 사무엘의 말을 듣고 이스라엘은 정신을 차리고 자기네 역사를 돌이켜보며 그 재앙의 원인을 깨닫는다. 사무엘의 영도하에 세력을 재정비하여 블레셋 사람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는 투쟁을 시작한다. 사무엘은 최후의  판관이요 최초의 예언자라고 불리웠다. 사무엘의 생애는 그리 행복하지도 평화롭지도 못했다. 하느님의 궤를 빼앗긴 것이 무엇보다도 그의 마음을 아프게 하였으며, 더욱 불행한 것은 하느님의 궤를 빼앗김으로써 이스라엘 사람들이 하느님의 변함없는 섭리에 대한 신앙까지도 잃게 되었다는 것이다.

2) 사무엘과 사울(1사무 8-15장)
  이 무렵 이스라엘은 전지파의 세력을 규합하여 보다 신속하게 외적에 대항하고 영토를 보전하기 위해서는 한 지도자를 내세워야겠다는 필요를 깨달았다. 그래서 열 두 지파의 장로들은 사무엘을 통해서 하느님께 다른 나라들 처럼 왕을 세워 달라고 청하였다.
  예언자 사무엘은 마음이 매우 언짢았다. 이스라엘의 유일한 통치자 하느님께 신뢰심이 없어서 이런 요구가 나온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정작 주님은 백성들의 요구를 들어주라고 말씀하셨고, 베냐민 지파 출신 사울을 선택하셨음을 알아보게 하셨다. 이 책에는 왕정의 출현에 대하여 두가지 상반 된 주장을 번갈아 수록하고 있다. 왕정의 출현에 반대하는 주장(8장; 10,17-27; 12장)과 군주제도에 찬성하는 주장이다(9,1-10,16)
  군주제도는 어디까지나 인간이 만든 제도요, 따라서 이스라엘의 재앙을 막는 궁극적인 대책은 못된다. 그 제도를 역사상으로 운용하는 인물들에 따라서 좋은 점과 나쁜 점이 드러날 것이다. 이스라엘의 다른 제도와 관습이 다 그러했던 것처럼 군주제도 역시 이스라엘로 하여금 구세사를 새롭게 반성하고 그 이해를 깊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선정(善政)이 베풀어 지던 시대의 군주제도는 '하느님의 나라'라는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구원의 선참(先參)이요 예형(豫型)이 될 것이다. 하느님 나라는 계시가 발전함에 따라 그 내용도 깊어지며 성서의 마지막권인 요한의 묵시록에 이르기까지 특히 신약성서에서 큰 주제를 이룬다.
  군주제도를 찬성하는 주장은 다음과 같은 논리를 편다.
1) 군주제도는 "내 백성이 고생하는 모습을 보았고 그들이 울부짖는 소리를 들었다"(1사무 9,16)고 말씀하시는 하느님이 직접 창안하신 것이다.
2) 대사제에게 하듯이 왕에게도 기름을 부었다.
3)모세와 여호수아와 판관들에게 내렸던 '야훼의 영'(靈) 즉 신적 능력이 왕들에게 내렷다는 사실을 들 수 있다. 야훼의 영을 받음으로써 그들은 하느님께서 당신 백성에게 이루시려는 구원행위"야훼께서 해주신 고마운 일"91사무 12,7)을 실현하는 도구 노릇을 한다.
  군주제도를 반대하는 성서 전승(傳承)은 이스라엘 백성의 군주제도 요구는 하느님께 불신(不信)하는 표라고 규탄한다.(8장)그러나 이 전승도 새로운 정치제도 수립을 주선한 인물이 하느님의 사람 사무엘이었음은 인정한다.
  사무엘이 이스라엘의 지도자의 자리를 물러나며 백성에게 남기는 고별사(12장)는 매우 중요하다. 왕이 있든 없든 이스라엘의 구원은 야훼와의 계약에 충실한 데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야훼 홀로 이스라엘의 구원자이시기 때문이다.  

  사울은 사무엘에게 기름 부음을 받아 왕으로 축성된 뒤 미스바의 집회에서 다시 제비 뽑혀 정식으로 왕위에 추대된다. 그리고 요르단강 건너편의 암몬족을 쳐부수고 첫 승리를 거두자 국민들은 비로소 왕에게 충성을 보이고 사울은 길갈에서 즉위식을 거행한다.
  사무엘은 자기의 청렴결백을 드러내는 마지막 고별사를 남기고 판관의 자리를 물러난다. 그러나 그는 종신토록 하느님의 사자, 즉 예언자의 직분을 행한다.
  사울은 축성된 하느님의 대리자로 선택되기는 했지만 자기임무의 고귀한 책임을 다하는 생활을 하는 데 실패했다. 그는 야훼의 말씀보다는 백성들의 소리에 더 귀를 기울였다.
  사울은 연달아 블레셋인과 아말렉 사람들과 싸우지 않으면 안되었다. 그러나 두차례의 전투에서 사무엘의 지시를 어겼다가 하느님의 명을 어긴 것이 되어 하느님께 버림받는다. 왕위가 그의 집안에 계승되지 못하리라는 예언이 떨어진다. 1사무 13,13; 15,22-23은 사울 개인에게 내리는 사무엘의 말이요 하느님의 심판이지만 동시에 이스라엘 역대 임금들에게 내리는 교훈이기도 하다 임금들은 하느님의 말씀을 따르는 일을 첫째가는 본분으로 삼아야 한다.
  이렇게 배척을 받은 다음부터 사울은 불순명에서 놉의 사제들을 죽이는 살인으로, 질투에서 광기로 점점 더 나빠졌다. 이스라엘의 진정한 적대자인 불레셋족이 승승장구 하는 동안에도 쓸데없이 다윗을 추적하는데만 시간과 정력을 낭비할 정도로 피해망상증이 걸린 광인이 되어 갔다. 끝에 가서 그는 결국 자결하였다(1사무 31,4). 또는 아말렉인의 손에 피살되었다고도 한다(2사무 1,10). 사울의 죽음에 대해서는 사무엘서의 저자도 이 두가지 기록중에 어느 것이 더 정확한지 몰랐을 정도였다. 그의 왕위는 자신의 대에서 끝났다. 그래도 사울을 통해서 이스라엘 민족은 하나의 왕조가 되었다.  

(4) 정리
  여호수아의 군대가 가나안을 정복한 이후 약 200여년간은 판관들의 시대로 이 시기는 구원의 역사에서 볼 때는 별로 중요하지가 않다. 하느님의 백성들이 얼마나 쉽게 그리고 자주 하느님의 법과 하느님께 드린 맹세를 저버리고 하느님을 떠나 죄에 떨어졌는지, 그리고 하느님께서는 얼마나 자비로우시고 쉽게 용서하는지를 보여주는 것 이외에는 별로 중요하지가 않다.
이런 과도기를 거쳐 백성들의 요구로 사무엘에 의해 최초의 왕인 사울이 축성되고 이스라엘 밎족은 하나의 왕조가 된다. 이 왕조의 탄생은 '하느님의 나라' 라는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구원의 선참(先參)이요 예형(豫型)이 된다. 하느님 나라는 계시가 발전함에 따라 그 내용도 깊어지며 성서의 마지막권인 요한의 묵시록에 이르기까지 특히 신약성서에서 큰 주제를 이룬다.